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문재인 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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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문재인 정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1년간의 과제 이행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준비됐다.

세 번째 토론 주제는 ‘공정과 상생의 사회경제’였다. 참여연대 이찬진 지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민변 김남근 부회장과 충남대학교 교수이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 정세은 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지정토론자로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경율 소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가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근 부회장 ⓒ투데이신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근 부회장 ⓒ투데이신문

김남근 부회장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성과 위해 각고의 노력 있어야”

김 부회장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평가와 전망을 논의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반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갑을개혁’에 주력했다”며 “하도급법이나 가맹사업법 등 일부에서 제도적 개혁이 이뤄진 부분도 있고 정부의 국정과제에 호응한 재벌그룹이나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등의 자율적인 상생방안·자율정화 노력을 통해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생노력이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 상생교섭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중소기업단체나 가맹점주단체, 대리점주단체 등이 조직력과 교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적 약자 보호와 관련해 “도시계획 차원의 대형유통점 규제나 협력이익배분제와 같이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추진방안 등이 정해지지 않은 채 공약이 제시돼 추진되지 못하는 공약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성과를 보이기 위해 행정부처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재벌개혁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던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예상과 달리 정부주도의 재벌개혁보다 자발적인 개혁을 주문했다”며 “재벌그룹이 보인 자율개선 노력 수준은 최소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율적 지배구조개선안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격적인 공정위의 행정력 발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 금융위원회 등의 적폐청산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담당부처들은 다시 한 번 국정과제 이행상황과 로드맵을 점검해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세은 소장 ⓒ투데이신문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세은 소장 ⓒ투데이신문

정세은 소장 “강력한 복지정책 추진 위해 적극적 증세 필요”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 소장은 문재인 정부 1년 조세재정정책의 현황을 설명하고 평가했다.

정 소장은 국정계획에 대해 “내용이 일자리 및 복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내용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하면서 “지출 확대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은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예산안에서 복지분야의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하면서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국가치매책임제 도입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세재정정책의 100대 국정과제와 2018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가계 가처분소득의 확대를 직접적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며 “공무원 증원, 복지확대, 최저임금 인상 대책 등은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로 이어져 내수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및 소득확대 정책은 적극적 증세 조치는 없는 상황에서 양호한 세수 실적에 기대는 매우 소극적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소장은 “더욱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에 걸맞는 더욱 적극적인 증세 조치가 필요하다”며 “소득세는 현재보다 더욱 강화돼야 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경율 소장 ⓒ투데이신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경율 소장 ⓒ투데이신문

김경율 소장 “개혁적 성향 인물 등용해야”

지정토론에서 정부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평가한 김 소장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재벌개혁이 대기업의 생산력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갑질 근절’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김 소장은 “주어진 소임을 형해화 하고 있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재벌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을 거대하게만 받아들여도 안 되겠지만 경제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순환출자가 급감했다는 최근 공정위 발표에 대해서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사례에서 나타나듯 기업 인수, 분할 및 합병을 통한 편법적인 부의 재편에 대해 손을 놓는다면 이는 단속을 미리 알려주고 단속 있는 동안 옆 동네 가게를 찾아가라는 것 밖에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관료들의 보수적·비자발적 측면은 국민의 드높은 개혁열망에 비춰볼 때 뼈저린 부분”이라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차명자산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마저 무시하는 퇴행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관료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개혁은 감당하기 힘든 주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장관급 인사의 경우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을 등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공약이행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 ⓒ투데이신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 ⓒ투데이신문

주병기 교수 “삶의 질 개선에 우선순위 긍정적”

역시 지정토론에 나선 주 교수는 현 사회를 “소득 양극화, 삶의 질 저하와 함께 계층장벽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좌절이 확산되고 있어 국민들의 미래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계획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소득양극화 문제와 삶의 질 문제를 개선하는데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소수 기업집단의 독점적 이익 편취를 위해 다수의 하청기업 사업자와 노동자들의 희생이 동원될 수 있다는 구조적 병폐”라고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가 소득 양극화 문제와 다수 노동자들의 낮은 삶의 질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기본생활 보장과 가계소득 증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정책기조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런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소득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 개선이 지속될 수 있는 건실한 경제로 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증세안에 대해서는 “노동자 수나 세수확대의 측면에서 볼 때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정 소장이 발제를 통해 제시하는 증세안에 전반적으로 공감하나 과세에서는 재분배보다 세수확대를 강조하고 정부지출을 통한 재분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는 과세의 누진성을 희생하더라도 세수확대를 목적으로 세율을 조정하고 사회복지와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부지출 확대가 소득 재분배에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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