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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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생리를 할 수 없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김태규 기자입니다. 기자는 5일간 생리대를 착용해보는 정도로 생리를 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경험해봤습니다. 초경시기 주변 반응이나 생리통, 생리혈의 냄새 또는 생리혈이 새는 것에 대한 불안 등은 체험하지 못했죠.

그렇다면 실제 여성들이 겪는 생리는 어떨까요. 또 어떤 불편·차별이 따를까요. 기자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생리의 불편함과 이로 인한 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이에 기자는 전소영 기자와 함께 ‘여성환경연대’의 단추 활동가와 만나 실제 여성들이 겪는 생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불편의 시작, 초경

제가 처음 생리를 접한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갔을 때 어머니가 탐폰을 구매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그 때는 저학년 때라 생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어머니께 ‘그게 뭐냐’고 여쭤봤었죠. 어머니께서는 대답을 안 하시고 다른 얘기로 돌리셨어요. 생리가 뭔지도 모를 때 였으니 생리대도 알 리가 없었죠. 그게 탐폰이라는 걸 알았던 때는 초등학교 고학년 성교육 시간이었어요. 그제야 생리에 대해 알게 됐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두 분의 초경은 어땠나요? - 김태규 기자(이하 김태규)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초경을 했어요. 당시 전 식탐이 있던 때라 초경 며칠 전에도 음식을 많이 먹은 상태였어요. 배가 너무 아파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런 줄만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며칠 뒤 주말에 초경이 시작됐어요.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배가 아팠던 거죠. 당시 어머니께서 주말에도 일을 하시던 상황이라 집엔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어머니께 전화해 말씀드렸더니 생리대가 있는 곳과 사용법을 알려주셨어요. 성교육 시간에 사진을 통해서 생리대 사용법을 교육받은 적은 있었지만 생리대를 직접 꺼내서 사용법을 배우진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성교육 시간에 배운 것과 엄마의 설명을 듣고 ‘본능적으로’ 생리대를 착용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전소영 기자(이하 전소영)

저 같은 경우는 생리대 업체에서 학교로 찾아와 여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생리대 사용법을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생리대 사용법이나 버리는 방법 등을 가르쳐줬는데, 나중에 남자애들이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는데 답할 말도 없고…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저는 초경을 한 날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에게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왠지 모르지만 부끄러운 느낌?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오늘 나 뭐 했어’라고만 말을 했죠. 그랬더니 친구가 ‘뭔데 말을 안 하느냐’고 캐물어 한참을 망설이다 생리라고 얘기한 기억이 있어요. - 단추 활동가(이하 단추)

저는 체험 당시 단순히 5일간 생리대를 시간에 맞춰 교체하는 것에 그쳤는데, 실제 생리를 할 경우 어떤 불편함(또는 신체적 변화)이 있나요. - 김태규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저는 생리 시작 전부터 허리와 골반이 많이 아파요. 그리고 생리가 시작되면 어지러워서 토할 것 같기도 하고…실제로 토한 적도 있어요. 약을 안 먹으면 버티질 못하겠는데, 약을 먹으면 또 쓰러져서 자야 하는 상태가 되더라고요. 그러면 생리가 시작될 때는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죠. 저 같은 경우는 생리 시작하고 하루면 생리통이 끝나지만, 어떤 분들은 월경기간 내내 아픈 분들도 있어요. 신체적 고통이나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없는 어려움이 제일 큰 것 같아요. - 단추

저는 생리통은 없는데, 생활이 불편한 걸 견딜 수가 없어요. 전 피부가 되게 약한데, 생리대가 피부에 닿으면 특히 여름에는 다 짓무르거든요. 그게 너무 아파요. 생리가 끝나고 나면 아프고, 나았다 싶으면 또다시 생리가 시작되니까 악순환이 되는 거죠. 또 잘 때 생리혈이 샐까봐 마음 편히 잘 수가 없어요. 그리고 퇴근 후엔 운동을 하는데 생리 기간에는 같이 운동하는 동생한테 생리혈이 새는지 확인해달라고 수시로 부탁해요. - 전소영

(왼쪽부터) 여성환경연대 단추 활동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여성환경연대 단추 활동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사실 초경을 하고 나면 임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교육하기도 하는데, 이와 함께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강요하기도 하잖아요. 생리의 시작이 족쇄처럼 작용하는 문화적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 김태규

