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미친 급여·퇴직금 미청구 합의 요구
사측 "정규직 강제아냐. 개인사업자로 남아도 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호나이스 관련 청원글ⓒ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호나이스 관련 청원글ⓒ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청호나이스가 엔지니어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그 동안 청호나이스의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품의 설치와 A/S업무를 수행하는 엔지니어(기사) 중에는 청호나이스 직원이 없었다. 모두 개인사업자 자격으로만 청호나이스와 용역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이에 청호나이스는 자사의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품 설치와 A/S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서비스 전문회사 ‘나이스엔지니어링’을 다음달 1일 출범, 그동안 위탁 계약을 체결해 운영해왔던 1700여 명의 엔지니어들 중 희망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키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측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급여에 무리한 근무조건, 정규직 채용 조건으로 퇴직금 미지급 합의 요구 등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서비스센터 기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달아 청호나이스 고발 관련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근무여건 열악·최저임금도 안되는 급여? 

우선 정규직이 무색할 정도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급여체계를 문제삼았다.

지난 24일 청호나이스에서 AS기사로 근무 중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청호나이스 기업 갑질 근절 부탁 드립니다’는 청원글을 통해 “모든 A/S엔지니어를 정직원으로 전환 하겠다며 말도 안되는 근무 조건으로 그만 두던지 따르던지 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되어 청원 드린다”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정규직 조건은 상의 한마디 없이 다음과 같다”며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보다 적은 7320원 ▲근무 시간은 평일 오전 8시 출근 6시 퇴근, 주말 8시 출근 5시 퇴근(소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제외한 평일 초과 5시간+ 토요일 7시간에 대한 가산금 지급하지 않겠음) ▲ 퇴근 시간 이후에만 가능한 고객들의 A/S와 점검은 무조건 해야함 ▲상기 조건의 업무는 모두 자가 차량으로 진행해야 하며 별도의 유지비용 지급하지 않는다는 등 조건을 공개했다.

청원자는 “이 모든 업무의 급여는 세전 170만원(식대 포함)”이라며 “많이도 안바랬다. 최저 시급 만큼만, 근로 기준법에 준한 급여로 처자식 먹여 살리며 살아 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사측이 정규직 전환시 퇴직금에 대해 따지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하게 하며 불합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퇴직금 요구 안한다’ 합의서 요구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규직 채용 조건으로 그동안의 퇴직금을 주지 못한다는 청호나이스를 고발한다’는 청원글이 또 올라왔다.

최근 팀장으로 승진한 엔지니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그동안 근무 기간동안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추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해야 채용을 해주고 있다”며 “물론 개인사업자로 근무를 하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청호나이스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며 합의서를 받는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청원자가 공개한 합의서 내용을 보면 “수탁자는 개인사업자의 지위에서 위탁자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위탁자의 근로자가 아니기에 퇴직금, 기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일체의 수당 청구권이 없음을 확인하며, 추후 이와 관련하여 민‧형사‧행정상의 소송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그동안 일했던 기간에 대한 퇴직금등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퇴사자들이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추후 이와 같은 소송을 막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고 있다는 게 엔지니어들의 주장이다.

청원자는 “엄청난 금액의 1000명이 넘는 인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급기야 지난 26일에는 ‘청호나이스 부상한 갑질에 전국 엔지니어님들 모두 파업에 동참하자’는 청원들이 올라오는 등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사무소의 경우 기사 전부가 사직을 준비하는 등 법적인 소송을 검토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7일 기준 청호나이스 고발 관련 청원에 참여한 인원만 1만3000여명이 훌쩍 넘어섰다.

청호나이스 측은 정규직 전환 자체가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급여 조건에 대해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어떻게 어길 수 있겠나.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면 엔지니어들이 남아 있을 수 없다”며 부인했다. 이어 “AS엔지니어의 경우 편차가 있겠지만 기본급에 판매수당, 거리별 이동거리 감안한 급지 등 수당까지 포함돼 보통 평균수당은 200만원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규직 전환의 기본적인 취지는 고객들이 서비스 질 향상과 엔지니어의 안정된 고용 보장”이라며 “정규직 전환은 강제가 아니다. 수당 등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기존 개인사업자로 남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퇴직금 미지급 관련 합의서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퇴직금은 개인사업자였기 때문에 지급할 명분이 없다”며 “개인사업자와 상황이 다른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니 만큼 법에서 정하는 신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주지시키기 위한 조치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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