2018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 현장을 가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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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에 새 봄은 더욱 더 따스하고 반갑다. 2018년 3월 9일 오후 3시, 문단에 새 바람을 일으킬 여섯 명의 신인 작가들이 탄생한다.

제 3회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리는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 투데이신문의 윤혜경, 이경은 기자가 팸플릿을 건네며 반가이 맞는다. 방명록에 사인을 하고 고개를 드니 말끔하게 정돈된 시상식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문화콘텐츠 21의 회원들과 밝은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문득 오늘을 위해 함께 달려온 지난 한 해의 시간들이 머리를 스친다. 한국문화콘텐츠 21의 회원들이 곧 직장인 신춘문예의 운영위원들이다. 우리는 1년 동안 오로지 오늘을 위한 행보에 온 힘을 쏟았다. 틈나는 대로 개미출판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의견을 교환하던 순간순간들…. 1회, 2회를 발판삼아 한 치라도 더 나은 면모를 갖춰야만 했기 때문이다. 새삼 그 시간들이 기쁨이고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직장인 신춘문예>는 2016년,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와 한국사보협회가 협약을 맺으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문학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하나로애드컴 손정희 대표의 후원이 절대적인 힘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와 소설 분야에서 각각 2명의 신인들을 배출했다. 2017년에는 1회 때의 성과에 힘입어 더욱 더 탄탄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우선 응모작품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고 깊어졌다. 시와 소설에 수필분야를 더해 6명의 신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씨젠의료재단 천종기 이사장의 든든한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천종기 이사장은 일찍이 문청 시절을 지낸 문학인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기다리던 시간 3시다. 사회를 맡은 최대순 시인이 마이크를 잡고 식전 행사인 축하공연 안내를 한다. 1회, 2회 때는 없었던 새로운 무대다. 맨 먼저 김하리 시인이 자작시 ‘자작나무’를 낭랑한 목소리로 읊는다. 오늘 이 자리에 참 맞춤한 한 편의 시다. 자작나무의 세계에서 나는 고스란히 문학인들의 세계를 본다. 특히 오늘 수상하는 신인들과 자작나무가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느낌이라니. 뒤이어 한가온 무용단의 이매방류와 입춤은 뭇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우리 춤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미가 엿보이는 한복에 실크처럼 부드러운 춤사위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예술에 예술을 더하는 식전 무대였다.    

이제 본격적인 시상식 시간이다.  

첫 번째 순서로 한국문화콘텐츠 21 공동 대표인 김선주 소설가의 인사말을 듣는다. “문학 지망생들은 많은데, 등단의 기회가 너무 부족합니다. 특히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이 그 누구보다도 더 힘들다는 생각에, 역량 있는 분들을 발굴하고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공동 대표인 김흥기 시인은 시종일관 감사하다는 말로 가름한다. 당선자들에게, 운영위원회에, 심사위원들에, 후원자에게, 축하 귀빈들에게. 마지막으로 박애경 투데이신문사 대표의 인사말이다. “직장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진하게 녹아있는 문학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과 정서가 내재된 문학이 삶의 큰 유희가 되는 세상을 위해 직장인 신춘문예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것을 다짐합니다.” 직장인 신춘문예에 대한 강한 신념을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말이다. 나는 운영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낸다. 역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내공이 진정한 문학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내빈과 심사위원들이 소개된다. 

하나로애드컴 손정희 대표, 한국사보협회 김주확 이사 박영식 전무 설영애 기자, 투데이신문 강지혜 편집국장, 장현당 문화사업국장, 소설가협회 선생님 등 각계각층에서 많은 분들이 오셨다. 박영선, 정동영, 진선미, 표창원 국회의원은 축하 글을 보내왔다. 

