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노동자, 보호 대상 아닌 정치 주체”
김진숙 “노동자, 보호 대상 아닌 정치 주체”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8.04.2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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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비정규직 노동자의 서울시장 도전’
도와달라는 방식으론 근본 문제 해결 어려워
가장 절실한 당사자들의 직접정치 만들어내야
서울 변화 동력, 비정규직·청년 중심돼야
비정규직 노동자 살 수 있는 서울 만들 것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백화점 판매사원,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였다. 그 다음은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를 세운 노동운동가,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위원까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민중당 김진숙 후보가 걸어온 길이다.

김 후보는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민중”이라 말한다. 그동안의 노동운동을 통해 기성정치에 기대거나 도와달라는 방식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경험을 얻었다고 한다.

“노예제를 바꾸는 건 노예 편에 서 있는, 노예와 친한 노예주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예 자신이 들고일어났을 때 뒤엎을 수 있다. 현대판 노예제도인 비정규직 문제 안에 청년, 여성 문제가 다 포함돼 있다. 우리 자신이 나서서 뒤엎어야 한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현대판 노예제도로 비유했다. 이 착취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슬로건이 ‘7530의 직접정치’, 즉 최저임금 7530원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정치’다. 

본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정치’를 외치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김 후보를 만나 그가 꿈꾸는 서울에 대해 물었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치에 나선 까닭

김 후보의 말은 단호했다. 정치에 뛰어든 목표에 대해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면서다. 그는 새 시대의 진보적 가치에 대한 가장 절실한 당사자들의 직접정치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출마 계기를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여성들, 청년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다. 그들에게 같이 정치하자고 말하는 리더가 되는 정치가 필요한 것 아니겠냐는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됐다.”

이런 김 후보의 포부를 살펴보려면 그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노동운동에 나섰던 건 아니었다. 10여년 전, 그는 마트 순환직 판매사원으로 일하면서 관리자의 지독한 폭언에 시달렸다.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여러 협력업체 동료들과 함께 점장에게 항의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폭언을 했던 관리자는 승진에서 누락되고 타 점포로 자리를 옮겼다. 김 후보와 동료들이 거둔 작은 첫 승리였다.

이후 자리를 옮긴 김 후보는 2013년, 당시 무노조 사업장이었던 홈플러스에 9명의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세웠다. 이어진 첫 단체협약에서 여러 성과가 나왔다. 아프면 월급 받고 쉴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유급으로 30분을 쓸 수 있는 휴게의 권리도 얻었다. 점점 투쟁의 결과들이 쌓였다.

이어 임금협상에 나섰지만, 앞선 결과들과는 달리 저임금 사업장으로 고착화된 굴레를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최저임금보다 10~20원 더 많은 임금이 전부였다. 김 후보는 최저임금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으로서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조직된 노동자들에 의한 투쟁의 성과물들이 전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된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 당사자로서 조직된 노동운동이 미조직된 수많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아졌다.”

‘비정규직 노동자 최초의 서울시장 후보’

‘비정규직 노동자 최초의 서울시장 후보’. 김 후보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같이 정의내렸다. 이 정체성에 대해 그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7530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자체가 절망에 내몰리고 힘들게 생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정치에 소외된 사람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정치에 나설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다.”

김 후보는 기성정치가 노동자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노조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에 미뤄봤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도와달라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정치하자는 목소리가 서울 전역에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 같은 정체성이 곧 자신의 강점이라 전했다.

“시민들이 박원순 시장을 바라보는 느낌은 시민의 편에 있는 시민운동가다. 반면 김진숙은 ‘나 같은 사람’, ‘나와 다르지 않은 저 사람’이다. 김진숙을 나라고 보는 사람이 서울에 살고 있는 500만 노동자다. 그게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7530의 직접정치’

‘7530의 직접정치’는 그가 이번 선거 슬로건으로 내건 승부수다. 김 후보는 ‘7530’은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이자 대다수의 노동자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800만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1000만명, 그중 절반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바로 최저임금 7530원이라고 귀띔과 함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된 지금 우리 사회의 개혁이 ‘딱 7530원만큼의 개혁’이라고 평한다. 소득 불평등·빈부격차 해소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까지 다다르지 못한 개혁이라는 의미에서다.

“최저임금 1만원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주자’가 핵심이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우리가 말했듯 내수경제 활성화와 빈부격차 해소, 재벌에 집중된 부를 나누는 여러 의미가 있다.”

때문에 김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이 중단 없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월급만 많이 주자는 의미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나가기 위해서는 재벌을 개혁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부여하는 문제에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현 단계에서 최저임금 7530원마저도 빼앗아가려는 게 재벌과 정치권 모습이다.”

