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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9호’ 위반을 인정받은 남성이 사망 30년 만에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지난 14일 이모(사망 당시 72세)씨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78년 6월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 노인회관 회원 20여명을 앞에 두고 벽에 걸린 박 전 대통령 사진을 향해 “무식한 놈이다”, “한밤중에 총대가리를 들고 들고 정권을 빼앗은 놈”, “X도 모르는 무식한 놈” 등의 말을 반복했다.

당시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에 기소된 이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1심에서 징역 3년·자격정지 3년, 2심(검찰과 쌍방항소)에서 징역 2년·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상고를 포기해 1979년 3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 생활을 하다가 1988년 11월 사망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며 재심에 돌입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그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되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긴급조치’는 대통령 권한으로 가능한 특별 조치로, 이 중 9호는 유언비어 유포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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