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섬유탈취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검출 여부를 두고 환경부와 애경그룹 계열사 AK켐텍간의 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환경부가 PHMG 검출 사실을 재확인한 가운데 AK엠텍 측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어 결국 진실공방은 사법기관 판단에 따라 가려지게 됐다.

8일 환경부는 AK켐텍이 PHMG 표준시험절차에대해 의의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표준시험절차에 문제가 없으며 PHMG가 검출된 것이 맞다”며 “재분석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어 “이미 해당 제품에 대하여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관련 기업간 법적 분쟁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는 재분석보다는 추후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월 사용제한물질인 PHMG가 검출됐다며 피죤의 스프레이형 탈취제 2개 제품에 회수명령을 내렸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도 유명한 PHMG 는 폐와 눈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오래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문제는 PHMG가 AK켐텍 생산한 원료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에 피죤은 AK켐텍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줄곧 PHMG 사용을 부인해온 AK켐텍 측은 검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환경부에 재분석을 통한 공개검증을 요구하며 공방이 이어져왔다.

AK켐텍-환경부, 유해물질 검출 입장 평행선

하지만 환경부는 AK켐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질량값이 PHMG와 유사한 자사 제품인 ‘베타인’을 PHMG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AK켐텍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화학물질의 유무를 확인하는 정성분석을 통해 총 10종의 PHMG가 해당 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중 함유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3종에 대해 정량분석실시한 결과 PHMG의 존재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부는 AK켐텍이 환경부가 검출한 10종의 PHMG 중 나머지 6종에 대해 타 기관의 시험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이 아닌 시험기관에서 임의로 실시한 분석결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밀도가 높은 최신기기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밀도가 높은 기기를 사용해야만 PHMG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K켐텍 또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AK켐텍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환경부 발표에 새로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 대한 변화도 없다”며 “앞으로 수사기관 등을 통해 결백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AK켐텍은 “PHMG를 구매하거나 취급, 처방한 사실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AK켐텍 측은 자체조사와 다수의 외부기관에 의뢰한 결과 PHGM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해왔다. AK켐텍이 사실상 두차례에 걸쳐 정부의 판단을 불복한 셈이다.

물러서지 않는 애경 '왜?' 

애경그룹은 아직까지 가습기살균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많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메이트’ 판매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애경은 “판매만 했다”는 주장을 펴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질타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거듭된 처벌 요구에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이 가습기 애경산업 등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에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이 비판에 피해자 판정 등을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이런 가운데 애경 계열사에서 또 다시 가습기살균제 관련 유해성분이 검출된 만큼 환경부로서는 보다 엄중한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애경으로서는 ‘가습기살균제’ 꼬리표를 떼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가 사실일 경우 과거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폈던 “판매만 했다”는 주장이 본인에게 되돌아 오는 꼴이 된다.

특히 AK켐텍은 유해성분 논란이 자사 뿐 아니라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당장 AK켐텍의 주요 거래처이면서 그룹 모기업인 애경산업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이룬데 이어 지속적인 화장품 사업 신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691억원, 영업이익 21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이미 결백을 주장한 AK켐텍이 기존 입장을 바꾸고 유해물질 검출을 인정할 경우 돌아올 후폭풍이 순항중이던 계열사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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