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vs. 김태호, 낙동강 바람은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정권재창출 교두보 확보 필요
자유한국당, 보수의 아성 절대 뺏길 수 없어
친문 vs. 친박 대결, 대권 가도 위에
바람 어디로 불지 아무도 예측 못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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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로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을, 자유한국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민주당으로서는 부산·경남을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반면 보수의 아성을 지켜야 하는 자유한국당은 사활을 걸고 경남을 지켜야 한다. 경남을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치열한 경쟁이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 녹아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후삼국시대 후백제의 견훤이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이 금성(현재 나주)을 차지한 왕건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완산주(전주)를 계속해 노린 것이었다. 견훤은 금성이 뒤에 있기 때문에 원정을 가지도 못했다. 원정을 가는 사이 금성에서 쳐들어와 궁을 함락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계속 금성을 점령하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왕건에게 나라를 넘겨줘야 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부산·경남을 민주당에게 빼앗긴다면 견훤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만큼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경남은 대구·경북에 이어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를 민주당에게 뺏긴다는 것은 보수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며, 자유한국당이 설 땅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경남이 무너지면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으로 세력이 쪼그라든다. 이는 앞으로 세력 확장을 하는 데 있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경남을 계속 장악해야 낙동강 바람을 타고 수도권에 상륙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경남을 빼앗기게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예비후보 김경수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예비후보 김경수 의원 ⓒ뉴시스

정권재창출 위한 요충지, 경남

민주당에게 부산·경남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부산·경남을 틀어쥐고 있으면 정권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지사는 그야말로 중요한 자리다. 과거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보수정당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자진사퇴하면서 경남지사직은 다시 보수정당의 몫으로 돌아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남지사를 되찾아와 정권재창출의 밑그림을 완성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경수 후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친노 핵심 중 핵심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만약 김경수 후보가 경남지사에 당선된다면 친문 핵심 인사가 정치권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정권재창출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되면서 사퇴한 경남 김해을 지역구 재보선도 고민이다. 121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 입장은 1석이 아쉬운 상황이다. 현재 김해을 재보선 후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국민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해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봉하마을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김해을 지역구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까지 관련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남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김해을 재보선도 챙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예비후보 김태호 전 경남지사 ⓒ뉴시스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예비후보 김태호 전 경남지사 ⓒ뉴시스

자유한국당, 전략공천 당내 반발은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 후보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전략공천했다. 김 전 지사가 경남지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표심을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보수의 아성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태호 후보는 행정적 경험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 등을 쏟아내면서 ‘친박’ 인사로 분류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보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드보이’ 이미지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노인들은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올드보이’ 이미지를 벗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전략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어떤 식으로 봉합할 것이냐다. 당 지도부가 경남지사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들은 만약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기초단체장 공천 등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김태호 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경남지사 선거 핵심 변수, ‘친문·보수 아성’

경남지사 선거의 핵심 변수는 ‘친문’과 ‘보수 아성’이다. 김경수 후보는 초선 의원으로 행정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혹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채우고 있다. 이는 결국 ‘친문’ 바람을 경남에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경남지사를 역임한 경험이 있는 행정가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남이 ‘보수의 아성’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레임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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