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투병 중에도 문학공부 해 출품
“글쓰기로 고통 잊고 희망적인 삶 찾아”
생텍쥐페리 글에서 많은 영향 받아

이수정 작가 ⓒ투데이신문
이수정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아직 작가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네요. 수상 한 것도 같이 문학 공부하는 분들이랑 가족들에게만 알렸어요.”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내며 투병하는 중에도 꾸준히 문학을 공부하고 글을 써온 이수정 작가는 ‘2018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드므’와 ‘항아리, 달을 품다’를 출품해 당선됐다.

두 작품은 이 작가의 항암치료 체험과 할머니의 유물을 전통적인 문화로 연결시킨 품격을 살린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투데이신문>은 이 작가가 문학 공부모임을 위해 종종 찾는다는 울산대학교 근처의 한 카페를 찾아 그의 작품과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당선작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다가 일어나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혼자서 소리 없이 웃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Q. 수상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게 십여 년쯤 됐고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몸이 아파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행복하다.

Q.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문학소녀였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결혼 후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 꿈을 이뤄보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늘 일기를 썼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지난 3월 9일 열린 '2018년 제3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이수정 작가가 당선작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3월 9일 열린 '2018년 제3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이수정 작가가 당선작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투데이신문

Q. 본인의 수필 ‘드므’와 ‘항아리, 달을 품다’에 대해 소개 바란다.

‘드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 집안을 굳건하게 지켜낸 할머니의 이야기다. ‘항아리, 달을 품다’는 암 투병을 하면서 겪은 절망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다.

Q. 두 작품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었나.

‘드므’는 물을 담아 놓는 솥 모양의 용기다. 궁궐을 화재로부터 지켜주는 길하고 상서로운 항아리를 말한다. 인천에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나러 갔다가 동생의 퇴근을 기다리는 동안 창경궁에 들르게 됐는데 그때 처음 드므를 만나게 됐고, 궁궐을 화재로부터 지켜주는 드므가 한 집안을 지켜낸 할머니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항아리, 달을 품다’는 어느 날 박물관에 갔다가 전시된 달항아리를 보게 됐는데, 그 달항아리의 상하가 비대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유방암으로 가슴 한쪽을 도려낸 내 몸의 비대칭과 동일하다고 생각해 쓰게 됐다.

Q. 암 투병 이야기를 글에 담았는데, 글로 옮기기 힘들진 않았는지.

사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수필은 자신의 경험을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진솔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내면적인 갈등은 없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육체의 고통과 싸우는 일이 힘들었다.

Q. ‘드므’, ‘항아리, 달을 품다’를 쓰면서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나. 작품을 쓰면서 기억 남는 일이 있다면.

에피소드라기보다 ‘드므’의 느낌을 다시 느끼기 위해 창경궁에 두 번 다녀왔다. 또 달항아리를 보기 위해 중앙박물관에 세 번 다녀왔다. 몸이 좋지 않아 멀리 다녀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울산에서 서울까지 여러 번 다녀온 것은 큰 이벤트였다.

Q. 여태까지 몇 편의 작품을 집필했나.

습작시절부터 30여 편의 작품을 썼고 지금도 계속해서 쓰고 있다.

Q. 자신의 글 중 스스로 평가하기에 응시작이 아닌 작품 중 좋은 작품이 있다면.

시집살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엄마의 이야기를 쓴 ‘돌살’과 서로 다양한 성향을 가진 가족들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큐브’가 있다.

이수정 작가 ⓒ투데이신문
이수정 작가 ⓒ투데이신문

Q.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또는 창작에 도움을 준 작가가 있나.

생텍쥐페리를 좋아한다. 그의 글에서 창작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Q.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는.

<어린왕자>를 좋아한다. 출판사별, 크기별, 재질 별로 구입해 놓을 정도다. 생텍쥐페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Q. 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으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과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수필이란 무엇인가.

수필은 기록문학이다. 자신의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그것들과 화해하면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은 시나 소설과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Q. 글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고통을 잊게 해 줬고 내 안의 불화들과 화해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Q.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작품들을 쓰고 싶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