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4월 27일 금요일에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있었다. 약 12시간에 걸친 두 정상의 만남, 회담, 만찬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나아가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 모여 있던 그 많은 기자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와중, 그리고 회담 종료 후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이 이것을 방증한다.

“역사가 되어버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며칠 지나진 않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향후 한반도 정세와 통일 가능성 등 거대한 담론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대 담론 못지않게 네티즌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도 들여다보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사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나온 평가이다. 휴전협정 조인 이후 7.4 남북공동성명, 7.7 선언 등 한반도와 관련된 성명이나 선언,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 김정일의 만남은 모두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마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도 몇 년 뒤의 교과서에는 실릴 것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런데 향후 한반도 정세가 평화로운 방향으로 잘 풀리지 않으면, 향후 교과서에 실리더라도 그 부분을 읽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교사들은 매우 슬프지 않을까?

두 번째 이야기는 ‘노벨 평화상은 누구에게?’이다. 벌써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까지 노벨 평화상 후보라는 소위 “설레발”이 돌고 있다. 심지어 영국의 한 언론은 영국 도박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아서 배당률이 가장 적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행했다가, 한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우리는 평화를 가져가야되는데, 눈치 없이 왜 그 따위 기사를 썼냐?’는 장난 섞인 내용의 뭇매였다. 일부에선 이러한 분위기에 대하여 앞의 교과서 얘기와 비슷한 논조로 “설레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대부분의 언론이 이만큼 치는 “설레발”이라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이 그만큼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아닐까? 실제로 휴전선 인근의 대남, 대북 방송용 확성기들이 철거되기 시작했다.(한 가지 추가하자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드러났던 “성과 위주”의 분위기가 변한 모습도 보인다. ‘노벨 평화상은 트럼프가 받고, 우리는 평화를 받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여기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세 번째 이야기는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 변화”이다. 뚱뚱한 몸으로 뛰듯이 걸어 와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 대담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북쪽으로 잠시 모셔서(?) 10여초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월북하게 만든 장면, 소나무를 식수할 때 어설프게 삽질을 하는 장면 등은 “귀엽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또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는 얘기를 하면서 ‘몰다고 하면 안되겄구나, 야!’라고 구수한 평양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면, ‘신호탄을 쏘자.’는 얘길 하면서 (장거리 핵미사일이 생각났는지)쑥스럽게 피식 웃는 장면 등을 본 네티즌들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우리나라의 주요 커뮤니티에 가입한 것이 틀림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컸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친척을 고사총으로 사살하고, 배다른 형에 대한 암살을 지시했다는 의혹, 미국에 대한 위협적 발언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북정상회담의 모습 하나로 급속도로 변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무지해서 김씨 3대 세습 체제에 무비판적으로 충성하면서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라는, 혹은 한국보다 가난하고 덜 배운 사람들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동토의 땅”, “가난한 땅”, “지하지원은 많이 매장된 땅”, “수복할 지역”이라는 식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한반도 평화에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은 남북한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이미지 개선일 것이다.

네 번째 이미지는 “병역을 둘러싼 해프닝”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병역을 어떻게 해야 되냐는 질문이 포털과 국방부에 많이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그 내용은 ‘곧 통일 될 것 같고, 그러면 의무복무제도가 없어질 것 같은데 지금 군대를 가야 되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청년들이 애국심이 없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은 대부분 병역을 마친 사람의 보상심리, 그리고 분단 고착화에 출마와 투표, 그리고 각종 기사로 기여한 일부 기성세대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북 화해 무드를 계기로 한 우리나라의 병역 제도의 전반적 개선은 분명히 필요하다. 특히 징병제와 모병제 사이의 결단, 징병제를 유지할 경우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 여성, 장애인을 위한 대체 복무제의 검토 등 병역 평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북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서 이용되던 측면의 북풍과는 전혀 다른 북풍이다. 이 북풍은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선입견, 통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바꾸고, 우리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북풍일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