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점안제, 투약량보다 용량 큰 제품 많아
보존제 없어 재사용 시 각막염 등 발생 위험
건약 “제약사 약가 챙기려 국민건강 위협” 주장
제약사 “홍보물 제작 등 자발적 조치 하고 있어”

히알루론산 1회용 점안제(아래), 휴대용 캐리어박스(위)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눈이 피로하고 뻑뻑할 때 손쉽게 사용하는 1회용 인공눈물(점안제)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용기 하나에 들어가는 용량을 과도하게 늘려 재사용으로 인한 세균 감염을 조장하고 부당한 약값까지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은 지난 1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히알루론산 인공눈물 급여 제한 요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했다. 1회용 점안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과도해 재정이 낭비되고 있으니 제한해달라는 요구다. 

1회용 점안제의 1회 투약량은 0.2~0.3ml이다. 그런데 시중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은 0.7~1ml의 ‘대용량’인 경우가 많아 두세 번 나눠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1회용 점안제에 보존제가 들어 있지 않아 재사용 시 세균성 결막염이나 각막염 등 전염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식품약품안전처는 2015년 1회용 점안제를 한 번만 사용하고 즉시 폐기하도록 허가사항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용량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 건약의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용량을 늘릴수록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용량 제품 판매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1회용 점안제의 기준 용량(0.3~0.5ml)에 따라 약가의 상한 기준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1회 투약량보다 용량을 많이 넣어 약가를 챙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1회용 점안제 시장은 삼천당제약이 주도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2015년 7월~2016년 6월)에서 DHP코리아(삼천당제약 계열사)가 170억원으로 최고 매출을 올렸으며 삼천당제약(158억원), 태준제약(128억원)이 뒤를 이었다. 

업계 1, 2위 업체를 보유한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시장 수요가 있어 판매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며 “수술 환자나 중증 환자 등 경우에 따라서 한 번에 투약량이 많은 경우도 있으며 의사의 처방에 달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재사용을 방지하라는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자발적 조치를 해왔다”면서 “1회용 점안제에 동봉했던 휴대용 캐리어박스를 없앴고 재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홍보물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약은 히알루론산 성분 점안제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건약은 “안과 질환에 의한 각막 상피세포 장애가 아닌 이상 눈을 보호해주는 영양제처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눈물 분비와 자연재생 능력을 저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회용 점안제 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의약품 정보 제공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히알루론산 1회용 점안제의 지난해 처방조제액은 1151억으로 4년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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