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오염특성·주요배출원 간과해선 안돼
특단의 조치 뒷받침할 실효적 법적 정비돼야
대기오염, 미세먼지에 국한된 문제 아냐
장기적인 근본 생태계 인프라 조성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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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수록 정부와 국회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진다. 이에 반응해 쏟아지는 각종 관련 대책들은 곧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한다. 이는 현재 20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미세먼지의 습격’이라는 제목으로 2회에 걸쳐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에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들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고, 보다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 마련을 위한 제언에 대해 연재한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하루빨리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과 더불어 국회에서의 관련 근거나 지원 등의 입법이 필요하다.

즉, 국회에서의 관련 대책 입법의 실효성이 담보돼야 정부와 일선 지자체가 마련한 미세먼지 대책도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들은 그 실효성에서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에게 보다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제언을 들었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회원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대책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회원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대책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역 특성 맞는 대책 마련 필요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국장은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세밀하면서 큰 그림으로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차량 2부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대책에 대해 “서울을 제외한 주요 7개 대도시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30% 수준 밖에 안 된다. 그만큼 대중교통 인프라가 안 돼 있다”며 “대중교통을 타라는 대책이 그냥 구호로만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중교통을 확대할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원을 확대하는 등 큰 틀에서의 대책 마련과 함께 교통유발부담금 등 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차량 운영을 제한할 수 있도록 자동차 수요관리를 위한 법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부과금 등 제도를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른 규제 현실화와 함께 배출총량제 대상사업자의 확대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만 집중된 미세먼지 관련 대책들 이외에도 쓰레기 노상소각 등 농촌지역의 문제나 선박이나 항공 등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오염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별로 오염특성들과 주요배출원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간과됐다”며 “실제 각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나오는 요인들을 잡는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간과돼 있기 때문에 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비상저감 조치 위한 입법 뒷받침돼야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이종태 교수는 비상상황에서 비상저감 등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입법활동이 국회에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비상 상황에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민간 부분에 대한 차량 2부제 실시나 유해배기가스 배출 업소에 대한 보다 강한 규제, 석탄화력발전소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발생원들을 가동 중단하는 강력한 조치들을 할 수 있게끔 한시적인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상조건으로 인한 저감대책의 한계와 관련해 비상대응방안 마련도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농도가 높은 건 배출량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기상조건에 좌우되기도 한다. 기상조건은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서의 저감대책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비상상황에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민간 부분에 대한 차량 2부제 등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야하지만, 기상적인 조건으로 인해 효과적이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는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고 그 기간을 버티느냐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 대응안에는 비상저감도 포함되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비상대응방안으로 △야외활동이나 야외수업 금지 확대 △정확한 미세먼지농도 정보 제공 △취약계층에 대한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 공급 등부터 시민들의 건강피해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이 같은 조치들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부분들이 법령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자체 등은 관련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 의지는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법령이 없어 못한다고 한다. 법적 제도가 없다는 건 예산도 준비가 안됐다는 걸 뜻한다. 관련 법령이 없으면 그런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비상조치 상황에서 지자체나 정부가 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뒷받침할만한 실효적인 법적 정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미세먼지 나부터 시민행동선언 및 국회와 정부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미세먼지 나부터 시민행동선언 및 국회와 정부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장기적 관점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손봐야

앞서 “대기오염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만을 대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건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환경재단 미세먼지대응센터 지현영 사무국장은 기존 대기환경보전법 내의 규정을 개정하거나 강화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 국장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촘촘하게 미세먼지와 관련해 규제하거나 규정상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넣는 부분이 없었던 것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개정이 좀 더 촘촘하게 돼야할 필요성은 있지만, 대기오염은 미세먼지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대기관리부분에서 규정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 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에 특별법 아니라 기존에 있는 법을 다듬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먼지만 정의규정에 들어가 있는 것을 세분화시켜 PM(Particulate Matter, 입자상 물질)10, PM2.5에 이어 PM1.0까지 규정하고, 전구물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물질,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유기화합물 등)에 대한 용어 정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부에서 수립된 구체적인 관련 계획들이 부처간 협력 등 집행단계에서 힘을 받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의 심의 위원회 등 상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 국장은 “근원적으로는 환경부를 격상시켜 장관을 환경부총리로 하고, 에너지와 미세먼지 문제를 포함한 대기정책, 온실가스감축 등을 일원화해 관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기본 계획은 환경부에서 수립하되 상위기구 심의를 통해 부처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제일 타당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부처간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 이를 조율할 기관이나 기구 설치가 전제되려면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 생태계 인프라 조성 필요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녹색미래 이상현 사무처장은 근본적인 생태적 인프라 조성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사무처장은 “콘크리트 블록 등으로 가득한 도심은 생태적으로 좋은 수준이 아니다”며 “가로수들도 사람들의 그늘막을 형성하지 못하고 차량 공해도 흡수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미세먼지를 없애고 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심 공원 만들기, 나무심기 같은 근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며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앞 등 곳곳에 식물이나 나무심기 등의 조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차량 등급제나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난방용 보일러 등에 대한 관리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전문가들이 언급한 보다 실효성 있는 입법을 위한 제언을 종합해보면 △지역 특성 맞는 세밀하면서도 큰 틀의 미세먼지 대응 대책 마련 △비상상황에서 비상저감 등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입법 뒷받침 △장기적 관점에서 대기오염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근본적인 생태계 인프라의 조성 등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들 중 대다수는 아직 계류 중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해당 법안들은 앞서 살펴본바 그 실효성에도 의문점이 발견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효율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입법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 입법에 대한 국회의 빠른 처리도 담보돼야 하지만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보다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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