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우려아동 위한 급식 지원 사업
지역별 한 끼 4000~5000원 지원
지원금 부족·영양 불균형 등 초래
관리자 편의성 중심으로 주객전도
급식카드 통한 식단관리 이뤄져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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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TV에는 종종 먹을 게 없어 바짝 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 광고가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건너뛰어도 괜찮은 식사가 다른 누군가에겐 하루 종일 허기졌던 배를 채우는 단 한 번의 소중한 식사가 되기도 한다.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우리 주위에도 돈이 없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그들을 ‘결식우려아동’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이 아니면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결식우려아동들을 위해 학교 밖에서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한 식사지원을 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제도가 바로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다.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란 간단히 설명해 가맹점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금액을 선불로 카드에 입금해주는 시스템이다. 앞서 시행돼 온 도시락 배달, 종이식권들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만든 제도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운영 방식 등으로 이전 제도만큼이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나 해를 거듭할수록 물가는 치솟고 있지만 수년째 동결 중인 지원금액에 대한 불만이 매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가 놓인 반복되는 사각지대를 파헤쳐 보고 개선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 G드림카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 출처 = G드림카드 홈페이지 캡처>

종이식권·도시락에서 카드로

UN 아동권리헌장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당사국은 국내 여건 및 재정 범위를 고려해 부모 등 아동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이 ‘적당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 실현을 지원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영양 의복 및 주거에 대한 물질적 보조와 지원 계획을 제공토록 한다. 헌법에도 국가와 사회공동체는 아동인격발달 및 발현을 위한 아동생활의 전제조건을 형성하고 이를 촉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있다.

2005년 이후 결식아동 급식 사업의 일환으로 빈곤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 바깥에서 급식에 준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서울 ‘꿈나무카드’, 인천 ‘푸르미카드’, 경기 ‘G드림카드’, 부산 ‘행복드림카드’, 울산 ‘해피드림카드’ 등의 ‘아동급식카드’(IC카드)를 발급했다.

물론 이전에도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거나 종이식권을 지급하는 등 급식 지원 사업이 존재했으며 해당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역이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듯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는 지역별로 금액이나 가맹점 수, 카드사 등의 차이가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지역별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 1식 지원 금액은 서울·제주 5000원 인천·광주 4500원, 경북 대전 울산 4000원 등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1식 지원금액을 최소 4000원을 권고하고 있다.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는 지방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이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는 사전에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전국 편의점은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카드 운영사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편의점 가맹점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의 경우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 이전에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종이식권을 발급해왔다. 매월 1~2회 행정복지센터(구 동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종이식권을 수령하고 가맹점에 1장씩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위축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편의성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돼 2009년 이를 보완한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는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위축감 완화와 규칙적인 식습관 유도를 목표로 했다.

식권을 제출할 때 느낄 수 있는 위축감 완화를 위해 식사 후 음식점의 카드 단말기에 체크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매월 전자카드에 선불 충전해줌으로써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카드 분실 시 즉시 재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1일 한도액을 지정해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이 매일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길들일 수 있도록 했다.

첫 도입할 당시에는 성동구, 광진구, 은평구 등 3개구에서 시범운영했으며 3575명의 저소득층 아동·청소년들이 단체급식기관 41곳과 일반음식점 316곳에서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2017년 기준 전 지역구에서 총 3~4만명의 저소득층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음식점 2000곳, 편의점 4600곳과 가맹점 계약을 맺었다.

1인당 1식 지원 금액은 5000원이며 조건에 따라 지원해주는 식사 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 최대 이용 가능 금액은 1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정해진 기준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세 끼를 모두 결식우려아동급식지원카드로 해결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통상적으로 두 끼를 지원받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하루 최대 결제 가능 금액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 지원 금액은 조건에 따라 각자 다르기 때문에 한 끼 식사 금액 곱하기 지원 식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복지 불균형 = 영양 불균형?

2015년 ‘서울시 아동급식 현안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꿈나무카드)의 주요 사용처는 ▲ 편의점 57.7% ▲일반 음식점이 29.9%로 집계됐다. 아이들은 가격 선택의 폭이 넓고 가맹점 가운데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편의점을 주로 선택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부족하다. 앞서 언급됐듯 아동급식지원카드는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17년 기준 일반음식점 2000여곳, 편의점 4600여곳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이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일반 음식점은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전용 모듈을 탑재한 카드 리더기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가맹 계약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식우려아동급식지원카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편의점 식품의 특성상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단이기 때문에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쉽지 않다. 실제 앞선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사 먹는 식사류는 ▲삼각김밥 40.6% ▲도시락 16.5% ▲라면 7.5% ▲김밥 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채소나 과일을 판매하고 있지만 신선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손이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에 아동급식지원 단가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아동 1인당 급식단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 대해 ▲꿈나무카드 대상자(아동) 60.2% ▲보호자 69.5% ▲단체급식소 84.1% ▲도시락 배달업체 93.8% ▲일반음식점 73% ▲편의점 62.1%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수요자 공급자 모두 대체로 아동급식지원 단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대구시에서는 한 끼 4000원이 지원되는 저소득층 아동급식 예산을 일부 삭감하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지역 저소득층 아동급식 전체 예산 142억원을 올해는 13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급식비를 지원받는 대구지역 저소득층 아동 수도 지난해 2만2500여명에서 1만9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대구시는 아동 수가 줄어들며 급식 지원 아동수가 줄어들어 매년 예산이 남는 것을 감안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아동복지 역행”이라고 비난했다.

이 외에도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수치심이나 낙인감을 느끼는 문제점도 있다. 아동급식을 제공받는 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시행됐던 종이 식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꿈나무카드 역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과 결제방식 때문에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카드 발급 대상자가 아닌 제3자가 이용하는 데 제한이 없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사용하고 남은 금액이 다음달로 이월되지 않는 점 등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복지 불균형이 아이들의 건강 불균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관계자는 “대구지역 2017년 9월 기준 가맹점 수는 편의점 804개 일반음식점 395개로 대다수가 편의점이다. 아동급식지원카드 지원 대상의 90%가 편의점에서 빵이나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끼 4000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하며 “지난해 1일 한도 금액이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1식 지원 금액은 변함없다. 과연 편의점에서 1만2000원치 빵이나 우유를 사먹겠느냐. 저소득층 아이들의 복지 혜택 불균형이 아이들의 건강 불균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아동급식지원카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책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제 방식은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 도입 당시 기술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은행과 함께 고민 중에 있다”면서 “카드 모양에 따른 낙인감도 디자인의 다양화 등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타인이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경우 공식적으로는 집단 급식소 운영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안내문을 배포하는 것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 이용 빈도수가 높아 영양불균형이 우려돼 주 1회는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집밥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라며 “지원 금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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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편의성 중심…영향 잡힌 식단관리 필요

아울러 현재 ‘공급자 중심’인 급식카드 제도 운영 방식이 직접 소비자인 ‘아이들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결식우려아동급식카드 제도는 아이들을 위함이라기보다는 관리자들의 편의성 중심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균형 잡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까보다는 돈(급식카드)이 거래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 고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정이나 학교에서 챙겨주기 어려워 한 끼 식사를 대신하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현 지원금만으로는 그게 어렵다면 소상공인을 착취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며 “아이들은 당당하게 식사하지 못하고 소상공인은 그들대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식당가에 맞는 금액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 끼를 때우는 식보다는 아이들 중심에서 ‘주로 뭘 사 먹는지’, ‘영양적 측면에서 충분한지’ 등을 고민해 제대로 된 식단관리까지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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