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 마케팅 선풍적 인기
굿즈 시장 점차 커지고 다양해져
공식 판매처·온라인 쇼핑몰 등장
스타 마케팅인가 팬심 악용인가

<사진 출처 = 방탄소년단 공식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스타, 특히 인기 아이돌을 활용한 굿즈 산업 열풍이 선풍적으로 불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직접 공식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열어 굿즈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의류, 제과, 화장품, 주류 등 다양한 브랜드 기업에서 아이돌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을 기획한다.

실제 아이돌을 활용한 굿즈 마케팅이 매출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이 너도나도 아이돌 굿즈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또 굿즈 산업의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도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불꽃 튀는 마케팅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굿즈 상품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 응원도구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마스크팩, 헤어밴드, 가방, 옷 등 그 종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팬들은 스타를 상징하거나 혹은 그들을 모델로 한 상품을 소유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이 팬심을 악용해 지나친 상품의 다양화와 높은 가격으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유통계의 효자로 우뚝 자리매김한 굿즈 산업. 기업의 일반적인 스타 마케팅일까, 아니면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상술일까.

<사진 출처 = SMTOWN THEME PARK IN THE CITY(SM코엑스아티움) 홈페이지 캡처>

떠오르는 효자 산업 ‘아이돌 굿즈’

영어로 상품이라는 의미가 있는 ‘굿즈(Goods)’는 국내에서는 주로 특정 인물을 상징하는 상품으로 통용된다. 굿즈는 H.O.T.와 젝스키스, god, 신화 등 1세대 아이돌 스타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초창기 굿즈는 스타를 상징하는 색상의 우비, 풍선처럼 콘서트나 음악방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원도구 수준이었다. 기업에서 만들어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나 공식 팬클럽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팬들에게 보급하거나 문구점 등에서 판매하는 사진이나 브로마이드 수준에 그쳤다.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한 2000년대에 접어들며 굿즈의 종류가 조금씩 다양해지며 단순히 팬문화가 아닌 MD 사업으로 확장됐다. 대형 기획사에서는 자체적으로 공식 굿즈를 만들어 콘서트장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운 기업들의 마케팅도 보다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형기획사들이 공식 판매처와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5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옆에 6층짜리 ‘SM코엑스아티움’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굿즈 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복합문화 공간을 타이틀로 한 이고은 홀로그램 공연과 MD샵, 아티스트 체험, 전시, F&B 등 SM 아티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이밖에도 AOA, FT아일랜드, CNBLUE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부터 관광객들의 메카로 알려진 명동에 굿즈샵 ‘FNC와우’ 운영을 시작했으며 빅뱅, 싸이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제주도에 ‘YG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굿즈 산업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성행한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온라인쇼핑몰 ‘BTS OFFICIAL SHOP'에서는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포토카드와 스티커를 시작으로 물병, 옷, 마우스패드, 키홀더, 무드등 등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굿즈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제품에 따라 1만원대에서 비싸게는 10만원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일부 인기상품은 완판되거나 일시품절 되는 등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 ‘워너원’의 공식 굿즈샵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소 6000원에서 최대 6만9000원에 달하는 포스터 케이스, 힙색, 충전식 손난로,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기업과 아이돌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이못지 않다. 워너원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이니스프리 등 10개 넘는 기업의 모델로 발탁돼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는 전국 가맹점에서 치킨을 주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워너원 에피소드북’을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광동제약에서는 워너원을 모델로 한 비타500 CF를 새롭게 선보이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면 적립할 수 있는 포인트로 멤버별 포토 11장을 모두 모은 사람 중 매월 추첨을 통해 워너원 브로마이드와 콜드컵 등 다양한 굿즈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니스프리는 워너원 멤버들의 포토카드 등을 증정하는 ‘이니스프리×워너원 굿즈세트’를 판매해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경우 굿즈샵 유치 이후 젊은 고객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대형기획사에서 운영하는 연예인 굿즈샵 SM타운, YG플레이스와 CJ오쇼핑의 스타일온에어플러스를 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그 결과 2014년 0.3%에 불과했던 10대 매출이 4%로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30.7%였던 20대 매출은 33%로 상승했다. 또한 기존 고객층이 30대 후반~40대였다면 지난해에는 매출의 72%가 10대~30대 고객으로부터 나왔다.  

CJ오쇼핑은 지난해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내세워 50분 동안 ‘씨이앤(Ce&) 롱다운점퍼’ 1만9000여개 판매를 달성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총 21억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달 6일부터는 CJ몰에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공식 굿즈 판매를 시작했다.

