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의 아들들⑩] 페미니즘은 모두에게 이롭다
[메갈리아의 아들들⑩] 페미니즘은 모두에게 이롭다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05.24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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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섹스' 은하선 작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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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기자는 브래지어, 생리대, 화장, 임신 체험을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경험하고자 했지만 여성들이 겪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부당함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메갈리아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한 기자는 이번 체험을 마치면서 페미니즘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메갈리아의 아들들’ 마지막 화는 전소영 기자와 <이기적 섹스>의 저자인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 작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을 만나 나눈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및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은하선 작가 ⓒ투데이신문
은하선 작가 ⓒ투데이신문

‘한남’과 ‘김치녀’

이번 연재로 기자는 가장 많은 욕을 듣는 한 해를 맞았어요. ‘한남’이라는 단어를 써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남성들은 왜 ‘한남’이라는 말에 화를 낼까요. - 김태규

남성성으로 욕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죠. 김치녀, 창녀 등 여성을 지칭하는 욕은 많잖아요. 또 ‘놈’보다는 ‘년’이 더 강한 욕으로 사용되기도 하죠. ‘놈’이라는 말이 남성을 지칭하긴 하지만, 사실 직접적으로 남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진 않아요. 남성을 지칭하는 최초의 욕이 ‘한남’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남성이라는 것이 자부심이었는데 이게 훼손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분노를 하는 것 같아요. - 은하선

은 작가의 말에 동의해요. 온라인상에서 ‘스시녀(일본 여성을 뜻하는 말)’는 칭찬이 되고 ‘김치녀’는 욕이 됐잖아요.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미러링 해 한남이 됐는데, 사실 여성혐오는 한국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한국 남성이 더 심한 면도 있긴 하겠지만, ‘한남’이라는 표현이 남성 전반의 문제를 축소시키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어요. - 김지학

맞아요. 저는 독일에서 2년 정도 유학하면서 생활했는데, 독일도 여성혐오가 심각해요.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남성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는 등 ‘캣콜링‘이 엄청 심하더라고요.

한국에선 옛날 ‘오렌지족’ 때는 좀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길 가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분다거나 차에 타라고 하는 남성들은 없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그런 게 심하더라고요. 프랑스도 캣콜링을 성희롱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마련될 정도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남이라는 말은 미러링의 효과는 있지만 여성혐오가 한국에만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 은하선

저도 유럽은 한국보다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공공장소 성폭력,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을 담은 책 ‘악어 프로젝트’를 보고 ‘여성혐오는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태규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남성이 가진 특권

사실 저는 ‘선량한 남성’이 있기야 하겠지만 스스로 선량하다고 할 수 있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직접 성폭력을 저질렀든 방조했든 성폭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남성은 극소수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태규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 짓는 것 같아요. 성폭력 기사들을 봐도 가해자에 대해 ‘거세해야 한다’거나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등 자신과 분리시켜 댓글을 달아요.

우리 안의 ‘일베’를 바라봐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기가 쉽진 않죠. 범죄자들과 자신을 분리해야 자신의 ‘정상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은하선

미러링과 미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남성들은 미러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면, 미투는 나와는 다른 ‘권력층’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했어요.

남성들이 미투 운동을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한 현상으로 보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젠더권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위 고하의 권력으로만 이해해 자신과 분리시키고 있죠. - 김지학

남성이 젠더권력을 가졌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 김태규

일하는 여성들이나 TV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이미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에요. 남성들이 봤을 때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여성들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요. 자신들은 취직도 잘 안 되고 너무 힘든데 저 여성들은 TV에도 나오고 정치도 하고… 그런 여성들과 자신을 비교해 자신을 약자화 하는 거죠. 자신과 같은 위치의 여성과 비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과 비교해요. 젠더권력을 알려면 자신과 같은 상황의 여성과 비교해야 해요. - 은하선

보통 직장인과 비교하는 것도 아니에요. 강경화 장관과 자신을 비교해 ‘여성이 저렇게 잘 나가는데 무슨 성차별이냐’라고 하죠(웃음). - 김지학

심지어 박근혜와 자신을 비교해요. 박근혜는 어려서부터 많은 권력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잖아요. 물론 지금은 좀 힘들어졌지만…(웃음) - 은하선

