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에 시민들 우려 높아
전문가가 본 국회 대책 마련 법안 살펴보니
단기적 대책 마련 위한 입법 뒷받침 미비
인프라나 실현 가능성 검토 부족함 보여

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가 짙은 안개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가 짙은 안개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수록 정부와 국회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진다. 이에 반응해 쏟아지는 각종 관련 대책들은 곧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한다. 이는 현재 20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미세먼지의 습격’이라는 제목으로 2회에 걸쳐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에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들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고, 보다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 마련을 위한 제언에 대해 연재한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동안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삶과 맞닿아있다. 이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필수품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함께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각종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해당 대책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지적은 제시되는 대책들의 수만큼 늘어간다.

이를 두고 국회의 입법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도 관련 대책 법안을 쏟아내고, 20대 국회 동안 쌓인 관련 법안들을 꺼내 검토하고 있지만 그 처리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지는 국회에 쌓여있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들에 대해 살펴보고, 그 실효성에 대해 짚어봤다.

국회에 묵혀있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 그 내용은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중인 미세먼지 관련 법안은 49건에 이른다. 시기별로는 2016년 11건, 2017년 25건, 2018년 13건이다.

국회 환경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환경소위원회를 열고 33건에 대해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발의된 13건은 아직 상정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이처럼 더딘 법안 처리로 인해 누적된 법안들이 현재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상황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담고 있을 지를 살펴보기 위해 해당 법안들을 들여다 봤다.

이들 법안들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PM-10)는 ‘부유먼지’로, 2.5㎛ 이하인 먼지(PM-2.5)는 ‘미세먼지’로 규정하는 등 미세먼지에 대한 정의 신설부터 △극초미세먼지(PM-1.0)를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대상에 추가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기준 강화 △미세먼지 대책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이 있다.

아울러 △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 배출 시설에 대해 별도 배출기준 적용 △10년 단위로 수립되고 있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 수립 기간을 5년으로 단축 △대기오염대응센터를 설치하고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의 측정이나 감시 관찰 △정보제공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 규정 △화력발전소 등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시설에 대해 별도의 배출기준을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공해물질 배출 차량에 대한 운행제한 확대나 단계적 교체 계획 △저공해차량에 대한 지원 정비 △무공해차량 의무판매제도 도입 등과 함께 비산먼지 발생 억지를 위한 시설 설치와 필요 조치 강화 △석탄화력발전소에 오염총량관리제도 도입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기준 마련 △대기관리권역 지정제도 확대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해당 시·도지사가 강제 차량 2부제와 대기배출시설의 조업시간 변경이나 단축 등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시·도교육감에게 학교 등의 휴교 및 휴업 명령 등 요청할 수 있는 안, 중국발 미세먼지 등 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국제 분쟁 발생 논의를 위한 기구나 조직 설치 등도 발의된 상태다.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회원들이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세먼지 현 정책 공개 및 감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옐로우 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회원들이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세먼지 현 정책 공개 및 감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옐로우 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부족

본지의 취재 결과, 이같이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의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장기적 관점 모두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국장은 “어떤 것을 우선해야 되는 지에 대해 국회 안에서의 논의와 어떤 법안을 처리해야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미세먼지대책을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인위적인 조치들을 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는 것 같다. 가령 문제가 되는 석탄발전소 비중을 30% 정도로 제한하는 식의 대책들이나 수소전기차 등 논란 많은 정책들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 정치권이 단기적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미세먼지 문제의 경우, 학교 등 교육기관에 공기정화장치 설치 같은 특정 민원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치권에서도 단기적 대책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그런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전반적으로 단기적 대책에 대한 예산 편성이나 제도 보완으로만 되고 있다”며 “때문에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단기적 비상저감이나 대응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미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이종태 교수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건 중장기적인 저감에 대한 문제라기보단 단기적으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높은 시점에서 어떻게 정부나 지자체가 하느냐의 문제”라며 “단기적으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시적이라도 비상 저감 대책, 비상 대응대책을 마련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선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기적 비상 상황에서의 비상저감이나 대응대책 마련을 위해 법안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민간에서의 차량 2부제 시행과 같은 정책들을 펼치려면 법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단기적 대책에 대해선 보다 강력하게 정부의 의지와 시민단체의 요구가 반영돼 비상상황에 맞는 비상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주차장 입구에 주차장 폐쇄 안내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서울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주차장 입구에 주차장 폐쇄 안내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미세먼지 관련 특별법, 이슈성 입법이라 판단”

환경재단 미세먼지대응센터 지현영 사무국장은 미세먼지 관련 부분만을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법안에 대해 ‘이슈성 입법’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 국장은 “대기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다른 오염물질들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특별법안들을 보면 그 접근자체가 너무 미세먼지에만 집중됐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만을 대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건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 10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5년마다로 단축하는 법안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10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되, 매 5년마다 수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을 위한 특별조치에 대해서도 “시도지사가 권한을 명령할 수 있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자체규정이나 규제가 빠져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정의규정 및 규제가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녹색미래 이상현 사무처장은 수소차 등 산업 육성이나 미세먼지 관련 예보·경보 관련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 처장은 “수소차의 경우, 충전소 하나를 설치할 때도 몇억 이상이 든다. 국민의 안전, 폭발에 대한 위험 등을 생각하면 자기 지역에 충전소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며 “하지만 도심에다 충전소를 짓지 않으면 누가 수소차를 타겠나. 이런 부분들은 인프라나 실현가능성 등 여러 검토가 필요한데 이런 것 없이 산업을 육성하는 법을 만드는 건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세먼지 관련 예보나 경보의 경우도 과연 현실적으로 맞는지 모르겠다”며 “예보와 경보는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다. 오히려 미세먼지 예보와 경보를 위한 측정 기술 등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끌어올릴 것인가 선행돼야 실효성이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차량 2부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차량 2부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시민들이 하루만 차를 안 가져나가도 굉장히 불편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는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지구환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달라는 호소를 이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환경을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판단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일반시민들도 2부제에 동참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이나 일자리 창출에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은 국회에 등록된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들에 대해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인한 단기적 대책 집중 △단기적 대책 마련 위한 입법 뒷받침 미비 △이슈성 입법이 될 여지가 있는 미세먼지 관련 특별법 △인프라나 실현가능성 등 여러 검토 없는 현실성 없는 법안 등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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