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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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 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그만큼 더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마가복음 12장 38~40절 공동번역개정)

예수가 자신을 따르던 군중과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예수는 당시 권력을 갖고 있던 율법학자와 서기관 등을 향해 겸손하라고 꾸짖었으며 제자들에게는 이들을 본받지 말라고 가르쳤다. 또 스스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예수는 자신의 목숨을 내주면서까지 인류를 섬기는 모습을 보였다.

교회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집단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중들에게 교회의 모습은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비춰진다.

이는 ‘개독’이라는 개신교에 대한 비난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 교회는 목회 부자(父子)세습, 목회자의 성범죄, 불투명한 재정관리, 소수자를 향한 혐오발언 등 한국사회 적폐가 집약돼 있다.

그러나 수많은 부조리에도 교회는 굳건히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교회는 보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한 곳이다.

‘적폐의 성역’인 한국교회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꾸준히 교회개혁에 목소리를 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김응교 교수 등과의 대담을 통해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한 책 <권력과 교회>를 출간했다.

김 실장은 강 교수와의 대담에서 목회 부자세습을 비롯한 교회 내 권력세습과 ‘종교인 과세’를 통해 재정 불투명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진단하고 교회 내의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서도 낱낱이 파헤친다.

박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인맥을 형성하고 자본가에게 노동착취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등 ‘특권층의 안식처’로 자리 잡은 대형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낸다.

한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서북청년단’의 극우 행동주의, 반공·반동성애를 기치로 삼은 ‘태극기부대’ 등 한국교회 반지성주의의 뿌리를 찾고 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교회 시스템의 문제와 진정한 교회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김 실장은 대담을 통해 대형교회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작은 교회 운동과 사회적 영성에 집중한다. 김 실장은 이를 “소수자에게 열린 영성이고, 독과점과 대물림을 정당화하는 권력화 된 제도에 반대하며, 권력의 효과를 모두가 공정하게 나누는 영성”이라고 말한다.

<권력과 교회>를 통해 한국교회를 이해하고 이를 개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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