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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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간호사가 많이 배출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간호사가 없다며 우후죽순처럼 간호사를 만들고 또 만들었지만 연간 사직하는 간호사는 35%를 넘는다”(280쪽)

생명이 오고가는 삶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지만 정작 자신은 일상적인 인권 침해와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직업, 간호사.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까.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는 21년 2개월 동안 외과중환자실에서 일했던 저자 김현아가 몸소 겪은 일화를 성실히 기록한 고백서이자, 한국의 간호사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폭로하는 고발서다.

저자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 일간지 1면에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패한 의료인의 회한과 절규, 그럼에도 내 환자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 국민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얻은 개인적 영예와는 별개로 간호사들의 인권과 처우에 대한 인식과 상황이 바뀌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서울 한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목숨을 끊으면서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신입 간호사에 대한 악의적인 괴롭힘, ‘태움’을 비롯해, 업무 시간이 끝난 뒤 병원 행사에 강제로 동원되는 것도 모자라 선정적인 장기자랑까지 강요당하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간호사들의 고단한 일상을 짐작케 하는 여러 일화를 언급한다. 특히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환자의 밥을 먹은 신입 간호사, 생리대를 바꿀 시간이 없어 유니폼 밖으로 피가 번져나온 선배 간호사의 이야기 등은 당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업으로 삼는 간호사에게도 사회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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