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우) 다이슨 로고
(좌)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우) 다이슨 로고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욕망의 청소기’라 불리며 한때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던 다이슨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테팔 등 다양한 세계적 기업들이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LG전자 등 후발업체도 다이슨 못지않게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선보이며 다이슨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무선청소기 시장 춘추전국시대라 칭해도 무리 없을 정도라는 평도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다이슨을 넘어섰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일구며 입지를 공고히 했던 다이슨의 독주가 깨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무선청소기 시장을 다룬 ‘무선청소기 시장 왕좌의 게임’을 기획했다. 다이슨이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어떻게 왕의 자리에 올랐으며, 왕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까지 짚어봤다.  

ⓒ다이슨코리아
다이슨 DC35 ⓒ다이슨코리아

다이슨 일대기

2011년 청소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선이 없어 편리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흡입력까지 약해 청소기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무선청소기가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영국의 기술가전 전문기업 ‘다이슨(dyson)’이 있었다. 당시 다이슨이 선보인 ‘DC35’는 청소 시간 최대 15분, 흡입력 최대 65AW(Air Watt)를 자랑했다. DC35 모델 이전에 출시된 다이슨 제품의 청소 시간이 10분도 채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다이슨이 주목받았던 부분은 청소시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그간 무선청소기는 주로 차량 등 좁은 실내를 청소하는 용도로 사용됐기에 유선청소기처럼 긴 스틱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모델은 스틱과 클리너 헤드가 달려있어 바닥청소도 용이했다. 현재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틱형 무선청소기의 조상이라 볼 수 있겠다.

이후 다이슨은 2014년에 ‘V6 플러피 헤파(이하 V6)’를 출시했다. V6는 최대 20분 사용할 수 있으며 흡입력도 100AW에 달하며 미세먼지 제거 향상을 위해 또 다른 기술을 탑재했다. 전작보다 사용시간은 물론 흡입력까지 더욱 훌륭해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다이슨은 또 다른 신작을 선보였다. 바로 ‘V8 카본 파이버(이하 V8)’. 해당 모델의 최대 사용시간은 40분, 흡입력 115AW, 전 모델보다 소음이 50% 줄어들었으며 청소기 흡입구 탈부착도 손쉬워졌다.

제품의 성능이 DC35(출고가 59만8000원) 보다 좋아진 만큼 가격도 올라갔다. V6와 V8의 출고가는 각각 119만원, 109만8000원이다. DC35보다 약 2배 정도 가격이 비싸진 셈이다.

다이슨 V8 ⓒ다이슨코리아
다이슨 V8 ⓒ다이슨코리아

다이슨, 왕이 되다

이 같은 고가에도 다이슨은 기존의 무선청소기보다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욕망의 청소기’로 불리기도 했다. 비싸지만 흡입력이 뛰어나 청소가 잘 되니 그만큼 가지고 싶은 청소기라는 것이다.

실제 2016년과 2017년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최대 쇼핑축제)’ 기간에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로 가장 많이 구매한 가전제품은 다이슨 청소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해외 배송 대행서비스인 몰테일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해외 직구로 가장 많이 거래된 가전은 다이슨이었다. 2017년 또한 블랙프라이데이 직구에서 전자제품 카테고리 구매가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으며 그 중 다이슨 브랜드를 구매하는 수요가 높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2017년 상반기까지 6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80~90% 차지할 정도였다. 다이슨의 독주였다.

이는 다이슨의 대항마가 사실상 없었기에 가능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뭇 소비자들의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좌) 테팔 에어포스360 / ⓒ테팔 (우) 삼성전자 파워건 / ⓒ삼성전자
(좌) 테팔 에어포스360 / ⓒ테팔 (우) 삼성전자 파워건 / ⓒ삼성전자

신흥세력 등장…절대 강자 독주 깨지다

다이슨의 인기 덕분인지 무선청소기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2016년 무선청소기의 매출은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가능성을 보고 유수의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테팔은 스틱형 무선청소기 ‘에어포스 360’을 출시했다. 그리고 6월 LG전자는 스틱형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같은 해 9월 삼성전자는 ‘파워건’을 출시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무선청소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후발주자들이 선보인 제품의 가격도 다이슨과 큰 차이가 없다. 출고가 기준 테팔 70만원대, LG전자 89만원~129만원대, 삼성전자 79만원~119만원대다. 다이슨이 영위하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 포지션과 굉장히 흡사하다.

후발주자의 제품 성능 또한 다이슨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스틱형 청소기 9종을 대상으로 시험 및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마룻바닥 먼지와 마룻바닥 틈새 먼지에 대한 청소성능 평가에서 다이슨과 테팔, LG전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업체가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자 시장 점유율을 비롯한 다이슨의 전반적인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다이슨 측은 실적이 상승세인 만큼 입지가 굳건하다고 밝혔다.

다이슨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상장기업이 아니기에 나라별 시장 점유율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점유공개를 하지 않기에 후발주자에 따라 매출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매년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라며 “2017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40% 증가했다”라고 덧붙였다.

LG전자 코드제로 A9 ⓒLG전자
LG전자 코드제로 A9 ⓒLG전자

업계에서는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연간 70만대 규모로 추정한다. 이를 나누면 한 달 시장의 규모는 5만8000대 정도다. 그런 가운데 최근 LG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판매 2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월 평균 2만5000대를 판매한 셈이다. 무선청소기 한 달 시장 규모 절반에 육박하는 판매량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실적을 토대로 시장 점유율이 40%를 웃돌며, 나아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사실상 다이슨의 독주가 깨졌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각 업체가 제품별 판매 실적이나 점유율을 밝히는 것을 꺼려 공식적인 지표는 없다. 다만 여러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규모도 커졌고, LG전자 등 후발주자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자신감 넘치는 절대 강자였던 다이슨의 독주가 멈춘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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