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 정춘숙 의원
성범죄, 여성 대한 폭력·차별의 극단적 결과
이주여성 미투, 법적 대응해도 구제 어려워
사회문화 인식개선·법제도 정비 필요
‘피해자 중심주의’ 입각해 보완돼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춘숙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춘숙 의원실 제공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예술계와 연예계,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로부터 3달여, 이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아직도 2차 피해로 연결되고 있으며,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법 조항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가로막고 있다.

또 미투운동이 점차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투에 대한 반대급부로 퍼지고 있는 펜스룰은 또 다른 성차별을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불안한 사회적 지위에 놓여있는 이주여성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도움을 청할지 모를뿐더러 법정 대응에 나선다 해도 구제받기 쉽지 않은 등 아직까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에 본지는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자 미투 1호 법안을 발의한 정춘숙 의원을 만나 미투운동의 본질과 앞으로의 발전, 미투를 가로막는 부정적 여론 등 장애물에 대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투, 한때 소동 아닌 인권·저항운동

Q.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 등 미투운동의 여파가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었다. 현재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내 분위기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2개월여를 앞둔 6.13 지방선거에서 성범죄 연루자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시킬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 기준 중 하나로 성범죄 여부가 추가되는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선거 후보자들이 성평등 교육이수에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Q. 미투운동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미투운동이 악용되고 있다' 등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몇몇 사건에서는 미투 말하기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기도 했다. 성범죄의 특성상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에 초점을 맞춰 범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미투운동을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는 것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에 대해 상처를 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는 게 미투운동의 본질임을 다시 되뇌고 미투 이후 우리 사회의 잘못된 권력 구조의 개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미투운동은 한때 벌어졌던 소동이 아니라 인권운동이자 권력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봐야 한다.

Q. 미투운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투운동은 권력 관계 속에서 거부할 수 없었던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힘겹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만연한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의미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이 같은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는 성폭력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사회 전체의 성평등 확산, 인권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함께 여성들은 어느 곳에서든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펼쳐지고 있는 미투운동은 이 땅의 여성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지막 몸부림이자 외침이다.

Q. 이 본질을 해소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성희롱·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극단적인 결과물이다.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 없이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곳곳에서 번지는 미투운동이 더 많은 분야로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죗값을 명백하게 치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는 성범죄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데 초석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성평등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사회문화인식개선, 법제도정비가 필요하다.

Q. 보다 세부적인 방안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방안에 대한 사안별 구체적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친고죄 폐지 이후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는 어떻게 조사해 처벌할지, 직장 내 성희롱 고발 시 피해자와 조력자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성평등한 인식변화개선을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겪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이나 경찰, 사법부에 의한 2차 피해도 심각하다. 경찰과 사법부의 젠더감수성 향상을 위한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국민 모두가 생애주기별 성평등과 인권, 민주사회와 시민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서 연간 15시간에 불과한 폭력예방교육이 아닌, 정규교과목으로 편성해 체계적으로 젠더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 도입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3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소관 안건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3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소관 안건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펜스룰, 성추행범 대다수를 남성으로 몰아가는 행태