CJ오쇼핑은 향후 아이돌과 상품의 컬래버레이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이돌 출연으로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상품은 주문량이 1시간 동안 21억원 정도였다. 이후 (슈퍼주니어가) 판매했던 마스크팩도 개당 9000원이라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많은 팬들이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돌 굿즈 산업의 전망에 대해 “(아이돌 굿즈 산업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아이돌도 하나의 콘텐츠인데 이를 상품과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한 쇼핑몰에 게재된 ‘요하이와 함께하는 워너원 팬 사인회’ 광고>

팬심 악용? 스타 마케팅?

기업들이 앞다퉈 아이돌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팬덤을 이용해 과도한 상술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12월 롯데제과는 ‘요하이와 함께하는 워너원 팬사인회’ 이벤트로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만원 이상의 과자 구매를 인증하면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는데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응모 횟수나 연령대에 제한이 없었다. 때문에 경쟁적으로 응모하도록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같은 달 그룹 ‘EXO’를 모델로 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8 EXO 팬 페스티벌’ 응모 행사를 진행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굿즈에 대한 의견이 다양했다. 다양한 굿즈 상품을 소장할 수 있음에 반가움을 표하는 한편 굿즈라는 타이틀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 아이돌의 이미지를 내세워 도가 지나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불만도 가졌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인 A씨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한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이 무조건 상품을 구매하진 않기 때문에 기업이 팬심을 악용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A씨는 “때마침 필요했던 물건을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하거나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취향에 맞는 상품의 경우에만 굿즈 상품을 구매한다”면서 “실용성이 있거나 정말 소유하고 싶은 상품이 아닌 이상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구매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돈을 들여 굿즈 상품을 구매하는 팬은 극소수이고 그만큼 능력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기업이 팬심을 악용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1세대 아이돌 H.O.T. 팬 김혜원(29·가명)씨는 기업들의 의도를 이해하면서도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는 소속사와 기업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모 아이돌의 팬사인회 응모권을 받기 위해 커피, 렌즈, 옷 등을 사재기하는 팬을 여럿 봤다. 결국엔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되팔아 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또 물건을 구매해 응모권을 모은다. 그렇게 당첨되면 사인을 받고 손뼉 정도 마주치고 오더라. 본인이 만족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팬심을 이용하려는 소속사나 기업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물건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팬사인회 응모권이나 팬미팅 입장권 등을 빌미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을 사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박소영(45)씨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해 기업의 신뢰도를 쌓는 건 이해되지만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게 문제라고 난색을 표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앨범이나 아이돌 얼굴이 들어간 사진 등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어 나무라지는 않지만 굿즈 상품의 효용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잘 나가는 스타를 통해 신뢰도를 쌓는 대상이 청소년들이라는 게 문제다. 단순히 기획사와 기업의 배만 불리기 위한 마케팅은 옳지 않은 거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은 예전부터 계속돼왔던 것이고 일반적인 스타 마케팅이지 팬심 악용의 의도는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모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 B씨는 “스타를 이용한 굿즈 마케팅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일반적인 마케팅 기법이기 때문에 최근에 아이돌 굿즈 마케팅 붐이 일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목표하는 바에 따라 마케팅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대형 셀럽을 이용한 마케팅은 젊은 팬층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단시간에 광범위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브랜드 상품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아주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일 뿐 팬심을 악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모 제과업체 관계자 C씨도 마찬가지로 “아이돌 굿즈 마케팅은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부터 계속됐기 때문에 최근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C씨는 “과거부터 다수의 기업이 인기 있는 스타를 모델로 발탁했다. 최근 주 소비자 타깃을 10·20대로 보고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라며 “인기 있는 모델을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것 당연하다. (팬심을 악용했다고 하는 것은) ‘상술이냐 마케팅이냐’ 표현 방식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를 모델로 발탁해 매출이 평소보다 2배 정도 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과거에도 인기 있는 스타를 모델로 채용했으나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례별)”라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 워너원 공식 굿즈샵>

“올바른 굿즈 소비 위한 시스템 마련돼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팀장은 아이돌 굿즈 마케팅이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업무 방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올바른 소비문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은 기업의 자연스러운 영업 활동이고 세계적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하다 보니 가격대비 품질이 떨어지는 등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아이돌 팬덤의 주축인 10대는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경제활동을 하는 법적 미성년자”라며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제공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상품은 대체적으로 이미지 중심의 상품이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을 첨부하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올바른 굿즈 산업 소비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업들이 적절한 가격이 품질이 보장되는 상품을 판매하고 스타의 이미지를 활용하기보다는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제품을 구매한 후 필요 없는 즉흥 소비를 위한 환불이나 교환, 환불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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