심사를 맡았던 박덕규 단국대 교수, 김희원 소설가, 운영위원들이 소개를 받고 차례로 일어나 목례를 한다. 이명재 중앙대 명예교수는 사정으로 참석치 못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간이다. 갑자기 긴장감이 흐르는 듯하다. 수상자들의 글은 이미 읽고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대면하고 나면 그 감동은 분명 배가될 거였다. 문학으로 다듬어진, 문학으로 커나가는 영혼의 소유자들이 몸을 일으킨다. 지난해와 똑같이 시, 소설, 수필 각 분야 2명씩 불리어진다. 6명 중 여자가 5명, 남자는 청일점으로 소설부분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식전 행사부터 뉴스인 티브이 정경호국장과 투데이신문 전소영기자의 앵글만이 바삐 움직였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사진사가 출현한다. 축하꽃송이들이 앞을 다투어 수상자들의 품에 안긴다. 낯선 수상자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들이 진정 활짝 핀 꽃이다. 황폐한 영혼을 다독거리고 껴안아 줄 한 송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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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이 자리에 앉고 심사평이 시작된다. 총평에 나선 박덕규 심사위원장은 두 가지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한다. 예상 외로 많은 응모자와 작품 수준이 높은 게 하나요, 다양한 직업과 그에 따른 다양한 내용이 둘이다. 응모편수는 시 부문 887편, 소설 부문118편, 수필부문 157편이고, 수상자 6명의 직업도 다 다르다. 아울러 시평까지 곁들인다. 수준 높은 작품들을 3유형으로 분류해 고심하며 세심하게 살폈다. 당선작 ‘응시’는 현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끝까지 객관성을 유지해 바라보는 태도가 미덥고, 함께 보낸 모든 작품들도 같은 수준이다. 가작 ‘그림자 놀이’는 없는 대상을 생생한 존재로 들어낸 그 힘만으로도 당선작에 밀릴 게 없지만, 함께 보낸 작품이 같은 수준에 못 미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소설평에 나선 김선주 공동대표는 일단 수준 높은 작품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당선작 ‘카와라우’는 세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세련된 문장으로 담담하고 리얼하게 그려졌다. 그들의 간절한 희망이 좌절되면서 고뇌하는 과정이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매미 이야기와 엮이면서 진한 감동을 준다. 가작 ‘사앙골’은 깊은 병으로 마지막 길에 모인 사람들의 처절한 애기가 미학적으로 그려졌으나 조금은 거친 문장 때문에 가작이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이명재 중앙대 명예교수의 수필평이다. 당선작과 가작 모두가 간결하고 문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당선작 ‘드므’는 체화된 경험이 깊이 있게 묘사되고 옛것을 전통적인 문화로 연결시켜 심도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가작 ‘붓이 내는 소리’는 글씨와 그림에 대한 묘사와 애정이 넘쳐흐르고,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절절히 잘 그려냈다고 한다. 얼핏 보이는 수상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모든 수상자들과 심사위원들이 지금부터 선후배 관계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그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수상자들의 당선소감에 참석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린다. 한영희 당선자가 몇 마디를 잇지 못하고 그만 울먹인다. 그녀의 가슴에 회오리치는 바람이 감지된다. 격려의 박수소리가 우렁차다. 박수소리에 힘입어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빛난다. 이어지는 소감들은 그들의 글만큼이나 개성적이면서 감성과 열정이 진심으로 묻어난다.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필사했는지 모릅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신인들의 행보가 굳건하고도 아름답기를 기원한다.  

식전에 미처 연주를 못한 매화타령이 울려 퍼진다. 예당국악원 조수빈 원장과 안혜령 최효숙 단원의 연주다. 훌륭한 공연과 함께 한 시상식은 수상자들뿐만 아니라 참석한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3회에 이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은 자못 그 의미가 깊다. 이토록 짧은 역사에, 이토록 탄탄하게 뿌리내렸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깊이 뿌린 내린 나무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제 그 튼실한 줄기에 더 많은 가지가 뻗어 나갈 일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선 때에 맞춰 신선한 공기, 밝은 햇빛, 시원한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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