그는 현재 여야가 벌이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었다. 여야 모두 7530원의 최저임금 결정금액을 후퇴시키려 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힘없는 노동자들 안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기 위해 올해 해야 할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지금 여야의 모습을 보면 최저임금위뿐 아니라 국회나 기득권 정치권의 분위기 자체가 최저임금 1만원 회의론, 후퇴론 등을 들고 나올 우려도 많이 든다.”

김 후보는 이렇게 기득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일 정치권력이 필요한 사람들이라 말했다. 경제권력이나 행정권력이 정치권력까지 다 쥐고 있는 현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말 정치의 힘이 절실한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의 삶에 정치의 힘이 필요한데 그들이 정치에서 소외된 현실에서 우리가 직접정치의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 그게 7530의 직접정치의 의미다.”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김 후보는 그간 박원순 시장이 운영해온 시정의 한계로, 노동자를 제3자의 입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노동자를 단지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정의 한계는 노동자들을 더 지원하고 보호하는 수준으로, 관점 차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노동자 입장에서 시정을 이끄는 것과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제3자의 입장으로 보느냐는 다르다. 민중당이나 저는 결국 정치가 노동자 입장에 서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중요한 건 서울의 변화를 일으킬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동력에는 비정규직과 청년이 중심에 서야 한다. 그들이 서울의 주역이 되려면 그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전제해야 된다.”

그는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이 살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시정에 참여하는 걸 넘어 직접 서울을 운영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비로소 일하는 사람들의 서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노동자, 시민은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이자 동력이다. 누가 더 많이 지원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일하는 노동자, 시민에게 권력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권력이 생기면 노동자,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책으로 만들고 토론도 하면서 직접 서울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김 후보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노조하기 쉬운 서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듯 노동자는 스스로 노조를 건설하고, 노조에 가입하는 등 스스로 조직된 힘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현재 10% 미만 수준인 노조 조직률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서울시민 모두가 노조를 스스로 건설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권장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지원할 생각이다. 아울러 노동자의회, 노동전담 부시장, 노동전담부서 등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시정에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 ⓒ투데이신문

서울을 바꿀 3대 적폐청산

이런 서울을 만들기 위해 김 후보는 서울시민의 실질적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3대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재벌 적폐, 불로소득 적폐, 미군 적폐청산이다.

“재벌들과 대기업들에게 노동자들은 한번도 사람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검은돈들이 재벌로부터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권리를 빼앗는 것도 재벌이다. 재벌과 당당히 맞서는 서울시장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울은 부동산 투기가 굉장히 심각한 지역이다. 집값이나 전월세 상승을 내버려 두고 전월세 대출을 조금 더 쉽게 받게 해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건 중앙정부와 소통해야 할 문제긴 하지만, 서울이 가장 큰 부동산 투기지역이라는 것에 주목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주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미군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과 관련해 철저한 책임 추궁을 역설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 철수문제가 공론화될 것이고,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은 용산 미군기지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 서울시가 하고 있는 건 세금으로 그 오염을 정화해주는 수준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있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치유와 배상 문제까지도 미군한테 철저히 물어야 한다. 이 문제에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서울시장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

“노동자의 정치적 가능성 보여주는 6.13 지선 돼야”

김 후보는 이번 6.13 지선이 “단순히 정권심판이나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 주체로는 개혁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노동자들의 정치·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문제 등 사회개혁은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직접정치의 힘과 지평이 확장되는 선거여야 한다. 그간 정치에 참여하지 못한 저 같은 사람들이 이번 지선의 주인공이 돼야 하고, 우리가 가진 정치적 잠재력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느냐라는 가능성을 기존정치에 보여주는 장이 돼야 한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에게 ‘이런 걸 하겠다’는 달콤한 공약을 앞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조하는 건 다시 ‘직접정치’다.

“‘뭔가 불만인 것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자존감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열어주는 게 정치여야 한다. 민중당은 그걸 하기 위해 만든 당이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출마했다. 서울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우리가 직접 정치하고, 우리가 직접 바꿔내고, 우리가 주인 된 권리를 행사하는 서울을 만들자는 것이다.”

김 후보는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앞서 말했듯 정치인이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는 권력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싸우는 것이다. 이걸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내버려 두면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지선이 서울의 노동자, 시민들 사이에서 ‘정치는 이런 것’이라고 논하는 열정이 생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걸 논하지 않은 정치인들에게 모두가 소리 높여 비판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이 살 수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김진숙 후보. ‘7530’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직접정치 실현을 향한 그의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