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에 굳이 中 참여 필요하나
靑, 종전선언 때 中 배제 가능성 언급
바빠진 中, 왕이 외교부장 북한 급파
정전협정 체결문에 적힌 비밀은?
美, 中 제외한 정전선언 선호할 듯

지난 3월 25~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5~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7일 체결된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 이에 종전선언의 주체로 누가 참여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의 참여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3일 북한을 방문한 것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종전선언에 굳이 중국이 합류할 필요가 있느냐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차이나 패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반도 종전선언에서 중국이 제외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이 현실화될 것인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최근 불거진 ‘차이나 패싱’에 대한 해명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중국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 했다. 그런데 중국 시진핑 주석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3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을 마친 후 환송행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3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을 마친 후 환송행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中 왕이 외교부장, 급히 북으로 간 이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3일 북한을 긴급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왕이 외교부장이 갑작스럽게 북한을 방문한 이유가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북한, 미국만으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2일 춘추관에서 중국이 종전선언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있냐는 발언을 내놨다. 중국 없이도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중국에 상당한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은 우리 정부와 북한,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이외의 주변 3국은 주변국으로서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일본도 패싱 당한 상태이고, 러시아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역시 한반도에서 점차 그 영향력이 약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대해 싫은 소리는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우리 정부와 북한, 미국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배제된 채 종전선언을 할 경우,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반대할 수도 없다.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고 긴장상태를 유지할 경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사드 배치의 유지는 상당히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이 필요하다. 다만 종전선언에서 자국이 제외된다는 사실에 불쾌감이 상당하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극비리 방문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극비리 방문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전협정 체결의 주체는 ‘인민지원군’?

이 같은 차이나 패싱의 이유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의 주체가 ‘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이 빠진 채 북한·중국·미국 대표는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다만 정전협정문에 중국의 정규군인 ‘중국인민해방군’이 아닌 ‘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명칭으로 명기돼있다. 중국인민지원군은 한국전쟁에 참여하며 북한을 지원한 중국 군대다. 인민지원군은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구성돼 있지만, 당시 신생 공산국이었던 중국이 국제연합군과 공식적으로 전쟁을 한다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직된 군대다. 즉, 공식적으로는 ‘지원병’이지만, 사실상 만주에 주둔했던 인민해방군을 ‘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참전한 것이다. 그로 인해 정전협정문에 ‘중국인민지원군’의 자격으로 서명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정전체결 당사국이 아니라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난무하면서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차이나 패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결국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탐탁잖게 여기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은 자신의 전유물이 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자꾸 개입해 종전선언에 참여한다면, 종전선언은 미국의 전유물이 되지 않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이 개입하게 되면 결국 초강대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로 전환될 수도 있다.

中, 과연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급격하게 떠오르는 이유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함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싱가포르나 몽골 울란바토르가 최적지로 얘기되고 있었다. 싱가포르나 울란바토르는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도시다. 따라서 중국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판문점은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소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면 곧바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 이후 올해 하반기에 다시 만나서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문 대통령과 함께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 판문점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만약 판문점에서 북미대화를 하고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이른바 ‘차이나 패싱’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셈이다.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차이나 패싱에 대해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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