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마트노조 면담·사과요구 무대응 일관
SNS에 삼우재 땐 '맥주 디스팬서' 추모집회날 '꽃등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는 30일 오전 10시 신세계 정용진부회장 자택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두 노동자 죽음’ 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을 촉구했다. ⓒ마트노조 제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는 30일 오전 10시 신세계 정용진부회장 자택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두 노동자 죽음’ 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을 촉구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신세계그룹 오너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이마트에서 벌어진 잇단 사망사고와 관련해 노조가 책임있는 대응과 사과 요구에도 사건 발생 2달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추모집회 와중에도 자신의 SNS 외식 사진 등을 게하고 이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댓글을 삭제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 노조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는 30일 오전 10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두 노동자 죽음’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3월 28일 이마트 남양주 지점에서 재하청업체 직원 이 모(21)씨가 무빙워크 점검 작업 중 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두 딸을 둔 권 모(46)씨가 허혈성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마트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직까지 신세계 자본은 애도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추모를 힘으로 가로막고 오히려 노동조합 간부들을 고소했다 이유는 하나”라며 “정용진이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를 천시하고 생명을 경시하고 노동의 고귀함과 가치, 존중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30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가 집회를 열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자택앞에 이마트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 부회장의 책임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부착했다.ⓒ마트노조
30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가 집회를 열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자택앞에 이마트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 부회장의 책임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부착했다.ⓒ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마트노조 “노동자 사망 입장 밝혀라” 요구

이마트는 지난달 5일 구로점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추모집회에서 물리력을 사용했다며 김기완 마트산업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마트노조 관계자들을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두 노동자 사망 이후 진심어린 신세계 측과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사과는커녕 사건을 축소은폐, 추모를 방해하고있다고 주장하며 정 부회장의 직접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노조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마트노조는 기업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을 줄곧 요구했다. 마트노조는 정 부회장에게 이달 16일과 17일 공식면담요청을 했지만 정 부회장으로부터 답변은 없었다.

무대응보다 더 노조를 자극한 것은 정 부회장의 일련의 상황과 무시하는 듯한 SNS 활동이다. 노조는 정용진 부회장이 잇따른 노동자 사망사고에도 추모할 시간은 갖지 않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보에만 열중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마트노조는 “최근 이마트 다산점 무빙워크 사고 경찰조사 결과 이마트의 관리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유가족도 이마트를 고발한 상태이지만 정 부회장의 유일한 반응은 인스타그램에 맥주, 크로아상 사진을 올린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구로점 사망 노동자 삼우재 직전 정용진 부회장 SNS에 올라왔다 현재 삭제된 맥주디스팬서 구입 게시물
지난 4일 구로점 사망 노동자 삼우재 직전 정용진 부회장 SNS에 올라왔다 현재 삭제된 맥주디스팬서 구입 게시물

노조 요구 ‘침묵’ SNS 열중...비난 댓글 ‘삭제’

앞서 정 부회장은 구로점서 사망한 노동자의 삼우재 직전인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맥주 디스팬서 구입’이라는 글과 함께 당시 구입한 제품 사진을 게시하면서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관련 게시물에 달린 노조원의 비판 댓글을 삭제하다 계정까지 차단했다. 결국 문제의 게시물은 삭제됐다.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최근에도 정 부회장은 SNS활동은 활발했다. 정 부회장의 맥주 시음 등 일상적인 SNS 활동은 계속됐고 이마트 직원들의 비판 댓글의 삭제와 계정 차단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세계 본점 앞에서 진행중인 추모집회가 열린 지난 25일에도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에는 웨이터로 보이는 외국인이 소고기를 구워주는 사진을 공개하며 ‘멋있는 분이 꾸워주시는 더 맛나는 꽃뜨(꽃등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등기임원이 아니라 현재로선 법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직접적인 경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6년 동안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어 책임경영 회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따라서 기업의 오너이자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날 마트노조는 “신세계에서 사람이 죽었고 사고현장을 은폐하고, 추모를 방해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정용진 부회장의 침묵은 결국 화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온갖 갑질과 골목상권 침탈, 노동자, 하청업체 쥐어짜기를 통해 불려온 신세계 자본에 맞서 을들의 반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조와 함께 민노총 서비스연맹도 오는 1일 노동절집회 사전대회를 신세계 명동앞에서 진행, 신세계그룹의 각종 갑질과 불법부당행위까지 전면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노조 요구에 대한 이마트의 입장은 곧바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늘은 휴일”이라며 “질의 내용을 확인해 답변을 주겠다”고만 답했다. 다만 정 부회장의 SNS활동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이마트 다산점 무빙워크 사고 경찰조사 결과 현장관리 책임자와 이마트시설 보안책임자 등 5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유가족도 이마트를 고발하면서 사측 책임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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