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의 인터뷰②
고대하던 4월 임시국회, 본회의 한번 열지도 못해
사실상 6.13 지방선거서 만 18세 선거권 어려워져
'학제개편' 전제 내건 자유한국당
청소년 범주 달라질 뿐에 불과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지난 1948년 제헌국회 총선거 때 만 21세 이상으로 시작했다. 이후 12년 후인 1960년 제5대 총선에서 만 20세로, 그다음으로는 45년 뒤인 2005년에서야 만 19세까지 하향됐다.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당시 45년만에 낮아진 만 19세이상 선거연령 또한 다른 법률과 비교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형사법상 미성년자 기준도 만 14세 미만이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만 15세 이상이면 노동할 수 있다. 그런 기준들을 참고하더라도 만 19세 선거권은 너무 불합리하게 높다고 생각한다.” - 강민진 공동집행위원장(이하 강)

강 위원장의 말처럼 형법상 미성년자 기준은 만 14세 미만이다. 근로기준법상에서도 의무교육에 지장이 없을 경우 만 15세부터 노동이 가능하다. 공무원시험, 현역입대, 운전면허, 결혼의 경우에도 만 18세가 기준이다.

이처럼 만 19세에서 멈춰있는 선거권을 한 살 더 끌어내리기 위해 청소년들은 지난 3월부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당시 다가오는 4월 임시국회에 주목했다.

기대했던 4월 임시 국회

이들은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만 18세 선거권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 모두 선거연령 인하에 긍정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기대는 무참히 빗나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이번에는 뭔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너무 컸다. 인권을 짓밟던 학교 현장과 지역의 상황이 이번에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생기는 걸 계기로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활동했는데 벌써 4월이 지났다.” - 이은선 공동대표(이하 이)

기대를 모았던 4월 임시국회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면서 오는 6.13 지선에서 청소년의 참여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오는 22일까지 아직 물리적 시간은 남아 있지만, 통상적으로 기준일 2주 전까지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시 시간을 계산해보면 18세 청소년들이 이번 지선에 참여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마지노선은 오는 8일이다.

“오는 22일이 기준일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국회에서 법이 가결된 후 공포되는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통상적으로 기준일 2주 전까지 통과돼야 시행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적어도 5월 초까지는 통과가 돼야 6월 지선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원래 잡혀있었던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외쳤던 것이다.” - 강

그렇지만 이들은 청소년 참정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당장 6월 지선에 참여할 수 없더라도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출마 캠페인’ 등을 통해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생, 청소년이 교육현장을 제일 잘 안다. 때문에 교육현장이 바뀌는 것도 학생, 청소년이 제일 잘 안다’는 기조로, 청소년이 교육감 선거조차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청소년이 직접 기호 0번으로 출마하는 캠페인이다. 지역별로 출마 기자회견도 하고, 홍보 포스터도 배포하고, 연설회, 유세 퍼레이드까지 6월 지선 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 강

강 위원장은 이와 더불어 지방선거 사전 투표날과 본투표날에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연대하는 의미로 성인 유권자들이 교복을 입고 투표하는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18세 유권자가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을 막겠다며 학제개편을 통한 취학연령 하향을 18세 선거연령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 현판 제막식에 선거연령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단이 기습시위를 펼치다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 현판 제막식에 선거연령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단이 기습시위를 펼치다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학제개편’ 내건 자유한국당

원내 정당 가운데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 건 자유한국당이 유일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만 18세 선거권과 관련해 먼저 학제개편을 한 이후 하향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춰 7세로 하자는 것으로, 그 경우 만 18세는 고등학교 졸업연령이 된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청소년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소년 참정권 요구와 동떨어진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의 안은 만 18세를 청소년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제개편을 통해 만 18세가 학생이 아니게 된 이후에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건 청소년의 범주가 달라지는 것이지, 청소년의 인권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안은 청소년 인권운동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 - 강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7살에 학교를 들어가는 사람이 졸업할 때까지 12년이 걸린다. 그 12년 동안 청소년과 학생들의 인권은 그대로 멈춰있을 것이다. 때문에 학제개편 이후에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건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자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청소년 참정권 요구는 1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인데 학제개편 이후에 선거연령을 하향한다면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학교 안에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 이

때문에 이들은 자유한국당과 계속해서 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이들은 지난달 10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현판식과 19일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주최한 초청 개헌 토론회에서 기습 시위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에게 한마디라도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부연했다.

