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發공천잡음, 중진 바람 타고 리더십 상처
조진래 공천에 안상수 시장 무소속 출마 비쳐
홍준표 “무소속 성공한 사례 드물어” 직격탄
창원 이어 다른 지역도 공천 반발
당내 중진, 조기 선대위 구성 요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공천 잡음에 휘말렸다.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창원시장 후보로 확정하면서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 대표는 “잡음 없는 공천은 없다”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면서 사천(私薦)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핀 모습이다. 여기에 당내 중진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홍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고 있다. 홍 대표는 그야말로 최대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0일 오는 6월 지방선거 창원시장 후보로 안상수 현 창원시장 대신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확정했다. 이 공천은 자유한국당에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사천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공관위는 보다 공정하게 공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가 사천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안 시장에 대한 교체 여론이 지역 내에 뜨거웠고, 창원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안 시장의 교체를 요구했다면서 절대 홍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사천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안 시장은 탈당,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뜻을 내비쳤다. 안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다시 자유한국당에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결과 수용 불가 및 공천 재논의,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결과 수용 불가 및 공천 재논의,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vs. 안상수

이 같은 안 시장의 반발에 대해 홍 대표는 잡음 없는 공천은 없다며 일축했다. 아울러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경우 오히려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불과 얼마 전 이준혁 전 최고위원에게 ‘깜냥도 안되는’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에게 상처를 줬던 홍 대표이기 때문에 이번 발언 역시 안 시장에게 상당한 상처를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안 시장은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당장 창원 지역 내에서는 이번 공천과 관련해 반발이 거세다. 책임당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홍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당원의 권리인 ‘정당 공직자 추천’을 위해 경선을 요구했다”며 “책임당원(의 목소리가) 잡음인가”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를 위해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창원 지역 책임당원들은 그간 계속해서 경선을 요구했다. 예비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선을 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선 요구는 당 지도부에 의해 무시됐고, 전략공천이 이뤄졌다. 그런데 홍 대표 최측근이 전략공천되면서 책임당원들이 단단히 화가 난 것. 아무리 안 시장의 교체 요구가 많다고 해도 교체는 경선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전략공천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신의 최측근이 후보로 낙점되면서 사천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이다.

자유한국당 창원시 5개 당원협의회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창원시장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창원시 5개 당원협의회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창원시장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사천 논란 속으로

자유한국당의 이번 창원시장 공천 논란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처음 반발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반발하는 사람이 한명 나오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반발하게 된다. 전략공천이 이뤄진 다른 지역에서도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홍 대표가 조기 진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잡음 없는 공천은 없다’며 기름을 부어버렸다. 이로 인해 공천 잡음은 오히려 더 극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공천 불복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은 이른바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홍 대표의 공천에 반발하는 여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홍준표 불가론’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100% 패배할 것이라는 공포가 후보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천 논란까지 일어나면서 홍 대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당내 중진의원들까지 나서면서 홍준표 사당화 논란은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2일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중진들은 첫 번째 간담회에 이어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조기 선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홍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들은 홍 대표의 당 대표 사퇴는 요구하지 않지만, 홍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면 안된다며 조기 선대위 구성을 요구했다. 이는 사당화 논란을 비롯해 홍 대표가 당의 얼굴로 나서 선거를 치르면 100% 패배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에서 뛰는 후보들은 홍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지원 유세 내려오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홍 대표에 대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워낙 좋지 않아 지원 유세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만큼 홍 대표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별로 좋지 않다. 때문에 중진들은 조기 선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진의 결심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진의 조기 선대위 구성 요구가 수용될 리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 대표의 독주 체제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중진의 요구로 인해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일단 중진들에 화해의 악수를 내밀었다. 지난 26일 확대원내대책회의를 연 것이다. 하지만 원내대책회의의 주재자는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라며 비정기적이고 일회성으로 그치는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면서 대다수 중진이 불참하면서 화해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이처럼 홍 대표와 중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창원시장 공천 논란이 기름을 부으면서 자유한국당의 공천 내홍은 증폭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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