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위장한 폭리, 소비자 혼란 부추겨
“세계적 추세, 소비자와 시장이 선택한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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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내리막을 걷고 있는 위스키시장에서 무연산 저도수 위스키 활약이 눈에 띈다. 하지만 숙성 연수가 표기되지 않은 무연산 제품임에도 연산이 명확한 위스키와 가격차이가 별반 다르지 않아 마치 고품질의 위스키인양 홍보하고 판매해 소비자를 속이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종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가 대표적이다. 골든블루는 현재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두 가지 무연산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무연산 위스키 흥행돌풍

골든블루의 사피루스는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다. 사피루스는 지난해 25만2951 상자(500㎖×18병)가 팔렸다. 골든블루의 다이아몬드도 지난해 11만 9085상자를 판매하며 시장 4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3위를 기록한 제품도 디오지오코리아가 판매하는 무연산 위스키인 ‘더블유 아이스’(16만210상자)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 상위 10대 위스키 제품 중 무연산 표기제품은 전체 59.4%에 달했다. 위스키 시장을 무연산 제품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골든블루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골든블루는 2012년 연산 표시를 없앴다. 매년 수십억씩 영업손실을 냈던 골든블루는 연산표시를 없앤 이후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올해도 2월말 기준 24.1%(기타주류 제외)의 점유율로 위스키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골든블루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제주, 강원, 전라도, 충청도 지역에서 올해 2월 기준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평균 4.4% 성장했다.

높은 성장세 만큼 논란도 크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달 23일 민생경제연구소와 술사랑 동호회가 무연산 위스키로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골든블루와 디아지오코리아를 공정거래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소비자 기본법, 소비자 기만 및 부당폭리 위반 등으로 신고하면서 표면화 됐다.

문제는 가격이다. 골든블루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모두 무연산 제품이지만 가격은 연산이 표기된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피루스의 출고가는 2만6334원, 다이아몬드는 4만62원으로 과거 판매하던 골든블루 12년산, 17년산 등 기존 연산 제품 가격과 거의 동일하다.

주로 비교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연산 위스키인 ‘윈저 12년’의 경우 2만 6367원, 윈저 17년은 4만 7원에 판매되고 있다.

‘연산과 동격’ 마스킹 마케팅?

디아지오코리아의 무연산 위스키 ‘윈저 아이스’의 경우 2만2594원으로 같은 회사에서 판매되는 윈저 12년산(2만6367원)과 다소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연산 표시는 원액의 최소 숙성 시간에 따라 표기된다. 12년산일 경우 위스키 원액 중 가장 적은 숙성기간 12년이라는 뜻이다. 이 따라서 숫자가 높게 표시된 제품이 비싸게 판매되는게 일반적이다.

반면 무연산 위스키의 경우 스카치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기준에 따라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원액이기만 하면 된다.

숙성기간이 제각각이다보니 원가가 저렴한 원액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보통 무연산 위스키가 연산 위스키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다.

이에 업계에서는 골든블루가 무연산 제품 디자인을 고급화해 연산 위스키인 것처럼 홍보하면서 연산과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의 혼란을 주고있다고 지적한다. 일명 마스킹(위장) 마케팅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위스키 원액의 출처나 제조공법 등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민생경제연구소 측은 골든블루 등 제조사가 무연산 위스키 값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물론 품질정보 공개, 라벨에 연산 표기 의무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트렌드, 시장의 선택

논란의 전면에 서있는 골든블루는 ‘세계적인 추세’, ‘소비자의 선택’을 강조하며 이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골든블루는 본지에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위스키 제품의 숫자는 1200개 정도이며, 이 중 연산 미표기 위스키가 판매 금액으로 약 77%, 판매량 기준으로는 약 91%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합리적 소비문화와 탈권위주의적 위스키음주 문화로 연산 미표기 제품의 판매량, 숫자들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품질의 우수성, 우리 입맛의 적합성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성장한 것”이라며 “좋은 위스키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이지 숙성연수가 표기된 것이나, 비싼 위스키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폭리를 취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경쟁사 매출원가율과 영업이익율을 비교해 보면 당사(골든블루)가 매출원가율은 가장 높고, 영업이익율은 가장 낮은데 폭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음해”라며 “가격이 불합리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스키의 원액 출처나 가공법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세계 그 어떠한 위스키 기업도 제품 원액의 종류와 출처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됐던 디아지오코리아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민단체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 있다. 연산과 연산 미표기 제품 다른 제품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더 저렴하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연산 표기 없을 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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