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만남, 어떤 대화 오가나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 만남
두 정상이 만나기 흡족한 장소로 부각
1992년 비핵화 선언 이행이 가장 큰 관건
김정은, 비핵화 실천 의지 얼마나 보여줄까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2018년 6월 12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핵화에 대해 담판을 짓는다.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이 회담 장소로 거론되면서 온갖 추측을 낳았지만 이제 그 추측의 귀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미대화도 이제 그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역사적인 만남이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수장이 만나는 그림은 불과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는 것이야 올해까지 합쳐 3번이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의 수장이 만난다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며, 세계사에도 기록으로 남을 일이다. 21세기 세계사의 변곡점은 오는 6월 12일 전후가 될 것이라는 역사학자들의 말이 있을 정도로 이번 만남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모멘텀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과 깡패국가로 대변되는 북한이 만난다는 것은 세계 평화에 엄청난 기여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간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향해 ‘악의 축’, ‘미 제국주의’라며 비난하기 여념 없었다. 하지만 변화는 조금씩 감지됐다. 지난 미국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엄청난 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why not?(왜 안돼?)”라며 반박했고, 실제로 그 만남에까지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드디어 만나는 트럼프-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의 협상가라는 점에서 그 누구와도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는 타입이다. 아울러 쇼맨십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쇼맨십을 발휘하며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현재 대통령이 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워낙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고, 우리나라에 대해 그다지 좋은 발언을 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는 힐러리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 우리나라에게 상당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후보가 당선됐다면 지금도 계속 한반도는 냉전 상태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는 곧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결국 북한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발언을 이어갔고, 실제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거나 항공모함을 한반도 근처에 배치하는 등 전쟁이 일어날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어느 정도 감축시켰다. 이 같은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에 북한은 결국 항복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명분은 지난해 핵 무력이 완성됐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도 이대로 가면 북한은 무너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제사회로 나오게 된 것이다.

대북 특사로 파견됐던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3월초 미국을 방문할 때만 해도 방북 결과에 대한 보고 차원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하지만 그 평가는 뒤집어졌다. 북미정상회담이 올해 6월 안에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미국 관료가 아닌 우리나라 관료가 전하는 것 자체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세계는 모두 놀랐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면서 전 세계는 이제 북미정상회담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러다 보니 북미정상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점차 발표 시기가 늦춰지면서 회담 준비가 잘못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은 만남을 갖기로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나 평양이 아닌 싱가포르가 결정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는 두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미국 대사관은 물론 북한대사관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북한이나 모두 만족스러운 장소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 해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에도 싱가포르는 북한 비행기가 날아갈 수 있는 최적의 거리 중 하나다. 북한은 5000km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가 없다. 북한에서 싱가포르까지 4800km인 점을 감안하면 최적의 비행거리인 것이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강력한 경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테러에 대한 대비도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그동안 각종 정상회담을 이뤄진 장소이기에 두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눌 최적의 장소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싱가포르가 선택된 함의

하지만 평양이나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가 됐다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이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상징적 의미로 평양이나 판문점이 적격이다. 하지만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선택됐다는 사실은 곧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향후 북한이 비핵화 이행 과정을 지켜보고 진행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에게는 회담 장소로 평양이나 판문점이 더 상징성이 있다. 평양의 경우에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을 방문하는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상징성이 엄청나다. 김 위원장도 미국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는 것을 인민에게 알리면서 체제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때문에 평양은 두 정상 모두에게 상징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 평양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판문점도 그 상징성이 크다.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은 멀리 나갈 필요가 없고,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한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사분계선을 넘나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에 판문점 회담을 희망했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진은 북미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배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되면서 과연 정상회담이 하루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1박 2일 일정이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어떤 식으로 도출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으로서는 이미 북한이 1992년 비핵화를 선언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선언적 의미’보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브리핑하면서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에게 요구하는 비핵화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 금지’(1조),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 금지’(3조)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안보를 위협했다.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1992년 합의된 비핵화 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 위원장이 이 비핵화 선언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느냐가 이번 정상회담의 관건이다.

이미 지난 4월 27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식의 대화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오는 22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곧이어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 핫라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 등을 자세하게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간자로서 비핵화를 얼마나 도출시킬 수 있느냐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달려있다. 때문에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분위기는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북미정상회담을 파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원색적인 비난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보다는 다소 후퇴하는 비핵화 선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징후는 미국 정가에서도 읽힌다. 미 정가는 불과 얼마 전까지 정상회담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현재는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CVID를 원하지만 실제로 구현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으로 CVID보다는 후퇴한 비핵화 선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가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동결’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그에 따른 ‘체제 보장 및 경제 혜택’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평양이나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비핵화 실천 의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얼마나 실천적 의지를 갖고 있느냐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이번 회담이 향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 제기됐던 북미수교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남을 가졌다는 것 자체의 의미만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재 북미 간 상황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즉흥적 쇼맨십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그 쇼맨십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대 이상의 회담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을 것을 제안할 정도로 쇼맨십이 강한 인물이다. 이처럼 쇼맨십이 강한 두 인물이 만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북한의 비핵화다. 이는 김 위원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역시 체제를 보장해준다면 핵을 안고 살 이유가 없다고 얘기했다. 그 생각이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또 우리나라 국민에게, 나아가 세계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주요 골자다. 그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아무런 결실 없이 그냥 두 정상이 만나 대화만 나눈 수준이 된다.

이렇게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마주 앉게 됐다. 햄버거든 스테이크든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을 담보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그 만남이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정가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어 갈 것인지 그 가늠자가 될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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