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국내 14개 손보사 의료손실보험 약관평가 발표

지난 15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국내 손보사 손실 보험 약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국내 손보사 손실 보험 약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의료손실보험의 약관이 대부분이 모호하고 어려워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14개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의 의료손실보험 약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 소비자주권은 의료손실보험에 가입한 가구 비율이 86.9%임에도 불구하고 약관이 미비하고 규정이 모호해 소비자와 보험사들 사이 보험료 지급· 부지급 분쟁이 빈번히 발생해 보험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보험사 평가에서 AIG 손해보험이 최하점인 0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보장성, 명확성, 평이성, 공정성의 4개를 기준으로 3단계 등급으로 나눠 진행됐다. 각 항목당 최고점은 3점으로, 총점 12점까지 받을 수 있다. 

AIG손해보험의 경우 각 항목에서 모두 0점을 받았다. 그 이유로는 약관 서두에 가입자 유의사항, 요약서 등을 기재하지 않았고, 어려운 용어 사용으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지적받았다. 또 소비자의 권익과 직결되는 핵심사항들이 허술해 약관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하점을 받은 AIG손해보험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2017년 4월부터 실손상품을 판매하지 않았으니, 상품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순장 소비자주권 소비감시팀장은 “해당 홈페이지와 약관을 보면 실손이 아니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다”며 “타 실손 보험과 약관명칭과 특약 내용이 같으니 실손 보험이 아니라고 누가 알겠느냐. 선정대상의 문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CE·롯데손해보험 또한 공정성 부분에서 2점을 받아 하위권에 올랐으며 농협·KB·MG·AXA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4점, 삼성·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이 6점을 받아 중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손보사 중 DB화재·더케이손해·한화손해보험이 9점을 받아 평가대상 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고점에는 못 미쳤다. 

주요 손보사의 실손 약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결과 4개 기준 모두 양호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주권은 손보사의 공통적 문제점으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약관 문장·문구 ▲약관설명의무 및 고지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감 ▲판단기준이 불명확한 문구사용 ▲암보험의 불명확성을 꼽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계현 소비자주권 사무총장은 “주요 보험사의 약관을 검토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우수약관은 없었다”며 “다만 그 중 한화손해보험이 용어풀이, 예시 등으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와 양호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법률센터 실행위원 오동형 변호사는 “변호사에게도 드문 용어가 약관에 너무 많았다. 가입자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심지어 보험설계사조차 해당 약관을 모두 이해하고 설명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 반문했다. 

이와 함께 너무 많은 특별약관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고 특별약관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보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보장을 받을 수 없는데다 손보사는 특약을 광범위하게 나눠 놓아 보험료 증액의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손보사의 암보험 약관의 경우 수술·입원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인지, 요양·치료도 포함되는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또 보험사의 책임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최대 6%의 저율이자만 지급하니 보험금을 빠르게 지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은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지연이자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은 보험사 약관의 개선 방향에 대해 박 팀장은 “특약이 통폐합돼야 하며 전문용어의 풀이, 글자크기, 목차를 추가해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외국 보험사의 ‘이해가능 평가제’를 도입해 보험사가 해당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14개 보험사 중 절반 정도가 요약서를 만들지 않는데, 보험사가 요약서에 핵심 내용을 표기해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약관평가에서 낮게 평가된 보험사 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심사청구를 제기하고, 보험사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신고자와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 등 약관 피해자들을 대중적으로 모집해 연계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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