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수구적 사고방식이 부메랑 되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칭찬
자유한국당은 “위장평화쇼” 비판…여론의 뭇매 맞아
민심은 이념에서 실리로 변화하고 있어
자유한국당, 이대로 가면 도태될 가능성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원들을 포함한 당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원들을 포함한 당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굵직한 이벤트가 계속 예고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저지하려는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서려 한다는 뜻)’의 사마귀가 됐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이 시점에 아직도 냉전 수구적 사고방식으로 대북 문제를 접근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코너로 몰리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 일선 후보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각 한축을 이뤄 만든 역사의 수레바퀴가 ‘한반도 평화’라는 미래를 향해 굴러가고 있다. 그 역사의 수레바퀴를 저지하기 위해 사마귀가 수레바퀴 앞에 섰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행보가 너무 무모하다며 ‘당랑거철’의 고사에 빗대고 있다. 계속해서 돌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작은 사마귀가 과연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풍차를 향해 돌진한 돈키호테의 모습이 비쳐지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쇼”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이를 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비핵화 명문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한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중단됐던 교류 활성화와 상호 불가침 합의,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로 이어지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교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해왔던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등도 판문점 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위장쇼’라면서 평가절하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회담 전날에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좌파만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홍 대표는 회담 직후에도 정상회담에 대해 “위장 평화 쇼”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쇼”라고 말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나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나경원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표현을 순화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념을 내세워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폄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나름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 자신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가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조직표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된다는 전략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반도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화해의 시대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신뢰를 한다는 국민이 높아졌다. 지난 30일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대해 ‘불신한다’는 응답이 78.3%이고, 신뢰가 14.7%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신뢰가 64.7%로 뒤바뀌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했다가 신뢰로 돌아선 비율이 52.1%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정상회담 전 신뢰한다는 응답이 10.4%였지만, 이후에는 45.3%로 증가했다. 60대 이상 연령에서도 17.2%에서 58.8%로 크게 증가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신뢰의 응답이 8.3%에서 22.7%로 증가했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이고,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민심은 이념 대신 한반도 평화를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이 더 이상 북한을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수구냉전의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다수는 더 이상 수구냉전의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왔다. 특히 대구·경북은 물론,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북한을 더 이상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리를 추구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한국당이 현재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와 한국당 멘붕 오겠습니다. 이제 전쟁 장사, 빨갱이 장사 못 하게 돼 말입니다”라며 비판을 가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고는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지나치면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충고는 비단 당 밖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선 후보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수도권 한 후보는 이러다가 자유한국당은 서울지역에서 구의원도 배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당이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이런 현실 인식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며 “여덟번을 속고도 아홉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히틀러의 위장평화정책에 놀아난 체임벌린보다 당시는 비난받던 처칠의 혜안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홍 대표의 현실 인식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코너에 몰리는 자유한국당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점차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구냉전 의식을 버리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은 계속 코너에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이 예고돼 있고, 남북 교류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이념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자유한국당은 더욱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6월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안보 노선을 어느 정도 버리면서 유연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충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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