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남북관계 해빙 가져온 평창올림픽
남북-북미 정상회담 길 연 대북특사단 파견

지난 3월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7년 이후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열린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화 무드로 바뀌었고 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5월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앞선 2번의 정상회담과는 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등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이번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과 북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남북은 정상회담 관련 실무회담을 이어가며 4.27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조율을 해나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실시까지 남북은 긴 여정을 이어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시작한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베를린 구상’을 거치며 구체화됐다.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일순 진전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평양으로 파견된 대북특사단은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갖고 귀국했다.

이와 함께 5월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까지 이어지며 남북관계는 11여년 만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北 6차 핵실험에 위기 맞은 베를린 구상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반도 운전자론’을 꺼내 들었다.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권을 갖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후 베를린 구상으로 구체화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새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며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 등을 5대 정책과제를 내세웠다.

정부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맞춰 북한에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수차례 이어졌고, 지난해 9월에는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유엔은 추가 대북제재에 나서며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에 대해 ‘리틀 로켓맨’, ‘병든 강아지’,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등으로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설까지 고조되기도 했다.

이어 10월 흥진호 나포사건, 11월 판문점 귀순 북한군 총격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한반도 운전자론’, ‘베를린 구상’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며 북핵 해결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그러면서 미국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하는 등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유화책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변곡점 된 평창동계올림픽

이처럼 2017년 한 해 동안 평행선을 이어오던 남북관계는 올해 시작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월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공개 제의했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이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 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고 화답하면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 만에 처음 열리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선수단 파견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활성화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을 포함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후 2월 9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며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필두로 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북미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북미관계의 새 국면이 예고됐다.

지난 3월 5일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5일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특사단 방북, 남북-북미 정상회담 길 열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은 대화의 고리를 이어갔다.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의 환대 속에 △4월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명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표명 △대화 지속간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실험발사 등 전략도발 중단 및 남측을 향한 재래식 무기 불사용 표명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초청 등의 성과를 갖고 돌아왔다.

귀국 이후 특사단은 바로 방미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정의용 실장은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바로 북미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의 위기부터 시작해 평창동계올림픽, 대북특사단 파견 등의 주요 변곡점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무게도 그만큼 늘어났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되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북미 간 정상회담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17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길잡이 회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합의와 떼려야 뗄 수 없기에 북미회담의 의제가 중심돼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앞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는 다른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곡점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은 긴 여정 끝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다다랐다.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북미정상회담과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과 6자회담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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