문제는 권력자와 비교하더라도 여전히 젠더권력이 있다는 거예요. 대통령이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욕하잖아요. 잘못한 것만 욕하면 되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욕을 해요. ‘여자가 나라를 망쳤다’고 하는데, 박정희, 전두환 때는 남자라고 욕하지는 않았잖아요. - 김지학

친구들과 남성이 가진 젠더권력에 대해 논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나는 권력을 누린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밤에 택시 탈 때, 화장실 이용할 때 안전을 걱정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은 ‘그런 걸 왜 걱정해’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그런 걱정을 한다. 그것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보장받는 권력 아니냐’고 했더니 수긍하더라고요. - 김태규

남성은 안전하게 사는데 여성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걸 알면서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은 이미 안전하니 알 필요가 없는 거죠. - 김지학

제 지인 중에는 오히려 젠더권력을 여자가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남성의 권력을 여성들이 가져간다는 거죠. - 전소영

사실 페미니즘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여성들이 가져와서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맞추다보니 가져간다고 느낄 수는 있어요. 그러나 페미니즘은 기존의 파이를 가지고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 나누자는 거예요. - 은하선

그래서 다른 정체성과 엮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남자라고 해서 모두 살기 편한 상황은 아니죠.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취업이 잘 안 돼요. 그렇다면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돼요.

군대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2년 동안 끌려가길 바라는 사람은 없어요. 이는 국가와 해결해야 할 인권문제죠. 국가, 재벌, 기업, 경제구조, 노동구조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가져간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많이 해서 그렇다’는 등 소수자를 향한 공격으로 돌려요. 남성들의 것은 여성들이 뺏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구조가 뺏는 거예요.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해요.

남성 성소수자, 남성 장애인, 남성 노인 등을 남성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나 성별이라는 한 가지 정체성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특권을 간과하게 되죠. 마찬가지로 남성들도 젠더권력을 다른 정체성과 혼동해 이해하니 본인이 가진 남성 특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 김지학

저는 제가 항상 약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자영업자고, 수익도 있어요.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이지 않아요. 저는 한 번도 가난을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제가 가진 위치이자 권력이에요. 저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노브라로 다닐 수 있는 것도 회사원이 아닌 자영업자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항상 ‘나는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해요. - 은하선

(왼쪽부터)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은하선 작가,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은하선 작가,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가

첫 화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저는 메갈리아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한남’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벗어나려 노력 중이에요.

김 소장은 다양성연구소에 계시면서 성 평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남성이 페미니즘을 말하면 많은 비판이나 비난을 받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성평등에 목소리를 내게 됐는지. - 김태규

저도 김 기자가 말한 것처럼 ‘한남’이었죠. 그런데 미국 유학 가서 처음 성차별을 느꼈어요. 유학시절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편견의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듣고 편견과 차별, 억압에 관심을 갖게 됐죠. 당시 교수님이 라티나 여성 교수님이셨어요. 그래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집중을 했어요. 그 때 학생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랑 똑같은 사람인데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또 미국 사회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느끼며 다양성에 관심을 가졌죠. - 김지학

은 작가 역시 방송활동과 저서, 강연 등으로 꾸준히 페미니즘을 말해왔는데, 어떻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 전소영

제가 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진 않아요. 미성년자 때부터 당한 성폭력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사서 읽기도 했고, 2010년부터 ‘언니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3~4년 정도 열심히 활동했어요. - 은하선

저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어요. 그 후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어요. 페미니즘을 접하기 전과 후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저는 공대 출신이라 남성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과 젠더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애가 바뀌었다.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어요(웃음). 그럴 때면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돼요. - 전소영

여성만 겪는 문제들

저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차별을 경험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신체적 불편함을 체험하는 데서 그쳤죠. 제가 체험한 주제와 관련해 은 작가, 전 기자가 경험한 신체적 차이에 따른 차별 경험 혹은 주변의 이야기가 있다면. - 김태규

다른 경우긴 한데, 머리 짧은 여성들에게는 레즈비언이라는 오해가 따르기도 해요. 짧은 머리였던 래퍼 치타씨가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를 말하면서 “사람들이 자꾸 레즈비언이냐고 묻는다”고 한 적이 있어요. 머리 길이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성정체성을 판단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죠. - 은하선

김 기자의 체험과 관련해서는…출산 경험은 없지만 자연유산의 경험은 있어요. 그 때는 결혼하지 않은 임산부에 대한 선입견에 노출되기도 했어요.