초경 했을 때 축하를 받은 친구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여성 입장에서는 불편한 과정의 시작인데 어떤 의미로 축하하는 건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으니까 의아했어요. ‘이제 여성의 몸이 됐다’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어요. 임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여성의 몸이라는 게 임신이나 출산이 다가 아닌데 생리를 시작으로 여성이 됐다는 건…생리를 안 하는 여성, 완경을 한 여성은 여성이 아닌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월경을 기준으로 여성의 몸을 재단하는 것 같아요. - 전소영

완경을 하면 상실감이나 우울증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 김태규

호르몬의 영향도 크겠지만, 완경을 한 저희 어머니는 이제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데서 느끼는 상실감이 큰 것 같아요. 난소를 제거한 분들 중에서도 이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점, 더 이상 ‘여성의 몸’이 아니라는데 상실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단추

저희 어머니도 거의 완경에 이르셨는데, 스스로 ‘이제 여자로서는 끝이 났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머니께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왜 생리가 여성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까’, ‘나도 완경을 하면 저런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아무튼 저는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닥쳐봐야 알 것 같아요. - 전소영

남자들은 모르는 생리

생리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내 친구 누나는 참았다 한 번에 싼다고 하더라’, ‘그것도 조절하지 못하느냐’, ‘생리통이 뭐 그렇게 힘들다고 난리냐’ 하는 남성들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교육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 게, 생리 기간이나 주기 등은 학교에서 분명히 배우거든요. - 김태규

한 번 배운다고 해서 각인되진 않을 것 같아요. 본인이 겪는 일이 아니니까요. 계속해서 얘기를 나눠야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을 알 수 있을 텐데, 일상에서 여성과 남성이 월경에 대해 대화를 하진 않잖아요. 남성들은 궁금해 하지 않고, 사회 분위기상 오히려 알면 안 되는 걸로 여기니까요. - 단추

남성들이 보기에 여성이 예민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 ‘너 생리 하냐’라거나 ‘쟤 그날 인가봐’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왜 남의 생리주기를 얘깃거리로 삼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요. - 김태규

단추 활동가 ⓒ투데이신문
단추 활동가 ⓒ투데이신문

여성은 남성에 비해 예민하고 질투도 심하고 감성적으로도 민감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요. 모든 여성이 생리 때문에 예민하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여성은 예민하고 생리를 할 때 더 예민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생리가 불안정성을 높이는, 비정상성을 규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 단추

지난해 논란이 된 김훈 작가의 경우 ‘언니의 폐경’에서 생리를 생리혈이 한 번 나오고 끝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어요. 저는 작가가 생리를 사정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논란 당시 이를 어떻게 보셨나요. - 김태규

한국 사회가 월경을 어떻게 보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하는데, 표현의 자유라는 게 누구의 자유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발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약자라고 칭해지는 여성에 대해, 특히 월경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부분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 단추

사실 김훈 작가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 문제가 된 거지, 대한민국 남자 중에 김훈 작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 전소영

생리대 지원 논의돼야

한국의 경우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당시 모든 제품이 할인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얘기는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도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남는다는 것 아닌가요? 유해물질 파동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할인판매를 한 것 같지 않더라고요. - 김태규

유럽 같은 경우는 우리보다 물가가 비싸니까 생리대 가격도 더 비싸거나 최소한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싸더라고요. 단순 비교해도 더 비싼데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거죠. 깔창 생리대 논란 후 값을 내렸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1개에 200~300원 수준이에요. 1년에 최소 10~20만원, 평생으로 따지면 수백만원을 써야 하는 거예요. 여성들에겐 생필품이잖아요. 남성들은 감수하지 않는 비용을 여성들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죠. 생리컵 등 대안용품들의 가격도 낮지는 않아요. 2~3달치 생리대 가격과 비슷하죠.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잖아요. 일회용 생리대에 반영구적인 제품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 단추

영화 ‘피의 연대기’를 보면 미국의 경우 생리대를 지자체 혹은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한국에서도 필요한 정책이라고 보시나요. - 김태규

