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롯데카드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배당 확대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부진과 함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뇌물혐의로 구속된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 배불리기를 위한 무리한 배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현금 배당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2월 22일 의사회 결의를 통해 7474만59주에 1주당 29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216억7500만원으로 이는 전년 배당금 186억8500만원 보다 30억원(16%)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롯데카드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2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순이익 규모도 2016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올해 배당을 실시하는 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배당은 상당히 중요하다. 다만 롯데카드의 배당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보게 되는 주주가치 제고의 대상이 오너일가와 그 계열사라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93.78%를 보유한 롯데쇼핑이다. 이외 롯데캐피탈이 4.59%, 부산롯데호텔은 1.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0.27%, 롯데장학재단 신영자 이사장 0.17%, 롯데홀딩스 신동주 전 부회장 0.17% 등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신 회장이 주식 278만1409주(13.46%)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배당을 실시할 경우 결국 롯데쇼핑을 통해 신 회장이 간접적으로 수혜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구나 신 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올해 2월 법정 구속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카드의 배당정책에 따라 옥중에서 배당금을 받게 되면서 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는 실적 악화 외에도 여러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3곳이 지난해 11월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외에도 ‘롯데카드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카드가 계열사와 오너일가에 수백억원대의 배당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카드는 당기순이익 181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1년에도 배당에 나서지 않았으나 오히려 실적이 나빠진 올해에는 배당을 확대하면서 그 이면에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싸움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 신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 필요한 자금을 배당으로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주의 이익이 될 확대된 배당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될 확률은 지극히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신 회장 일가에 몰리는 배당이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