또 저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에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는데, 콩쿠르나 연주 전에는 생리통 약을 먹어도 졸도할 정도로 심각해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였어요. 또 피임약 알레르기가 있어서 생리를 늦추기 위해 약을 먹는 것도 힘들어요.

그래서 찾은 게 생리유도 주사예요. 이 주사를 맞으면 3일 뒤에 생리를 하는데, 이 방법으로 생리를 늦추기도 했어요. 연주를 하려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하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말을 들어요. 그런데 남성 연주자들은 생리통을 겪지 않잖아요.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죠. - 은하선

브래지어 같은 경우 착용할 때는 신체적 불편함 밖에 없는데, 안 했을 때의 억압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타인에 의한 억압일수도 있고, 스스로 타인을 의식해서 생기는 억압일 수도 있죠. - 전소영

저도 작년부터 거의 노브라로 생활해요. 전에는 위아래 속옷을 맞춰 입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요새는 오늘같이 사진을 찍는 날이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브라를 해요.

얼마 전에 온천에 갔는데, 온천 앞의 워터파크에서 브라를 안 한 상태로 밝은 옷을 입고 놀았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놀라더라고요. 옷이 물에 젖어 유두가 보이니 놀란 거죠. 애인이 ‘어떡하지?’라며 걱정하기에 ‘내가 불편한 게 아니고 저 사람들이 불편한 건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했어요. 본인이 원할 때 브라를 하고 원치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은하선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

이번 연재에서는 신체 중심의 차별을 얘기했어요. 이외에 일상에서 나타나는 여성차별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전소영

일상적인 차별을 ‘먼지 차별’이라고 해요. 언제 쌓이는지 모르게 켜켜이 쌓이는 거죠. 외모에 대한 평가, 꾸밈 노동 강요처럼 일상에 녹아들어 내재화된 차별이 많아요. - 은하선

여성들이 일상적인 차별을 내재화하는 것처럼 남성들에게도 내재화된 특권이 있어요. 그래서 젠더권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죠. 또 외모에 대한 평가도 여성들의 경우처럼 성적 대상화나 평가받는 것으로 느끼기보다 말 그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군대와 젠더

남성이 신체적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김 소장이 겪은 차별이 있다면. - 전소영

특별히 없는 것 같은데요. SNS나 남초사이트에서는 군대 문제를 얘기하겠죠. 그런데 군대는 남성의 육체를 가졌기에 겪는 폭력이라기보다 국가가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강제 복무를 시키는 국가폭력이에요. 인권문제라고 봐야죠. 군대는 젠더 관점에서 볼 사안이 아니에요.

또 여성들이 군대 문제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남성들은 온라인에 떠도는 일부 몇 개 사진을 가져다 비난하잖아요.

그들은 ‘여성들이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해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체험을 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하고 순종적이고 순응하는 착한 여성으로 있길 바라는 거죠. - 김지학

군대를 갔다 와야 남성성을 인정받는 사회에서 여성이 군 복무를 하게 되면 더 이상 남성이 자신의 위치를 말할 수 있는 권력구조가 사라지게 돼요. 남성들끼리도 군대 안 간 사람을 놀리고 욕하잖아요. - 은하선

군대도 남성이 가진 권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 전소영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까지 병역판정검사 시 무정자증일 경우 보충역(대체복무) 판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무정자증을 숨기기 위해 군대를 갔다고 하더라고요. 무정자증일 경우 남성성이 훼손됐다고 여기고 군 복무를 통해 남성성을 드러내려는 거죠. - 은하선

차이? 차별?

차이에서 비롯되는 차별이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시나요. - 전소영

‘차별은 안 되지만 차이는 인정하자’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굉장히 부적절하게 나갈 때가 많아요.

