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연의 그린라이트㉓] 연애 도사들의 숨겨진 아픔 IV
[안소연의 그린라이트㉓] 연애 도사들의 숨겨진 아픔 IV
  • 안소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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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소연 칼럼니스트▷성우, 방송 MC, 수필가▷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 안소연 칼럼니스트
▷성우, 방송 MC, 수필가
▷저서 <안소연의 MC되는 법>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마지막 이야기

하필이면 똑똑한 놈을 만나 더 피해를 본 것은 가정환경 탓이었다. 
S에겐 학벌, 외모, 스펙... 그 무엇으로도 비교 불가한 너무나 똑똑하고 잘난 동갑내기 오빠가 하나 있었다. (오빠는 1월생, S는 같은 해 12월생) 부모님들은 그 오빠에게 인생을 거셨다. 생김새도 학교 성적도 그럭저럭 상위권인 S였지만 부모님의 모든 기대는 이미 오빠에게 다 가있었다.

 ‘S야, 너는 그냥 이대나 가면 돼, 뭘 힘들여 공부하니.’ 

S는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못살아.’ 하는 악담을 듣는 것이 차라리 더 좋았을 거라고 했다. 그 악담 속엔 기대가 채워지지 않은 자의 분노라도 들어있다는 거다. 
S는 자신을 인정해주기는커녕 어떤 기대도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복수하고 싶었다. 아니,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이 하필 ‘이대’였다. 그때부터 S는 내가 아니면 남편이라도 똑똑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눈에 불을 켜고 학벌 좋은, 머리 좋은 남자를 찾았다. S는 반드시 오빠보다 똑똑하고 잘난 남자를 만나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너무 똑똑한 남자를 만나면 오빠가 떠올라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아주 간혹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을 느끼면 또 그 놈의 거친 숨소리, 심장 박동 때문에 죄책감이 밀려 와 헤어짐을 선택해야만 했고... 

S건 누구건 연애로 스펙 쌓기를 하는 친구들, 혹은 관심 종자라고 불리는 SNS 성애자들 모두, 원하는 건 하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내가 뭘 잘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오로지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누구와도 비교 당하지 않고 인정받는 것.
그러나 그런 인정을 받고 자란 사람은 참 드물다. 
인정받지 못해 생긴 그들의 상처는 또 다른 타인에게 상처를 낸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한다. 
우리 세대부터라도 시작하면 된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한 두 명의 통치자나 떠들썩한 시민단체가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인정은 부모님이 주시는 것 아니냐고? 
아니,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면 된다.
물론 우리의 자녀세대에게는 우리가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투와 위드유가 한창이다.
‘좀 심하다, 마녀사냥 아닌가’ 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약간의 부작용 때문에 이 도도한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폭력 앞에 무릎 꿇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던 세상은 이제 끝났다. 
피해자의 용기를 지지하고 격려하자. 
그러나 그들의 발자취에서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야한다. 가해자에 대해서도 정의의 단죄와 과도한 분노를 혼동하지 말아야한다. 사실 그들이야말로 참 불우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단언컨대 그들은 단 한 번도 그 존재 자체로 인정 받아보지 못한, 마음의 장애인들이다. 

세상에는 많은 폭력이 존재하지만 성과 관련된 폭력은 대개 피해자의 인생 전체를 망친다. 그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도 상처를 입는다. 
보라, 다섯 살 난 한 여자아이가 불가항력적으로 당했던 성추행의 피해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받게 되었는가?! (S의 키스 명단은 정신과 상담 직전 75로 늘어났다!!!!)
물론 그들이 영문도 모른 채 S에게 버림받은 아픔과 S 본인의 상처를 비교 할 수는 없다. S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제대로 된 관계를 갖지 못했으니까. 
S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성범죄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씁쓸히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는 그 일로 전혀 더럽혀지지 않았다고, 누구보다도 순결한 사람이라고...

끝으로 그녀에게 캐낸 연애 불패 비법을 공개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자신감’ 이란다. 
네가 나한테 안 반하고 베겨?
이런 정신으로 무장하면 다 넘어 오게 되어있다나?
단, 자신감과 잘난 척을 혼동하지 않아야한다.
그러려면 상대를 엄청 존중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하는데... 
진정 자신감 가득한 사람은 타인 또한 진심으로 배려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란다.
연애 성공 비결이 아니라 인생 처세 성공술로 들렸다.
연애와 결혼에서는 실패를 거듭했으나 그 외의 인생에서는 성공한 S의 조언이니 새겨듣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기억하자. 연애 고수인 양 난 체 하는 주변 친구 알고 보면 몹시 불쌍한 아이라는 거. SNS 관심 종자들 애처로운 애정 결핍 환자라는 거.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주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사실 그 방법 배우자고 이 세상 와서 힘겹게 살다 가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주는 일,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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