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중심 인사, 측근 후계 가능성
사측 "외부 위원회 통한 객관적 인사"

권오준 포스코 회장ⓒ뉴시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과 후임 CEO가 누가 될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임시이사회에서 사퇴를 표명해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한 이사들은 사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으나 권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이 같은 절차를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CEO 공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CEO 선임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키로했다.

‘예상됐으나 갑작스러운’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피로누적과 같은 건강상 이유와 함께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사임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의 압력설과 검찰 내사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오랜 교체설에 시달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명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물려준 전례가 많았는데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해외 경제사절단 명단에 번번히 제외되면서 교체설이 촉발됐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교체설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이명박 정권 시절 권력유착 등 각종 비리 의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과거 정권에서의 비리 의혹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선을 지우기 힘들다.

지난 2014년 4월 박근혜 정권 당시 회장직에 오른 권 회장은 선임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영향력을 행사했고 권 회장이 청와대의 요구에 협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최순실씨가 포스코 회장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 검찰에 권회장 등 25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또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강요했다는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권 회장의 관여 여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포스코가 자원외교 사업 등 권력유착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됐다는 점도 권 회장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포스코 전‧현회장 정준양‧권오준을 구속 수사하라!’ 게시물이 호응을 얻는 등 권 회장을 향한 수사와 이에 대한 사법 처분 요구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도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함께 교체설이 제기됐던 KT 황창규 회장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건낸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가 권 회장의 퇴진 결정의 도화선이 됐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권오준 이후, 또 측근 승계?

권 회장이 사임을 결정한 만큼 문제는 다음 CEO로 누가 선임되느냐다. 포스코 측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승계 시스템을 강조하며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준양-권오준을 잇는 측근 승계, 또는 정권 차원의 외부 낙하산 인사가 다시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CEO가 누가 될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권 회장의 사임 배경에 정권 개입 의혹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차기 회장 선임을 통해 의혹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권 회장은 취임 전부터 선임이었던 정준양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정 전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직속 선후배 사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MB맨’으로 통하던 정 전 회장을 대신해 권 회장이 자리에 올랐다.

권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이명박 정권이 포스코를 이용한 자원외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당시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는 이번 인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 제기된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회장에서 권오준 회장으로 이어진 측근 인사라는 세간의 시선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포스코가 드러낸 의지와 달리 차기 CEO 선임이 안팎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물러나도 측근을 통해 후계 구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권 회장에게 유리한 내부 승계시스템을 이용해 ‘권력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CEO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 모두 권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포스코는 권 회장과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 3인 대표체제를 유지해왔다. 특히 장 사장의 경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구조연구소 소장 출신으로 RIST 원장 출신인 권 회장의 직속 후임 격이다.

권 회장은 부임 후 RIST는 물론 기술‧연구직을 중용하는 인사를 펼쳐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사임 직전 임원 인사는 RIST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권오준 체제 강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권 회장이 물러나도 결국 권 회장 영향권 안에서 차기 CEO가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측은 권 회장의 측근 인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외부 인사 가능성은 들어봤어도 측근 인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CEO 선임은 대부분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측근을 선임한다던지 그렇게 진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 후임 인선과 관련해 그 어느때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날 이사회에서는 CEO 선임단계의 맨 첫단계인 CEO 승계 카운슬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CEO 선임 절차와 구체적인 방법 등은 내주 초에 열리는 승계 카운슬 1차 회의에서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사외이사 5명과 현직 CEO로 구성된 CEO 승계 카운슬은 기존 내부 핵심 인재 육성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내부 인재와 함께 외부 서치 펌(Search Firm) 등에서 외부인재를 발굴해 이사회에 제안한다.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CEO 승계카운슬을 구성해 후보군을 발굴하고,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 자격심사 대상을 선정한다. 이후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의 자격을 심사한다. 이후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후보를 확정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이 되는 사내이사를 선임하고 주총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한편, 포스코는 권 회장이 임기 중 사임을 선언하면서 업무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승계카운슬이나 이사회 등 각종 의사기구를 빈번히 가동해 가급적 빠른 기간내에 임시주총을 통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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