Q. 미투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미투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지지와 응답은 성차별적 사회구조 변화를 위한 광범위한 노력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강화 등 세부적인 노력도 포함된다. 지원을 강화하려면 예산과 인력지원을 확대해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대응을 이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2018년 예산은 7640억원으로, 전체예산의 0.18%에 불과하다. 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은 범죄피해자기금 형태로 불안정해 즉각적으로 증감이 불가능한 형태다.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여성폭력 근절정책을 연속성 있게 지속하기 위해 기금형태가 아닌 일반예산의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Q. 미투에 대한 반대급부로 펜스룰이 회자되고 있다. 펜스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일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펜스룰은 여성을 배제하는 또 다른 성차별이며, 용기 내 말하기 시작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행위와도 같다.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실제로 피해를 겪고 있는 분들이 상당수다. 이 같은 관점에서도 펜스룰 현상은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이며, 성추행범의 대다수를 남성으로 몰아가는 행태로 볼 수 있다. 펜스룰을 걱정하기보단, 모든 분들이 성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상대방에 대한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바꿔나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Q. 지난 3월 9일 '이주여성들의 미투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이주여성에 대한 성범죄 실태는 어떤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대구이주여성상담소가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접수한 성폭력 상담 건수는 456건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2016년 5∼8월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4%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가해자의 64.0%는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였다. 이처럼 사회적 지위가 낮고, 신분이 불안정한 이주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할 위험이 커지고,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피해를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체류 자격마저 불안하고, 한국어가 서툴고 법률지식이 없으며, 아는 사람마저 적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들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를 뿐 아니라 법정 대응에 나선다 해도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Q.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보편적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체류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여성들이 성폭력·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 등 종합적인 폭력피해 상담이 가능한 전담상담창구 마련이 필요하다. 또 신분노출로 인한 강제추방 등 체류 불안 없는 폭력피해 지원체계 마련과 성폭력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사업장 내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등 피해 이주여성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장에 대해선 외국인 고용허가 철회를 할 수 있도록 적극 권고하고, 고용허가제 취업교육 과정에서 사업자·근로자를 대상으로 성 인권 관점의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Q. 지난 2월 21일 미투 1호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관련 법안들을 계속해서 발의했는데 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여성폭력방지법’은 권력형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그동안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가급적 개입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또 사이버 성폭력 등 새롭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담아내고 있지 않아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했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여성폭력방지 기본계획 및 연도별 수행계획 수립 근거 마련 △일관성 있는 국가통계 구축 △여성폭력 특수성 반영한 피해자 지원 시스템 마련 △성평등 의식 확산 및 여성폭력 예방을 위한 폭력예방교육 체계 재정립 △다양해지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여성폭력에 대한 국제개발협력사업 근거 마련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남녀동수헌법 개정 촉구 청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남녀동수헌법 개정 촉구 청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성평등 실현 위한 적극적 국가 노력, 개헌에 포함돼야

Q. 해당 법안들은 아직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많은 미투법안들이 계류 중인데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미투 흐름으로 발의된 법안의 경우, 법안 숙려기간이 도래하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붙였어야 했으나, 야당의 보이콧으로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에서 법안이 제출돼 소관 위원회에 상정되기까지 평균 187.8일이 걸렸다. 위원회 상정 후 처리까진 평균 129.1일이 더 소요됐다. 하지만 각 당 원내대표들도 미투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미투법안을 안건으로 채택해 신속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계류돼 있는 미투법안의 중요성을 관련 상임위 의원들께 직접 설득해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법안심사에서 중요한 부처별 의견을 미리 받아 부처별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한목소리로 미투법안들이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겠다.

Q. 미투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와 관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에 대한 요구가 나온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폭력 사건에 있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악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2차 피해로 돌아오는 걸 막기 위해 성범죄 피해자가 무고죄로 고소·고발되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당 사건이 불기소 처분 종료되거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고죄를 조사·수사·심리·재판하지 말라는 성폭력 무고죄 적용 유예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Q. 대통령 개헌안과 관련해 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 사회 실현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성평등 인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 개헌안에는 성평등 관련 조항이 포괄적으로 반영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조항인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적극적 조치 및 남녀동수의 가치’를 헌법안에 자세히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야당의 반대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때문에 여야 간 합의를 통한 개헌안에는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반영해,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국가의 노력을 담아내는 조항이 담기길 기대한다.

Q.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특위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가

처음 당 젠더폭력대책TF의 출범 배경은 젠더 폭력 방지 기반 구축과 젠더폭력 관련 법률이 상임위별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등 법제도 정비에 앞장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와 문화계, 정치권에도 미투가 봇물처럼 터지는 상황에서 젠더폭력대책TF는 젠더폭력 대책특별위원회로 승격됐다. 특위는 산하에 ‘성폭력신고상담센터’와 ‘조사위원회’를 두고 피해상담과 사실확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 젠더폭력근절을 통한 성평등사회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 새롭게 대두되는 젠더 폭력 관련 법률이 관련 상임위별로 신속하게 진행돼 법제도 정비에 앞장설 수 있도록 특위 위원들과 협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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