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의 인터뷰①
참정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대표적 상징
청소년 인권 문제해결 위해 반드시 필요
참정권 위해 천막 농성 나선 청소년들
원색적 욕설·물리적 폭력에 시달리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농성하고 있는 천막 ⓒ투데이신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농성하고 있는 천막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참정권 투쟁이 한창이다. 전국 370여개의 청소년 인권단체들이 연대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3월부터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원내 정당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학제개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또 그들이 희망을 걸었던 4월 임시국회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과 드루킹 사건 의혹으로 인해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오는 22일 전까지 아직 물리적인 시간은 남아 있지만, 5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사실상 오는 6.13 지선에서 만 18세의 선거참여가 어려워진 가운데 본지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은선(18) 공동대표와 강민진(23)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돼야 하는 당위에 대해 들었다.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청소년들은 왜 참정권을 요구하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만 18세 선거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건 지난 3월 22일부터다. 이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3명의 청소년들이 삭발식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도 함께하며 힘을 실었다.

그리고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현재 농성단은 20여명 규모로, 당번제로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와 강 위원장, 두 사람이 청소년 참정권 요구에 나선 계기는 바로 자신이 청소년 인권문제의 당사자였기 때문이었다.

“청소년 인권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건 17살 때였다. 당시 나는 학교의 체벌이나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때문에 학교를 자퇴했던 청소년이었다. 청소년 인권 문제를 절감하며 학교를 나오게 된 당사자였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다 보면 우리가 요구하는 정책이나 법, 변화가 당연한 것임에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청소년은 정치인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즉, 청소년이 표로 심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때문에 청소년 참정권이 청소년 인권 향상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 느껴 시작하게 됐다.” -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이하 강)

“초등학교 때 교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 학교 안에서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폭력을 교사가 방관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학교 안에서 폭력 등 여러 문제가 존재하는 게 학교 안의 권력 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울산에서 직접 ‘학생인권조례’를 준비하다가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시의원 등 정치인들도 청소년이라, 학생이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나서 보려 할 때 더 많은 인권침해를 받는 것 같았다. 이건 우리가 동등한 시민,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참정권이 절실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 이은선 공동대표 (이하 이)

이들은 청소년 참정권은 곧 청소년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의 하나로 인정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도 구성원의 하나로 인식되지 못한 채, 인권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공약이 아닌 학부모를 위한 공약만 내걸고 있는 것도 청소년 참정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참정권은 그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대표적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정치인들이 신경 쓰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건 투표를 통해 선출된 이들이 정치를 하는 현재 시스템 속에서 ‘무권리 상태’가 된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한국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불행은 이전부터 되풀이돼온 것이다. 이는 곧 지금까지 그 문제해결을 어른들이 대신해주겠다고 해왔던 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또 결정할 수 있으며, 정치인도 표로 심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국도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강

“‘인간다운 삶을 살았을까, 살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물었을 때, 나는 1명의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교에서 학생회가 생활규정 하나를 바꾸는 것도 어렵다.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도 학교에서는 단지 ‘조금만 참아라’는 식의 얘기만 반복됐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없고가 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고 나서 이룰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재까지 학교 안에서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 참정권은 사회구성원의 하나로 인정받는 상징이다. 때문에 청소년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아야 학교 안에서도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 이

이와 함께 강 위원장은 청소년 참정권 문제는 민주주의의 정의 문제라고 말한다. 나이를 이유로 참정권에서 배제하는 건 과거 인종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참정권에서 배제시켰던 것과 동일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점차 선거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나이를 기준으로 참정권을 부여하는 게 먼 미래에는 없어져야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참정권 문제는 청소년들의 인권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강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 ⓒ투데이신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 ⓒ투데이신문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

이들이 거리로 농성에 나선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청소년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만큼 참정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농성을 결심하게 된 건 6월 지선에 청소년이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선거연령 하향이 통과돼야 하는 시한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 이유였다. 조금이라도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인식 변화와 공감대를 넓혀나가기 위해 농성을 선택했다.” - 강

“저 하나 투표하고 싶어 농성하는 게 아니다. 참정권과 인권은 정말 밀접하다.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이 얼마나 더 만들어지느냐, 예산이 얼마나 더 생기느냐와 직결되는 밀접한 관계다. 여기서 청소년은 늘 배제돼 왔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왔다. 더 이상은 이 상황이 지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이

그들이 농성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건 18세 선거권을 포함한 청소년 참정권의 시급성이었다. 강 위원장은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것이 참정권이기 때문에 그리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시급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18세 선거권은 정치개혁의 하나로서 되면 좋은 것이지, 급박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 인식이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건 누군가의 인권문제고, 반드시 지금, 가능한 빨리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는 걸 조금 더 강조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저희 청소년들이 삭발도 했던 것이다. 그런 걸 통해 18세 선거권이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거나 나중에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 강

하지만 거리는 이들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농성장 부근,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행인들에 의한 정신적·물리적 폭력이 이어졌다. 농성장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공부나 해라’, ‘선동 당했다’고 말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고성으로 지르기도 하고, 원색적인 욕설을 일방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더구나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들고 두려운 걸까’라는 질문에 강 위원장은 3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자신들이 지지하는 당이 불리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정당지지도로 보면, 보통 자유한국당이나 대한애국당 계열의 분들이다. 그 정당들은 청소년이 투표하면 자신들이 불리해진다는 편견이 있다. 때문에 그분들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불리해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다.” - 강

다음으로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특성도 이 같은 사태를 부르는 원인 중 하나라 언급했다.

“또 그분들은 한국 사회의 특징인 나이가 어리면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 생각하는 문화에 익숙한 분들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다 보니까 자신보다 훨씬 어린 청소년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1표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참정권 연령을 30~40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강

끝으로 고령자들이 직면한 각종 문제에 따른 소외감의 발산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고령자에게 그리 좋은 사회가 아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가난이나 실업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거기서 오는 소외감을 젊은 사람들이나 청소년에 대한 적대심으로 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우리 당이 반대하니까’뿐만 아니라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다’, ‘왜 이 사회는 나를 존중하지 않느냐’ 등을 우리한테 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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