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지도자 최초로 방남하는 김정은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상징적 장면은
한반도 비핵화 위한 이정표 나오나
종전협정 이어 평화협정 이뤄질까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지난 2007년 이후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열린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화 무드로 바뀌었고 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5월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앞선 2번의 정상회담과는 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등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이번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라는 사실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최초로 남측 지역에서 열린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또한 다음달 말에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러시아, 중국, 일본과의 6자회담까지 개최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현재 남북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이어가며 관련 사항들을 최종 조율 중이다. 남북은 18일 열린 2차 실무회담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악수하는 순간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과 행보를 생방송으로 알리기로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어떻게 판문점에 도착할지에 먼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전경 ⓒ뉴시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전경 ⓒ뉴시스

남북 정상 최초 만남은 어디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남하게 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앞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다.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항공편과 차량을 이용해 방북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당시 노란선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가며 상징적인 장면을 남겼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남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거나 차량을 이용해 평화의 집 앞까지 오느냐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걸어 나와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 문 대통령이 우리 측 군사분계선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상징적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차량을 이용해 내려올 경우에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양 정상 간의 만남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동반 여부도 관심이 몰린다. 이번 정상회담에 리 여사가 동반하게 되면 김정숙 여사와 남북 최초 ‘퍼스트레이디’ 회동도 성사될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양 정상 내외가 한 테이블에서 오찬을 함께하는 남북정상회담 최초의 장면도 연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저희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된다면 처음부터 될지, 중간에 합류하게 될지 등의 문제가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중요한 협의 과제로 남아있고 마지막까지도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남북 정상은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환담 후 단독정상회담과 양측 고위급 관계자가 함께 배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을 이어가게 된다.

확대정상회담과 관련해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의 회담 스타일을 보면 많은 사람이 배석시키진 않는 거 같다. 그래서 우리도 공식수행단을 어느 정도로 압축할지 막바지 조율을 해야 한다”며 “다만 회담 성격상 통일부 장관 외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까지 공식수행원으로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에서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를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에서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를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의제, ‘한반도 비핵화·종전 협상’

이렇게 시작될 본격적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다룰 의제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직결될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날 양 정상이 어떤 의제를 갖고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 등 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임 실장도 “과거 6.15. 10.4 때처럼 남북 간의 많은 경제협력이나 교류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담지 않을 생각”이라며 “중요한 핵심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재 남북 간 최우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길을 여는 확고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 간의 대화에서 완결될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비핵화 문제에 대한 출발점을 잡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완전한 비핵화나 항구적인 평화정착, 그로 인한 획기적인 관계 개선, 이것은 남북관계 개선만이 아니라 북미 관계, 한반도 주변지역에서의 관계 개선까지 도모하는 조심스러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선 일괄 핵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에 반해, 북한은 ‘단계적 핵 폐기에 이은 단계적 보상’ 방식의 ‘이란식 핵 폐기’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간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대안으로써의 ‘한국형 핵 폐기’ 모델 논의의 시작점을 만드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 협정’ 역시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재 남북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간 휴전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불안정한 휴전상태 대신 종전 협정 이후 평화 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지 여부가 포인트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19일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도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합의를 (4.27 남북 정상선언에)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며 “그런 표현(종전이나 적대행위 금지)이 이번 정상 간 합의문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청와대는 ‘판문점 회담 정례화’도 중요한 의제로 보고 있다.

임 실장은 “이번 회담의 평가에 따라 정상회담의 정례화와는 별개로, 판문점 회담이 정착될 수 있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일체의 의전이나 행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중요한 의제에 집중한 실질적인 회담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남북 대화를 그간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판문점에서 열리는 정례회담으로 구축해 중요한 이슈와 관련해 허례허식을 제외한 실질적인 회담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마친 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마친 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남북공동성명에 담길 내용은

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6.15. 10.4 공동선언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물을 발표하게 된다. 이번 회담의 결과로 나올 이 공동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도 중요하다.

임 실장은 “4.27 선언이 될지, 판문점 선언이 될지, 여기에 담을 내용을 상당히 고심해 마련 중”이라며 “뼈대는 마련했고 대통령과도 세 차례 검토했다”고 말했다.

또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상 간에 조정하고 합의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준의 것을 담을 수 있을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경제협력이나 남북교류에 대한 부분은 많이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뒤이어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임 실장은 “과거 6.15. 10.4 때처럼 남북 간의 많은 경제협력이나 교류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그렇게 담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이번 정상회담은 대통령께서 ‘길잡이 회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뒤의 북미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는 가와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북미회담에서 다뤄질 의제가 중심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북미회담까지 잘 된다면 비핵화 문제가 길을 찾아간다는 전제로 남북 간에 앞으로의 합의들은 어떻게 확대, 제도화해나갈 수 있다, 이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진행될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앞으로의 남북관계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과는 달리 곧이어 열릴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실효적인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미) 양국이 의지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목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처럼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릴 정상회담이 곧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 수 있을지, 또 이를 통해 한반도 관계 개선을 이루는 시작점으로써 확실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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