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고양 향동지구 민원 접수 LH 조사
불법 다중전매 인지하고도 분양권 명의변경
대법, 사전 딱지거래 무효 판결과 정면 배치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기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속칭 ‘딱지’의 불법거래를 인지하고도 이를 용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LH에 따르면 감사원은 고양 향동지구에서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이 불법적으로 명의변경됐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LH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양 향동지구에서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두고 매수인들과 원주민들 간의 수십여건의 명의변경절차 이행청구소송이 진행됐다. 대부분 원주민들이 택지 분양권을 사들인 매수자에게 명의이전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벌어진 소송이다.

줄잇는 ‘딱지 거래’ 분양권 명의변경 소송 

LH와의 계약이 있기전 분양권을 전매한 이른바 ‘딱지 거래’ 문제로 불거진 소송이었다.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일명 딱지)은 정부가 택지지구 등을 개발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해당 지역에 거주한 원주민들에게 단독주택이나 점포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주는 새 택지 구입 권리를 말한다.

원주민에게는 시세보다 20% 싼 가격에 입주권이 주어진다. 다만 이 같은 권리는 공람공고일 1년전부터 보상 체결일까지 계속해서 소유하고 거주해야 주어진다.

따라서 분양권에 웃돈을 더 얹어 팔기 위해 LH와의 분양계약 전에 전전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원주민의 분양권 권리 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2~3중으로 웃돈을 더 붙여 분양권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보통 정식 부동산 계약이 아닌 분양권의 권리취득에 대한 채무계약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 같은 위법적 다중거래는 물론 조성 원가 수준으로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 등 불법거래가 빈번히 이뤄져왔다. 특히 이 같은 딱지 거래는 공공택지 취지를 왜곡시키고 투기적 거래를 통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양향동지구 원주민들도 LH과 이주자택지 분양계약을 지난 2016년 12월에 처음 체결했다. 마찬가지로 소송에 휩싸인 원주민은 대부분 그보다 몇 년전에 이미 분양권을 매도했고 또 대부분 수차례 전전매도된 상태였다.

분양권 매수자 A씨도 지난해 4월 원주민 B씨과 분양권을 거래 했지만 B씨가 명의변경을 거부한다며 분양권명의변경절차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투데이신문> 취재결과 원주민 B씨는 분양권을 LH와 계약 전 채권을 양도 방식으로 2~3번의 거래를 거쳐 최종매수자인 A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 같은 분양권의 다중 전매는 불법이다. 택지개발촉진법 및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이주자택지는 2차 이상의 전매는 무효로 하고 있다. 다만 1회에 한해 사업시행자인 LH의 동의가 있을 경우 전매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돼 왔다. 이후 거래는 사업자가 공급한 가격 이하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특히 택지 분양권이 미등기된 상태에서 거래되는 경우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데다 LH와 원주민 간 계약이 확정되기 전에 이뤄지는 분양권 거래에 대한 보호 규정도 따로 없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 게다가 이에 따른 적극적 규제와 처벌 등도 뒤따르지 않으면서 딱지거래를 둘러싸고 원주민과 매수자간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대법 "사전 딱지거래는 무효"...다중전매 파악한 LH

하지만 이 또한 대법원이 LH와의 계약전 전매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원주민과 LH간 분양계약체결전에 미리 판 경우 LH의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판결했다. 특히 원주민은 명의변경절차에 협력할 의무조차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원주민의 분양권 사전 거래는 무효라는 사실이 법리적으로 명확해진 셈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LH와의 계약전 다중전매의 경우 최종 매수인은 물론 1차매수인 조차 모두 소송에서 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결국 A씨는 물론 비슷한 소송에 나섰던 매수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줄줄이 소송을 취하했다.

취재결과 이 중 취하된 10여건의 소송에서 소송을 제기했던 매수자들은 다시 원주민과 택지 분양권 명의변경에 합의했다. 이후 원주민 LH에 명의변경절차를 신청했고 아무 문제없이 명의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LH가 거래의 불법성을 인지했음에도 명의변경 처리해줬다는 지적이다.

<투데이신문> 취재결과 A씨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 측은 소 취하 전 지난해 9월 경 LH에 다중전매가 된 사안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LH가 통상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묻는 내용을 담은 ‘사실조회신청서’ 보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종 매수인 측은 LH에 ▲‘계약체결 전’ 수분양권의 전전양도에 대한 심사 여부 ▲ 최초 매수인으로부터 수분양권을 2~3차 등 전전양수한 매수인의 명의변경 인정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혀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LH 측은 법리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LH가 명의변경 대상자의 다중전매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불법 다중전매, LH 사실상 방치

결국 LH가 무효처리될 다중전매임을 인지하고도 이를 제재하기는 커녕 명의변경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불법거래를 용인한 셈이됐다. 명의변경이 지난해 11월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LH와의 분양계약 전 택지 거래가 ‘무효’라는 지난해 10월 내려진 사법부의 판단도 무시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서 투기방지와 생활안전대책이라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한 것은 LH가 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함 셈”이라며 “판례 대로라면 명의를 넘긴 원주민들의 분양권은 LH에서 환수조치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H 측은 감사원의 조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전 딱지 거래 등 불법거래와 관련한 LH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LH 인천지역본부 측은 “(고양 지역 담당했던) 관련부서 관계자들이 모두 올해 발령을 받아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감사원 조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원주민이 계약을 통보해 오면 크게 서류상 문제가 없을 경우 명의변경이 가능한 사항이다. 명의변경이 이뤄진 것들이 있다면 판매부서에서는 이상없이 진행된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불법적 다중전매의 인지시 LH의 역할에 대해서는 “LH가 조사권이 있거나 수사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사전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만약 사전에 이를 인지했더라도 (사전 딱지 거래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뭐라고 답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LH에 대한 감사원 조사와 별개로 대법원의 딱지거래 ‘무효’ 판결로 이주자택지 등에서 분양권 명의이전과 관련해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례로 과거 웃돈을 얹어 택지 명의를 넘겨줬더라도 LH와의 계약 전 이뤄진 거래면 원주민이 다시 분양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사실상 이전 거래가 무효가 된 셈인 만큼 이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 택지 분양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