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격언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이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비롯한 병법서에 나온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말은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역사서 『사기(史記)』에 등장한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이 말이 그렇게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내부의 적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거나, 내부의 적을 만들어서 패망(敗亡)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저 말이 등장했다고 전해지는 『사기(史記)』의 「조선열전(朝鮮列傳)」에는 고조선의 멸망과정이 등장한다. 「조선열전(朝鮮列傳)」의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한 때 수천리의 영토를 차지하고, 한(漢)에 맞설 수 있는 국력을 지녔지만, 부족 연합체라는 성격으로 인해 부족 사이의 갈등, 즉 지배층 안의 갈등이 심해져서 결국 한(漢)에게 무너졌다. 사마천은 고조선의 멸망에 대하여 ‘한이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고조선의 내부 분열로 망한 것이다.’라는 어조로 이 사건을 평가했다.

이후 한국 역사에서 왕조의 흥망성쇠나 굵직한 사건에는 항상 내부의 적에 의한 국력 약화가 있었다. 신라는 오랫동안 왕위 쟁탈전을 벌이다가 후백제와 후고구려로 갈라졌고, 결과적으로 후고구려의 장수이자 개경 지역의 호족이었던 왕건에 의하여 멸망했다.(그리고 이것은 왕위쟁탈전으로 고려에 항복했던 후백제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는 귀족들의 부정부패, 무신(武臣)에 대한 차별대우에 따른 무신들의 반란으로 국력이 약해지고, 결국 몽고에게 수차례의 침략을 받았다.

각종 민란과 혁명 운동의 경우에도 모두 내부의 적에 의해 실패했다. 조선 선조 때 있었던 “이몽학의 난”이나 (본 칼럼에서도 소개되었던)인조 때 “이괄의 난”, 그리고 “홍경래의 난” 등은 외부의 진압에 의해 진압 이전에 내부의 분열이 있었다. 특히 이몽학과 이괄의 경우에는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되었다. “조선의 자체 개혁”의 절호의 기회였던 “동학농민운동”의 경우에도 외적으로는 청(淸)과 일본의 군대에 의해 진압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남접과 북접이라는 동학 조직 사이의 대립, 그 조직의 수장인 접주 사이의 대립이 동학의 힘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무섭다.’는 격언은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의 국부(國父)에서 부정선거와 독재의 상징으로 격하된 이승만이 했던 대표적인 말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였다. 최근에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 국회의원은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에게 ‘사기에 내부의 적보다 외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좌파”로 낙인찍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무마하려는 발언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만 등장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현대사에 등장하는 국공분열이었다. 중화민국(中華民國)의 총통이었던 장제스[蔣介石]가 중국 군벌(軍閥)의 토벌을 위해 공산당과 합작했는데, 이것을 제1차 국공합작이라고 부른다. 군벌 토벌이 거의 완료되기 직전 장제스는 국공합작을 깨고 공산당을 탄압하기 시작했고, 공산당은 탄압을 피해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군벌의 토벌이 끝난 뒤 장제스는 지속적으로 공산당 토벌에 나서지만, 공산당도 군벌도 완전히 토벌하지 못하였고,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그리고 끝내 일본의 침략을 받았으니, 그것이 중일전쟁이었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장제스에게 국민들은 왜 일본의 침략을 막지 않고, 공산당 토벌에만 집중하냐는 항의를 했는데, 이 때 장제스가 했던 답도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무섭다.’는 맥락이었다. 그래서 장제스와 국민당 정부는 일본의 침략을 막는 것보다는 공산당 토벌에 더 열을 올렸고, 장제스가 동북군 지휘관 장쉐량에 의해 납치 감금되는 시안[西安]사건을 겪고, 결국 공산당 세력과 제2차 국공합작을 감행하고 일본군과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일본군을 물리쳤으나, 국민당 정부는 공산당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타이완[臺灣]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특히 여당에서는 특정 후보자를 내부의 적으로 간주하고, 오히려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분명 역사 속에서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위험함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주장이 소위 “완장질”, “충성도 감별” 등에 이용된 사례도 많았음을 유권자는 알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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