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맘의 눈물] 자녀 돌보려 직구한 의료기기가 불법이라니
[소아당뇨맘의 눈물] 자녀 돌보려 직구한 의료기기가 불법이라니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05.15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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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혈당관리 위해 ‘연속혈당측정기’ 해외직구
식약처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혐의 검찰 송치
ⓒ투데이신문
당뇨병 환자가 피를 내 혈당 검사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엄마는 아침에 잠에서 깬 아이의 손을 찔러 피를 낸다. 아이는 익숙한 듯 자신의 손에 난 빨간 피를 기계에 갖다 댄다. 아이 엄마는 기계에 표시된 숫자를 보고 기겁한다. 정해진 순서인 듯 아이는 자연스레 엄마에게 팔을 내민다. 엄마는 알코올 솜으로 아이가 내민 팔을 문지른 뒤 주사를 놓는다. 주사를 맞는 아이는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담담한 듯 하품을 한다.

이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성인 환자의 경우 스스로 혈당을 검사하고 주사를 놓을 수 있지만 어린 환자의 경우 이를 스스로 하기가 어렵다.

당뇨병은 크게 인슐린의존형 당뇨병과 인슐린비의존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WHO는 이를 각각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1형 당뇨병은 흔히 ‘소아당뇨병’으로 불린다. 보통 10세 이전의 소아에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만 18세 이하 소아당뇨 환자는 1720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8.3명이다. 이는 10년 전 14.9명과 비교해 3.4명 증가한 수치다.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은 그 증상과 치료 방법이 다르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한다. 2형 당뇨병의 경우 베타세포에서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혈당이 상승한다.

다시 말해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고,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나 100%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치료법에도 차이가 있다. 2형 당뇨병은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치료가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약물을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2형 당뇨와 달리 1형 당뇨의 경우 하루에도 수차례 혈당이 널뛰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다. 혈당이 높을 경우 주사를 맞고 낮을 경우 음료나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어린 환자는 관리가 쉽지 않다.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김미영 대표의 아들. 왼팔에는 연속혈당측정기센서가 붙어 있고 오른팔에는 인슐린 펌프 주입 바늘이 꽂혀 있다 사진제공 = 김미영 대표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김미영 대표의 아들. 왼팔에는 연속혈당측정기센서가 붙어 있고 오른팔에는 인슐린 펌프 주입 바늘이 꽂혀 있다 <사진제공 = 김미영 대표>

자녀의 1형 당뇨 진단 후 무너진 일상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후 삶의 질 상승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이하 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생후 36개월에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아들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의 아들은 처음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뒤 매일 4번 이상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수시로 손가락에 피를 내 혈당을 검사해야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김 대표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김 대표는 “아이가 주사 맞고 혈당 검사하는 걸 힘들어했다. 또 너무 어릴 때 발병하다 보니 유병기간이 길지 않나. 1~2년 잘못 관리해서 합병증이 오게 되면 아이의 인생이 달라지기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며 “혈당검사를 하루 평균 10회, 많으면 20회 이상도 했다. 손끝을 하도 찔러서 굳은살이 생기고 거칠어질 정도였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의 손을 잡고 활동할 때는 친구들이 아이 손이 거칠다고 피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린이집 간식을 먹으면 혈당이 너무 올라가기 때문에 매일 따로 간식을 만들어 보냈다. 그러다 아이가 6살쯤 되니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걸 먹고 싶다. 엄마가 이런 거 보내는 거 보내는 게 싫다’고 하더라”며 “또 저혈당 위험 때문에 체육활동을 제한하고 친구들과 노는 중에 혈당 검사하고 주사를 맞아야 하다 보니 활발했던 아이가 내성적으로 변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혈당관리 방법을 찾던 김 대표는 해외 사이트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찾아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 아래 센서를 부착해 채혈 없이 24시간 내내 4~7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해 모니터로 전송하는 기계다. 이를 사용하면 혈당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혈당 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 더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해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켜 아들의 혈당 데이터를 원격으로 확인하고 혈당관리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고 나서는 실시간으로 혈당 확인이 가능해져 축구교실, 태권도, 수영, 야구 등 하고 싶은 체육 활동도 자유롭게 하고 식사나 간식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혈당 관리가 전보다 훨씬 잘 돼 삶의 질이 달라졌다”며 “측정기 사용 전에는 3시간을 연달아 잘 수가 없었다. 알람을 맞춰 놓고 때맞춰 아이 혈당을 검사해야 했는데 이제는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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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의 혈당 검사 결과. 대한당뇨병학회는 식후 2시간 혈당 90~140mg/dL을 정상범위로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1형 당뇨 환자들 위해 연속혈당측정기 구매 도와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제조’ 혐의로 검찰 송치

아들의 혈당관리에 큰 도움이 된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후기를 1형 당뇨환자 커뮤니티에 공유한 김 대표는 연속혈당측정기 구매를 희망하는 회원 100여명을 도왔다. 더 많은 1형 당뇨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운 것이다.

그러나 이 일로 김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법 제26조를 위반했다며 김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의료기기법 제26조 제1항은 “허가 또는 인증을 받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기기를 수리·판매·임대·수여 또는 사용해서는 안 되며, 판매·임대·수여 또는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수입·수리·저장 또는 진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에 같은 일로 세관에서 고발을 당한 적이 있다”며 “연속혈당측정기 구매를 대행해 밀수·판매 혐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3월에 세관의 조사를 받고 7월에 검찰에서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다”며 “검찰의 기소유예 내용은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고 실제 사용자들이 필요에 의해 구매대행을 요청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세관에서도 고발이 들어온 이상 조사할 수밖에 없다며 대신 선처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겠다고 충분히 설명했고 검찰에서도 참작이 돼 기소유예가 결정됐다”고 했다.

또 식약처는 김 대표가 연속혈당 측정기의 데이터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장치를 설치한 행위에 대해 ‘의료기기 불법 제조 행위’라며 혐의를 추가했다.

김 대표의 아들이 사용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RF신호(무선 기기에서 사용하는 고주파 신호)로 혈당을 기기 모니터에 전송하는데, 이를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도록 변환해 주는 하드웨어를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기기를 개조한 것도 아니고, 이 하드웨어는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모니터가 있는 장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2차 조사까지 이를 의료기기로 보지 않아 혐의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3차 조사에서 갑자기 이 하드웨어가 의료기기라며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판매 혐의를 추가했다.

식약처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선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식약처가 선처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선처 할 생각이었다면 의료기기를 확대 해석해서 혐의를 추가했겠나”라며 “범법행위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은 없고 오히려 도움을 받은 사람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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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직접 주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政, 지원 확대 발표에도 급여비는 그대로
환우회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무조정실은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 펌프)에 필요한 소모성 재료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추가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정부가 환자 단체를 대상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급여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환우회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1형 당뇨 환자에 적용했던 1일 2500원의 급여비는 확대하지 않고 혈당 검사지, 채혈침, 주사기, 주사 바늘 등 기존 소모성 재료 4개에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인슐린 펌프 주사기·주사 바늘 등 3개를 추가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 시 연 평균 약 780만원이 소모성 재료 비용으로 소요된다.

김 대표는 “현재 지원되는 건 혈당측정지, 채혈침, 주사 바늘 등 하루 2500원인데 이마저도 하루 4회 기준이어서 사실상 지원되는 금액은 현저히 적다”며 “지원금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1형 당뇨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외면하는 동안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해외에서 기기를 구입한 이들은 범법자가 돼 분투하고 있다.

1형 당뇨 환자들은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씩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