EBS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한 패널이 ‘차별은 하지 않고 차이는 인정하면서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자’면서 ‘여성 전용 칸이라고 해놓고 핑크색이나 칠하지 말고 여성들이 주차를 잘 하지 못하니 칸을 넓게 해줘야 성차이를 인정하는 배려‘라는 말이었어요. 여성전용 주차공간을 따로 두지 말고 모든 주차공간을 넓게 만들자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성평등한 국가에서는 공간지각능력에 성별의 차이가 없어요. 또 학생들의 수학, 과학 점수에서도 성별 차이가 없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가부장제가 강하게 자리잡은 나라에서는 수학, 과학 점수나 공간지각능력에 성별 차이가 있어요. 이는 차별에 의한 결과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에요.

해당 패널의 말은 차별을 공고히 하는 거예요. 차별에 의한 차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인데 이는 차별을 해소하면 해결될 문제예요. - 김지학

물론 키나 힘 같은 차이는 있죠. 올림픽에서 성별을 구분해 경기하는 것도 신체적인 차이를 고려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런데 생리공결의 경우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이해해요. 성별에 관계없이 아플 때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봐요. 다만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리공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 은하선

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강요되는 것이 많을까요. - 전소영

이런 문화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성서만 봐도 여성은 몇 명 등장하지 않잖아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세례명이 ‘데보라’예요. 데보라는 성서 전체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 판관이에요. 또 성서에는 이름이 있는 여성이 몇 명 등장하지 않아요. 그나마 등장하는 여성들도 창녀 혹은 어머니로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요. - 은하선

역사적으로 오래 됐기 때문에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죠. 태초부터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상성을 부여하면서 권력을 쌓아왔어요. 옛날에는 신체적 힘이 권력이었기 때문에 남성이 권력을 가졌을 것이고 여성에 대한 억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이어져 지금까지 여성혐오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봐요. - 김지학

(왼쪽부터) 김태규 기자,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은하선 작가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김태규 기자,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은하선 작가 ⓒ투데이신문

펜스룰은 남성 권력의 반증

차별의 문제가 차별 해소가 아닌 성 대결로 번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김태규

남성들이 요구해야 할 대상을 잘못 짚고 있어요. 권력문제, 구조의 문제를 파고들어 국가와 기업, 재벌에게 문제제기를 해야 돼요. 소수자, 여성에게 화살을 돌려 성 대결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에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또 동시에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해요. 그런데 제도개선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언론, 교육이 함께 노력해야죠. - 김지학

교육을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곰 세마리’, ‘상어가족’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미 고정된 성 역할을 배워요. 성별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는 커서 바꾸려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더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돼요. 국가가 나서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부터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은하선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펜스룰’도 논란이 됐죠. 일부 남성들은 ‘펜스룰이 여성들이 원하던 바가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해요. - 김태규

펜스룰을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실망이에요. 여태까지는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나는 여성과 같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써 붙이고 다니겠다는 거잖아요. 저는 남자들은 그것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펜스룰은 자기가 권력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에요. 회사에서 결정권자가 남성이고,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해도 문제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펜스룰이 가능한 거죠. - 김지학

권력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면 남성들이 ‘나는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회식 자리에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펜스룰을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이미 자신의 권력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 은하선

페미니즘의 지향, ‘차별 없는 세상’

페미니즘을 말하다보면 논의가 확장되고 결국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약자들에 대한 목소리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 전소영

남성이 ‘페미니즘은 어떻다’고 말하는 게 부담스럽고 부적절할 수 있지만,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게 페미니즘이에요. ‘정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 소수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그동안 들려오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이게 보편적이다’, ‘이게 정상이다’라고 말해왔던 것 이외에 다른 것을 보게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나 다른 약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에 힘을 싣기도 어렵고 페미니즘이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기도 어려워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동물, 환경까지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미 페미니즘은 그렇게 하고 있죠. - 김지학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는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에요. 남성들이 가진 권력을 여성이 빼앗자는 게 아니에요.

물론 남성이 많은 권력을 가진 상황이니 그것을 뺏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지만, 여성들이 권력을 전부 가지고 남성을 노예로 부리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세상은 올 수도 없어요.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페미니즘은 한 곳에서 멈추지 않아요. 각 나라나 문화마다 나타나는 형태가 다 달라요. 한국에서는 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비혼 운동처럼 굉장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이미 혼인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유럽 같은 곳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죠. 또 일부다처제가 당연한 나라에서는 일부일처제를 만드는 것이 투쟁이 될 수 있어요. 또 같은 나라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을 가져요. 그렇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 은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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