저는 환경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대안 생리대(면 생리대 등)를 중시하는데, 지원되는 생리대는 일회용이잖아요. 일회용 생리대만이 무상제공 되는 게 맞는 걸까 싶어요. 다양한 월경용품이 개인의 선택에 맞게 제공된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 단추

저는 우선적으로 공중화장실에 일회용 생리대를 비치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리가 항상 주기적으로 시작된다면 모르겠지만, 갑자기 시작되거나 생리가 시작됐는데 생리용품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장 생리대가 필요할 테니까요. - 김태규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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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공감하는 게, 학창시절 보건실에 가면 생리대를 받아서 쓸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보건실에 생리대를 받으러 갔을 때 보건교사에게 ‘학교가 생리대 주는 곳이냐’고 혼난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생리가 시작돼 그런 거지 사실 생리대를 학교에서 공짜로 받아쓰려고 하는 학생들은 없거든요. - 단추

저도 도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도입했을 때 발생할 위생이나 관리 등 예측 가능한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과 함께 어떤 생리대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도 논의가 돼야 할 것 같아요. - 전소영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저희 단체에 무상 생리대를 배포한 지자체나 기관에서 기존에 제공한 생리대를 회수해야 하는지 혹은 계속 제공해야 하는지를 많이 물으시더라고요. 실제 생리대 지원을 중단한 곳들도 있고요. 생리대 지원을 위해선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이 먼저 담보돼야 할 것 같아요. - 단추

생리대 유해물질, ‘아직 불안해요’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한동안 안정성 논란이 계속됐었죠. 정부 발표 때문인지 현재는 당시에 비해 많이 관심이 떨어진 것 같아요. - 김태규

유해물질 파동이 있고 나서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하니까 지금은 전처럼 다시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죠. 그런데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유해물질이 있다고 해도 당장 생리를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안 써도 되는 물건이나 사치품이라면 보이콧할 수 있겠지만, 당장 치러야 하는 문제이기에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아요. - 단추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안전성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택지가 없어서 쓰고 있는 것뿐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유해물질 파동 당시 문제가 됐던 제품을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환불하려고 뒀다가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발표해 결국 그 제품을 다시 사용했어요. 그리고 다시 마트에 가서 비슷한 제품을 또 구입해 쓰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사고 싶지 않아요. 좋은 제품들은 번거롭게 인터넷으로 비싼 값에 주문해야 하고…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 전소영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 외에 탐폰, 생리컵, 면 생리대 등 관련 용품이 다양한데 외국의 경우 패드형 생리대보다 탐폰 사용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패드형 생리대가 일반화 됐을까요. - 김태규

우선 탐폰이 패드형보다 비싸요.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 전소영

탐폰은 한 개 400~500원 수준이죠. - 단추

질에 넣어야 한다는 이유로 탐폰 사용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사용해보니 패드형 생리대 보다 탐폰이 훨씬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가격 때문에 운동할 때만 탐폰을 쓰고 평소엔 패드형 생리대를 써요. 생리컵은 아직 국내에서 대중화된 용품이 아니잖아요. 저는 아직 생리컵의 안전성을 못 믿겠어요. 저렴하다면 탐폰을 쓸 것 같아요. - 전소영

제 동생도 얼마 전부터 탐폰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편하다고 몇 백개씩 사 놓고 쓰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직 질에 뭘 넣는 걸 좀 두려워해요. 그래서 생리컵도 시도하지 못했어요. 한국에선 여성들도 그렇지만 특히 남성들이 질이 늘어난다느니 하면서 생리컵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잖아요. 그걸 보면서 ‘아 한국 남성들이 질을 정말 소중히, 신성하게 여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래서 패드형 생리대가 가장 대중화되지 않았나 싶어요. - 단추

같이 운동하는 친구랑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탐폰을 쓰면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말을 했었어요. - 전소영

그리고 학교에서도 패드형 생리대 말고는 배운 적이 없어요. 아무도 알려준 적이 없다보니까 탐폰을 늦게 알았어요. - 단추

저도 성인 돼서 알았어요. 성교육 시간에 한 번도 탐폰이나 생리컵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네요. - 전소영

구조적으로 패드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 같아요.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대안 생리대로 면 생리대를 꾸준히 말하고 있어요. 여성의 건강과 환경보호 차원에서죠. 그런데 면 생리대라는 게 사실 사용하기 어렵잖아요. 예를 들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여성이 면 생리대를 매일 빨아 쓰는 것은 어렵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해요. - 단추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

