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구조조정 위해 다른 하청에 업무 떠넘겨
추혜선 의원, “IPTV 재허가 심사 반영해야”
권영수 비용절감 행보, 하청 구조조정 여파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비용절감 등을 통해 연일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LG유플러스가 하청업체 쥐어짜기 논란에 휩싸였다. LG유플러스가 하청업체의 구조조정을 위해 일부 업무를 일부를 다른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LG유플러스가 하청업체인 수탁사 구조조정을 위해 또 다른 하청인 홈서비스센터에 수탁사의 업무 중 일부를 이관했다”며 “하청 노동자 쥐어짜기와 가입자 서비스 품질 저하 방치가 LG유플러스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6년 기업서비스와 유·무선망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수탁사(하청, 협력사)에 대한 수수료를 40% 삭감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추 의원과 희망연대 노조에 따르면 수수료 삭감 여파로 각 수탁사들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인력의 40%를 감축해 당초 3000여 명이었던 수탁사 인력은 현재 1900여 명만 남아있다.

이에 따라 당초 수탁사가 맡아왔던 기업서비스와 SOHO(Small Office Home Office) 인터넷‧전화 개통 및 AS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일부 업무는 홈서비스를 담당하는 다른 업체(홈서비스센터)로 이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홈서비스센터 또한 기존 인력과 시스템에 추가된 업무까지 처리하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홈서비스센터 노동들로 구성된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또한 “수탁사 구조조정에 협력해줄 수는 없다”며 해당 업무에 대해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LG유플러스가 수탁사에서 홈서비스센터로 넘긴 업무는 사실상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로 중간에 붕 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도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비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LG유플러스는 별다른 대책 없이 업무 이관을 강행하고 있다는게 추 의원과 노조측의 설명이다.

심지어 개통․AS 기사들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전산 시스템 상 업무 종류를 구분하는 항목에서 ‘소호’라는 이관된 업무를 삭제해 마치 예전부터 홈서비스센터가 수행해오던 업무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홈서비스센터 현장에서는 이미 지난 2월부터 SOHO 업무를 시작해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지 않은 비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업무를 할당하고 있다. 3월 들어서는 현장기사들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전산 시스템 상의 업무 종류 구분 항목에서 ‘소호’를 삭제해 기존에 홈서비스센터가 수행하고 있던 상품인 것처럼 위장, 노조원에게도 업무 할당 시도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하청인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할수록 수탁사라는 다른 하청 노동자들이 더 짤려나가는 상황을 LG유플러스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과기정통부가 올해 있을 IPTV 사업자 재허가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포기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서비스 안정성 저해하는 LG유플러스의 행태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대성 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운운하며 협력업체를 고쳐쓰겠다고 하던 게 LG유플러스인데, 실상은 노조가 없는 하청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노조가 있는 하청을 탄압하는 것이 LG의 민낯”이라며 “노조는 이후 모든 역량을 다해 직접고용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은 “원청 마음대로 하청업체 업무를 수시로 바꾼다는 것은 결국 하청업체 경영에 대한 결정권이 LG유플러스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하청업체 고용 안정에 대해서는 노력하겠지만 수탁사의 인위적 인력감축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홈대리점(홈서비스센터)과 관련해서는 대표와 노조, 대표와 당사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며, 네트워크 수탁사 관련 사항은 인위적 인력감축이 없음을 수탁사 대표들에게 수차례 전달한 바 있다”면서 “안정적인 고용과 근로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청업체 사정과 달리 LG유플러스는 많은 이익을 남기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지 1년만에 연간 영업이익을 7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리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 같은 이같은 실적개선은 매출증가에서 비롯됐다기 보다 비용절감의 결과라는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지난 2월 2일 발표된 LG유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4510억원으로 전년보다 6.1% 늘었다. 영업이익은 18.1% 성장한 7465억원을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이 1조9515억원으로 전년보다 2.5% 줄었고 설비투자(CAPEX)에서도 2500억원 가까이 아꼈다. 반면 투자에는 인색했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1조2558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1조4103억원에 비해 10.9% 감소한 규모다.

권 부회장이 부임(2015년 12월) 직후 수탁사 수수료도 삭감됐다. 결국 권 부회장의 비용 절감 방식의 경영이 하청업체 구조조정 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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