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동물학대 등 권리 인식은 ‘아직 ’

동물보호법 처벌 미약·예방효과 낮아
동물권단체 "헌법에 동물권 명시돼야"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동물보호 명시한 대통령 개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동물보호 명시한 대통령 개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을 넘어섰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다보니 국회나 정부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동물권이란 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체계는 동물은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3월 발표된 개헌안 제38조 제3항에는 ‘국가는 동물보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임을 밝혔다.

동물보호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7개 동물보호단체가 모인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개헌동동)은 지난 4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의 동물보호 명시를 천명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야말로 우리가 확인한 가장 바람직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물권을 명시한 개헌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 개헌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6월 개헌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동물권 개헌’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갈길 먼 동물권 인식

동물학대 사건·사고는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 12일에는 충북 청주의 애견카페에서 업주가 반려견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방치하는 등 학대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으며 이에 앞선 같은달 9일에는 일 경기 성남 분당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토막 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충남 보령군 무창포 해수욕장에서는 다리 근육에 고름이 가득찬 채 꽃마차를 끌던 말 ‘베컴’이 동물권단체 ‘케어(care)’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케어에 따르면 마주는 치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 꽃마차를 운행하는 등 학대를 자행하고 있었다.

지난 3월 9일 케어가 발표한 2017년 활동평가자료에 따르면 한해 동안 케어에 접수된 동물학대 제보는 총 193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동물학대가 76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포기 및 요청 470건, 번식 및 식용 114건, 기타(전시·오락동물, 판매, 질병 등) 583건으로 나타났다. 제보 대상 동물별로는 개 1098건, 고양이 732건, 기타 포유류 73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또 반려동물의 관리비, 장기간 외출 또는 단순히 흥미를 잃었다는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만9250마리였던 국내 유기동물은 4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0만778마리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물학대 영상을 게재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고발조치한 케어는 자료를 통해 “학대자들은 주로 심각한 수위의 학대영상을 게시해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는듯한 양상을 보였다”며 “동물학대를 자랑스럽게 여겨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즐기는 모습으로,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 증가에 대해서도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유기동물 감소를 위해 번식과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고 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동물보호법 있지만…권리보호 부족

이 때문에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법은 동물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우선 동물보호와 관련해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동물법),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실험동물법) 등 법안이 시행 중이다. 또 동물과 관련해 주가 되는 동물보호법이 있다.

지난 3월 20일 개정돼 오는 9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동물보호법 제1조는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3조에서는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갈증 및 굶주림을 격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할 것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할 것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할 것 등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잔인한 방법으로 혹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게 하거나 유기·방치하는 등의 학대금지 조항도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법과 조항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예방효과가 적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 위탁소에 모여있는 유기견들 ⓒ뉴시스
동물 위탁소에 모여있는 유기견들 ⓒ뉴시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aware) 이형주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행 법체계상에서는 동물이 사람의 소유물로 여겨질 뿐 생명을 가진 주체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동물보호법에도 학대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내용이 굉장이 미약하다”며 “이전까지는 상해를 입어야만 학대로 인정했고 이를 방지하거나 상해를 입기 전에 동물을 구조하지 못했다. 올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신체적 고통’이라는 말이 들어가긴 했지만 동물의 신체적 고통을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현 동물보호법의 한계점을 설명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법 7조는 ‘소유자 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의 공급, 운동·휴식 및 수면 보장, 질병 및 부상의 경우 신속하게 치료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선언적으로 돼있을 뿐 이를 어겼을 때의 처벌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소유자에게 학대당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도 벌금이나 벌칙을 다 받으면 동물을 돌려주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으로 동물의 소유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없다. 또한 학대당한 동물 외에 다른 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할 수도 없는데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민법상으로도 동물은 개인의 소유물”이라며 “헌법에 동물권에 대한 조항이 생긴다면 당연히 하위법령이 개정될 것이다. 동물보호법 등 관련법이 동물을 생명으로 생각하고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하려면 최상위법인 헌법에 동물이라는 단어가 포함돼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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