“현판식 때는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저를 끌어내면서 ‘남의 행사에 와서 왜 망치냐’고 했다. 그들은 우리의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명백한 공당의 인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리의 의사표시를 하려 했던 건데 마치 ‘우리의 사적 행사인데 왜 네가 망치냐’처럼 반응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송기자클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 국민이 뽑진 않았지만, 청소년 국민들을 대표해야 되는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사 표현을 하려 했던 건데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올 때가 아니다’, ‘왜 남의 행사 와서 망치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문제라 느꼈다.” - 강

물론 기습 시위에 나서기까지 두려움도 컸다. ‘연행돼 48시간 동안 경찰에 구류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4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조차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홍준표 대표나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저희가 아무리 요청해도 안 만나준다. 여러번 면담요청도 했지만 말이다. 그들에게 한마디라도 들리게 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안하면 홍 대표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우리 주장을 한번도 안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강

만날 수 없는 그들

이들도 처음부터 기습시위에 나섰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원회관을 찾아가고, 자유한국당 당사도 방문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수차례의 면담요청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나 지도부를 만날 수 없었다. 강 위원장은 천막 농성 전 의원회관을 찾아 ‘청소년 참정권지지 현판 달기’ 캠페인을 벌일 때의 일을 떠올렸다.

“농성하기 전에 ‘청소년 참정권 지지 현판 달기’ 캠페인을 벌였다. 의원회관에 가서 의원실 현관문 앞에 붙일 수 있는 ‘청소년 참정권을 지지하는 모범 의원’ 현판을 전부 드렸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만나지도 못했다. 또 다른 당은 100여명 정도의 의원들이 붙였는데, 자유한국당 의원은 1명도 안 붙였다.” - 강

그렇게 의원회관을 돌던 중,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나다가 밖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쫓아나갔다. 드디어 김 원내대표를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대답도 안하고 완전히 무시했다. 그러다 우 원내대표가 나와 ‘얘기 좀 들어줘라’는 식으로 말하니까 들어주더라. 내가 ‘이 현판 붙여 달라’하니까 ‘학제개편이 먼저 돼야 하지 않겠냐’면서 ‘앞으로 이렇게 오지 말고 자유한국당 당사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갔더니 만나주지 않더라.” - 이

“그 이후로 김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3일 선거연령 하향을 조속히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각 당 원내대표들과 협약식을 진행한다. 다른 당들은 원내대표가 오든지, 부대표가 대행해서 오든지 약속되고 있는데, 김 원내대표만 전화를 안 받고 있다. 우리는 김 원내대표나 자유한국당과 아예 대화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 강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은선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은선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청소년에게 참정권이란

이처럼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그들은 ‘학교의 정치화, 교실의 정치화로 인한 면학분위기 저해’ 등을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두 사람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들에게 청소년은 생활 속 불편함조차 얘기하지 말고 살아야 하느냐, 학교 안에서는 불편함도 다 감수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아야 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걸 얘기하는 것부터가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하는 정치가 더럽기 때문에 학교가 정치화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정치여야 되는 것 아닌가. 어느 집단에서는 정치얘기를 할 수 없는 게 말이 되나.” - 이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 같다.” - 강

이 같은 반대여론과 방해 속에서도 청소년들은 참정권을 위해 삭발을 하고, 천막 농성을 40여일 넘게 이어왔다. 이들에게 청소년 참정권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으로 물었다.

“참정권은 곧 사회에서 배제된 인간이 아닌 사회 속의 인간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활 속 불편함을 얘기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걸 말하는 게 잘못됐다고 하지 않고, 그 잘못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다 생각해주지 않을까 한다. 정치적으로도 한쪽에서만 모든 걸 갖고 있는 건 권력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다. 정치를 할 수 있는 게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됐으면 좋겠다.” - 이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생긴다면 더 이상 청소년은 어느 학교 학생,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나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강

오는 6월 지선에서 만 18세 청소년들의 선거권을 촉구했던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활동은 결국 그 뜻을 이루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청소년 참정권을 통해 청소년 인권 문제를 해결할 날을 위한 그들의 행동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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