‘생리하는 여성’의 이미지

저는 생리대 광고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하얀 바지나 치마를 입고 웃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들이. 생리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저래야 하나, 생리할 때도 웃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생리하는 여성을 그렇게 그려내는 게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단추

그러고 보니 생리대 광고의 이미지가 다 비슷하네요. - 김태규

청순한 이미지로 나오죠. 옛날엔 하얀 바지를 입은 여성이 뜀틀을 넘으면서 ‘더 많은 자유’ 같은 멘트가 나오는 광고도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생리대를 차고 다리를 벌려 뜀틀을 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 단추

말이 안 되죠. 자유로워야 한다는 걸 강요받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광고를 통해 생리를 하더라고 활동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걸 강요받는 것 같아요. - 전소영

사실 몸에서 피를 내보내고 있으니 쉬어야 하는데, 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을 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그걸 원하는 여성들도 많죠. 특히 포항 지진 때 수험생들이 수능이 연기돼서 생리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피임약을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생리 중이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고, 생리통 때문에 쉬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어요. 이런 다양한 요구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거죠. - 단추

생리를 하는 날 바지에 피가 묻거나 하면 굉장히 창피한 일이고, 예의 없는, 더러운 일로 치부하잖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생리혈이 묻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생리혈을 공개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지난해 여성단체들이 생리혈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하는 등 인식변화를 촉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 김태규

한 SNS업체가 누워있는 여성의 바지에 생리혈이 묻어있는 사진을 삭제한 일이 발단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여성의 몸에서는 자연스럽게 피가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드러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볼 수 있었던 사례였죠. 특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감춰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생리는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 자체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드러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봐요. - 단추

(왼쪽부터)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여성환경연대 단추 활동가
(왼쪽부터)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여성환경연대 단추 활동가 ⓒ투데이신문

생리휴가, 필요한가요?

‘생리 공결제/휴가’ 등을 비난하는 남성도 많아요. ‘생리 때문에 쉬는 건지 어떻게 증명할 거냐’라는 사람도 있고요. - 김태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생리통이 없는 여성들도 많고요. 그런데 생리를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몸이 이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건데 이를 속임수나 편법적인 것으로 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생리통이 심해도 생리 공결이나 휴가를 안 쓰는 친구들이 많아요. 수업을 빠지거나 회사를 빠지는 게 본인 손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억지로 참고 회사나 학교에 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속임수가 얼마나 될까 싶어요. - 단추

제가 나온 학교는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생리공결을 쓸 수가 있었어요. 저는 생리통이 없어서 쓴 적은 없는데, 악용하는 친구들이 분명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교수님은 아예 ‘내 수업에서는 생리공결 사용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남성들도 분명히 한 달에 한 번 쯤은 우울한 날이 있고, 힘든 날이 있고, 아픈 날이 있는데 왜 여성만 생리공결제를 쓰도록 해야 하느냐’고도 말씀하셨어요. - 전소영

물론 생리통이 없거나 적은 사람의 경우야 악용이 가능하겠지만, 생리통이 심한 사람은 악용할 수가 없을 텐데요. 다른 날 생리공결을 써버리면 정말 힘든 날 쉴 수 없을 테니까요. - 김태규

그래서 그 교수님 말을 두고 얘기가 많이 나왔죠. 생리통을 입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 전소영

제가 다닌 학교도 한 학기에 두 번 생리공결이 가능했는데, 일주일간 생리를 한다고 하면 그 중 3일을 아플 수도 있고…생리통이 심한 사람은 생리공결 일수가 모자랄 수도 있죠. - 단추

생리 공결이나 생리 휴가를 사용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 김태규

저는 한 번도 없어요. - 전소영

학교 다닐 때는 쓴 적이 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생리 휴가를 쓰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사용한 적은 없어요. - 단추

지난해 5월 28일 여성환경연대가 주관한 세계 월경의 날 기념 기자회견 ⓒ여성환경연대
지난해 5월 28일 여성환경연대가 주관한 세계 월경의 날 기념 기자회견 ⓒ여성환경연대

