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명시, 종전체제로 전환 등 포함
‘한반도 운전자론’ 의지 문서화 의미 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서로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서로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했다. 이날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 안착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생각보다 낮은 수준의 합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은 오는 5월로 예정된 북미대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비핵화를 명문화하고 종전체제를 위한 서로의 노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른바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이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비핵화’와 ‘종전(평화)체제’, ‘남북교류’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판문점 선언을 하기까지 지난 1월 1일부터 남북은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결과, 한반도 평화 안착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그런 점에서 이날 판문점 선언은 상당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10·4 남북정상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도 또 다른 의의를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비핵화, 북미정상회담 교두보

일각에서는 이번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 문구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언문을 살펴보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남북 두 정상으로서는 비핵화와 관련해 이렇게 담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다시 말하면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의 의지만 담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담고 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의지를 얘기해왔지만, 이를 문서화하지는 않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명문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제사회에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문서로써 보여주는 셈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는 북미대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서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미수교 등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비핵화 의지를 이번 판문점 선언문에 담은 것은 상당한 의의를 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낮은 수준의 선언문’이 아니냐는 비판은 섣부른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평소에 얘기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이번 선언을 살펴본다면 오는 5월 중순 미국을 방문,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담은 판문점 선언문을 제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한반도 운전자론의 의지를 문서에 확실하게 담아낸 것이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이번 판문점 선언의 또 다른 의의는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다. 양 정상은 앞으로 더 이상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내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하면서 비무장지대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냐의 숙제가 남아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내용은 이번 선언문에 담겨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고, 먼저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GP 초소를 없애는 것은 물론, 비무장지대에 있는 중화기를 비무장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특이점은 10·4 정상선언에서 논의됐던 서해평화수역이다. 당시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이름 붙여졌다. 해당 내용은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뤄지지 못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이번에 계승됐다. 서해평화수역을 만들어 공동어로를 관리하면 서해지역 어민들은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중국의 불법조업 역시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서해지역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남북교류, 개성공단 재가동은

이날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 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6·15를 비롯해 남북 다 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 공동행사를 적극 추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밖으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했다.

또한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 교류는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외부의 간섭 없이 남북만으로 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은 유엔 사령부 혹은 미국 등 주변국의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남북 교류는 외부의 간섭 없이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유엔 대북 제재가 걸림돌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27일 11년 만에 만난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다. 김 위원장이 실천적 대책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올가을 평양을 방문한다. 평양 방문은 단순히 남북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한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번 판문점 선언이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면 올가을 평양 방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