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위해 뭉쳤지만, 지방선거 때문에 해체?‘
유승민 경기지사 차출론’ 놓고 친안-친유 갈등
유승민 “당 해치는 행위”…원외위원장 “나가라”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 두고도 충돌
유-안 양강 체제…결국 갈등 불러와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뉴시스

바른미래당이 당 안팎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지방선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선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쳤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다르다 보니 결국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초는 유승민 공동대표의 경기지사 차출론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에 이어 유 공동대표의 경기지사 차출론이 불거지면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복잡미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충돌은 예고된 드라마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서 분당된 바른정당이 합쳐 하나의 정당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는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하나의 살림을 만들었다. 하지만 허니문 기간이 길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딸린 식구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승리 목표는 바른미래당이라는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계파가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명분은 바른미래당의 승리지만, 실상은 자신의 계파가 공천을 더 많이 받아 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는 어느 계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굳이 실망하거나 노여워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공천 잡음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정책홍보단 발대식에서 참석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정책홍보단 발대식에서 참석했다. ⓒ뉴시스

차출론 두고 갈등 보이는 유-안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은 바른미래당이 창당하기 전부터 제기된 이슈였다. 안 전 대표 역시 “당이 원한다면”이라며 굳이 마다하지는 않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면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장진영 전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장 전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출마는 안 전 대표에게 날벼락 같은 이야기다. 왜냐면 안 전 대표가 생각한 그림은 서울시장 후보 ‘추대’였다.

하지만 장 전 최고위원의 출마로 인해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 지도부는 장 전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경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로서는 상당히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기자회견 해프닝은 이런 안 전 대표의 속사정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날 오전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오후 2시 서울시장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만큼 안 전 대표 심경이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공동대표의 경기지사 차출론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곳곳에서 유 공동대표를 향해 경기지사 후보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원외위원장 100명은 유 공동대표의 지방선거 출마 권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유 공동대표는 당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발끈했다. 더욱이 유 공동대표는 ‘국민의당 출신이 당을 해치고 있다’고 콕 집어 반발했다. 친안계 인사들이 자신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권유하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유 공동대표 입장에서는 경기지사 출마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공천 문제다. 만약 유 공동대표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그는 공동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바른미래당 대주주 중 한 사람인 유 공동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당권은 국민의당 출신, 즉 친안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공천권 역시 친안계로 넘어가게 된다. 유승민계의 위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 공동대표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지사 출마 권유에 대해 ‘당을 해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워낙 답보 상태기 때문에 유 공동대표의 경기지사 출마 권유가 마냥 반대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당내 최대 주주 중 한 사람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전 중구 BMK웨딩홀에서 열린 대전시당 개편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오른쪽)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전 중구 BMK웨딩홀에서 열린 대전시당 개편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표출되는 유-안 계파 갈등

친안계는 계속해서 유 공동대표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 보니 유승민계가 생각해낸 묘안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다. 특히 원희룡 제주지사가 탈당을 결심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유승민계는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만약 원 지사마저 바른미래당을 탈당한다면 유승민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원 지사를 붙잡아야 하고, 그 묘안으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꿈꾸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호남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친안계에는 치명타가 된다. 왜냐면 국민의당 자체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었기 때문에 호남 세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런 호남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과연 얼마나 지지해줄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되면 안철수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친안계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절대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화학적 결합 위한 리더십 부재

이처럼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서로 갈등을 보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선 승리를 위해 뭉친 사람들이지만, 결국 지선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세력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대주주는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결합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어느 정도 갈등은 봉합되겠지만, 두 사람의 결합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공천이 끝나면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선대본부로 전환하고 선대본부장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당 운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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