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꾸렸지만 당 안팎 위험 도사려
안보 대신 꺼내든 정권심판론, 효과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지난 4일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을 필두로 한 ‘6.13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방선거의 핵심전략은 ‘서민경제 붕괴에 대한 심판’이라며 정권심판론을 띄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계속해 ‘위장 평화 쇼’라면서 비판을 가했던 자유한국당이 이념 대신 민생을 앞장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 안팎으로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모양새다. 또 정권심판론이 과연 얼마나 역할을 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줄기차게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했던 자유한국당이 지난 4일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6.13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은 두 사람을 포함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황선혜 전 숙명여대 총장, 김인호 전 당 혁신위원까지 총 6명이다. 고문단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 원유철·정우택·정진석 전 원내대표, 이재오 상임고문 등 5선 이상 당내 인사들로 구성됐다. 부위원장에는 김태흠·염동열·이재영 최고위원과 함진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재경·김정훈·나경원·신상진·유기준·이군현·조경태·주호영·한선교·홍문종 의원 등 4선 이상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변인단에는 장제원 수석부대변인, 정태옥·전희경 대변인과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변화된 자유한국당의 기조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서민경제 붕괴에 대한 심판”이라며 오는 6월 지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띄우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유한국당은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안보 이슈를 띄웠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나라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라며 안보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이어왔다. 이런 기조로 홍 대표는 연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당 내부 일선 후보들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라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슬로건 교체 요구로 인해 당 지도부의 체면은 말이 아닌 상황이 됐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민경제 붕괴에 대한 심판’이라며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아울러 홍 대표는 당분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감대 얻지 못하는 정권심판론

하지만 과연 정권심판론이 얼마나 먹혀들어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의 의뢰로,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보수적폐를 심판하고 국정동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종북·좌파정권을 심판하고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선거 프레임에는 20%만 공감했다. 이 조사는 지난 4월 28~29일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해 임의 걸기(RDD)로 진행했다(무선 85%, 유선 15%). 통계보정은 2018년 3월 말 현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줬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4.0%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S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충북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S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충북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찬밥 신세 홍준표

이같이 정권심판론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과연 자유한국당의 선거전략이 제대로 세워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에 대한 일선 후보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홍 대표가 선거 지원 유세를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낫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일선 후보들은 아예 중앙당의 지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에 있어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이나 색깔을 아예 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면 중앙선대위가 일선 후보의 선거운동에 투입될 경우, 홍 대표가 어떤 말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만약 지금처럼 계속해 막말이나 민심과 동떨어진 말을 이어갈 경우, 일선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선 후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벌써부터 홍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심지어는 당 내부에서 홍 대표를 향해 ‘민주당 선거도우미’라는 조롱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돌풍,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여기에 당내 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의 돌풍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에서는 무소속 연대까지 만들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나온 이들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리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무소속 돌풍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현재 자유한국당은 내우외환에 빠져있다. 중앙선대위가 꾸려졌지만 6.13 지방선거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다 못해 이대로 가면 전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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