2014년 유한킴벌리가 2030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생리휴가를 알고 있는 여성은 92%,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을 안다는 응답자도 76%에 달했는데 매달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어요.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76%고요.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상사 눈치가 보여서’ 42%, ‘주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36% 등으로 조사됐더라고요. - 김태규

사실 학교 다니면서는 생리 공결로 결석하면 수업을 못 듣는 게 손해지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면서는 자본의 논리가 섞여 있어서 더 쓰기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 전소영

생리 공결은 조금 더 개인적인 경우고, 회사에서는 매일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잖아요. 그런데 생리 공결로 결근한 날이면 직원들끼리 ‘왜 출근 안 했대?’ ‘생리 휴가 썼대’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면…사실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잘 나누지 않잖아요.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주위에서 생리휴가를 쓰는 사람도 없는데. 그게 생리 휴가를 쓰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 단추

“”2003년 생리휴가가 무급화 됐더라고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태규

쓰지 말라는 거죠.(웃음) - 전소영

병가도 똑같이 아파서 못 나오는 건데 유급이잖아요. 그래서 이게 생리휴가를 비난하는 남성들에게 대항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하더라고요. 남성들이 ‘여성은 생리 휴가 있잖아’라고 하면 ‘생리 휴가 무급이다. 생리 휴가 쓴다고 비판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하는 거죠. 이걸 보면서 ‘이래서 무급이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저는 돈을 모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월차도 잘 안 쓰고 있는데, 무급인 생리 휴가를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어떤 맥락에서 무급화 됐는지 모르겠는데, 논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단추

찾아보니까 2003년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에 유급이던 생리 휴가가 무급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당시 주5일 근무제 도입, 모성보호제도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기업경영자들이 유급생리휴가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해 무급으로 변경됐어요. - 김태규

기업 측이라면 당연히 주로 남성들이었겠죠?(웃음) - 단추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생리’라는 단어가 월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말이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생리조차 직접적으로 말하길 꺼려하는 단어가 돼 ‘그날’, ‘마법에 걸린 날’, ‘대자연’ 등으로 표현하고 있죠. 또 여러 종교에서 ‘생리 중인 여성은 부정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해요. 생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왜 이런 문화가 자리 잡았을까요. - 김태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라는 책을 보면, 남성이 월경을 하면 생리대도 더 많이 개발될 것이고, 생리통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약이 개발될 것이며, ‘남성의 힘은 월경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할 것이며, 여성들도 월경을 하려고 따라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와요. 이걸 읽고 나서 증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문화가 언제부터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지 않은 문화권도 있더라고요. 월경이 신성한 것으로 추앙을 받는다던지, 월경을 하는 여성은 여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거죠. 그런데 사실 월경이 지나치게 긍정정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저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 단추

저는 그 책을 보면서 종교 얘기를 한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남성들은 주기적으로 생리혈 배출을 통해 정화의 기간을 갖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악한 존재다’라고 했을 거라는 내용이 있어요. 이걸 보면서 남성들이 월경을 했다면 남성 종교지도자들이 분명히 남성의 생리를 긍정적으로 해석했을 거라고 봐요. 한편으론 ‘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해요. - 김태규

피를 부정하다고 봤다면 피로 씻어 내거나 동물의 피를 사용하는 정화 의식이 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반드시 피 때문인 것 같지는 않아요. - 단추

여성환경연대가 제작한 면 생리대 ⓒ투데이신문
여성환경연대가 제작한 면 생리대 ⓒ투데이신문

마지막으로 남성들, 그리고 생리에 대한 몰이해로 차별받고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 김태규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모두를 위한 월경권’이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는데요, 단순히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에서 더 나아가 모두가 평등한 조건에서 월경을 겪고, 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거예요. 노동권, 환경권, 주거권 등이 모두 보장된 상황에서 편안하게 몸의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월경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이 월경권 안에 남성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몰랐던 부분에 대해 물어보고 함께 얘기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월경권을 얘기하면서 월경 담론의 장이 더 넓어지고, 이 안에서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담론의 장이 넓어져야 건강한 논의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 단추

생리는 여성의 몸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누군가의 생리주기, 생리혈이 웃음거리 혹은 비난소재로 사용될 이유는 없습니다. 또 이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겠죠.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다양한 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기자의 이번 체험이 독자 여러분에게 서로의 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본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플랫폼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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