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법 없다⑥] 라돈 침대 사태
문제는 음이온 위한 자연방사능 방출 물질
방사성 물질 대한 관리·감독 미흡과 법 미비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돈침대에 대한 정부의 긴급 사용중단과 강제리콜 명령, 사용자·피해자 건강영향 역학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돈침대에 대한 정부의 긴급 사용중단과 강제리콜 명령, 사용자·피해자 건강영향 역학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이달초 국내 유명 침대회사인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됐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방사성 물질이다.

침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무방비 상태에서 지내는 가구다. 그럼 침대에서 최대 연간 방사선 피폭량 기준치의 9.3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대진침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에서도 직접적인 문제가 된 모자나이트 등 음이온 효과를 위해 사용된 자연방사능 방출 특성을 지닌 희토류 광물질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신고조차 받지 않는 기업, 생활용품의 안전관리에 실패하고도 미봉책으로 넘어가려는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며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라돈 침대로 이어지는 유사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반복되는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생활 속 방사선 안전에 대한 감시는 미비한 상태로, 이 같은 사회적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안위 “라돈 침대, 연간 피폭 기준치 최대 9.3배 초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라돈 검출 침대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에 대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상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확인됐다며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원안위 2차 조사에서 2010년 이후 생산된 대진침대 제품 중 생활방사선법상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 기준인 연간 1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된 제품은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 등 7종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시트를 깔지 않은 채 매트리스 위에서 연간 하루 10시간 엎드려 잘 경우를 상정한 결과다.

특히 그린헬스2의 경우에는 9.35mSv가 검출됐다. 이 수치는 미량의 방사선(0.1~0.2mSv)에 노출되는 엑스레이 촬영을 100여 차례 찍은 것과 맞먹는 수치다.

원안위는 이번 사태처럼 호흡기에 오랜 시간 밀착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라돈·토론에 의한 피폭을 확인하고는 지난 14일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돈 내부피폭 기준설정 전문위원회’를 개최, 라돈·토론에 의한 내부피폭 측정기준을 확립했으며 해당 기준에 따라 평가한 내부피폭선량을 가공제품 피폭선량 평가에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원안위는 “향후 모자나이트 유통현황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일상 생활용품에 모자나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천연방사성물질 성분 함유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이온 만드는 자연 방사성 물질?

라돈 침대 사태는 일부 침대 매트리스에 들어있는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인 모자나이트에서 출발한다. 모자나이트는 자연방사능을 방출하는 희토류 광물질이다.

모자나이트 등 방사능 방출 물질에 대한 우려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온열 매트와 2011년 음이온 벽지에서도 방사선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2007년 당시 온열 매트의 경우도 음이온을 위해 모자나이트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자연 방사성 물질에 대한 규제기준 등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법인 생활방사선 안전법이 시행된 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후인 2012년이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자연방사능을 방출하는 희토류 광물질을 이용한 음이온 제품에 대한 규제 미비를 지적했다.

센터는 “라돈 침대 사태는 대진침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퍼져 있는 음이온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특허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은 천연방사성핵종을 이용한 음이온 제품을 건강 기능성 제품으로 특허를 내주거나 의료기기, 친환경제품 등으로 허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인증하고 특허를 내준 제품을 신뢰해 더 비싼 돈을 주고 침대를 구입한 시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부야말로 이번 사태의 핵심 책임자”라고 질타했다.

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음이온 제품은 방사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방사선이 방출되며 수년간 착용 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NRC는 모나자이트 등 희토류 광석을 이용해 만들어진 음이온 팔찌, 목걸이 제품들을 ‘음이온 기술’로 명명, 방사성핵종이 함유돼 있다며 제품 취득 시에는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의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부처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한 피해자가 피해사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의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부처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한 피해자가 피해사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취급업자에겐 엄격…제조업자는 안전기준만

이처럼 이번 라돈 침대 사태와 함께 생활 속 방사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행 생활방사선법의 입법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이 같은 사태의 원인에는 침대와 같은 가공제품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현행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현행 생활방사선법은 취급업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하는 반면, 제조업자의 경우에는 안전기준만 규정하고 있을 뿐 등록,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의 관리절차는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취급업자가 방사성 물질을 판매한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이 어떤 제조업자에게 얼마나 판매됐고, 무엇으로 제조됐고 또 어떻게 가공됐는지, 가공된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생활방사선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바로잡고 가공제품에 대한 방사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활방사선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가공제품 제조업자 원안위 등록 △전문기관으로부터 가공제품의 안전기준 조사결과 원안위 신고 등을 개정안에 담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생활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 전면조사 등을 통해 국민 혼란을 최소화하고 생활방사선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음이온 제품 등 방사선 방출 위험 제품들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피해자 건강조사 실시, 강화된 안전지침 마련 등을 주문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현행법은)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방사능 물질을 업체가 등록하고 신고만 하는 상태여서 천연방사성 물질의 유통경로나 판매 내지는 생산과정에 대한 추적관리 못되는 허점이 있다”며 “(현행법이) 가공제품이 만들어진 다음에 피폭선량평가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는 식으로 돼 있어 근본적으로 방사성 물질의 생산과 유통과정 단계부터 규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방사능 물질을 사용하는 음이온 제품이 건강 기능성 제품이나 의료기기, 친환경 제품으로 그동안 정부에서 인증해주고 시판돼 많은 음이온 제품들이 일상 속에 퍼져 있다”며 “정부가 천연방사능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에 대해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사업자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실제 건강에 미칠 피해 등은 확인하지 않고 기능성 제품으로 허가를 해줘왔던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규제가 확실히 되려면 천연방사능 물질을 제품에 넣었다는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생산공정이나 유통·판매 경로가 모두 규제·관리돼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천연방사능 물질이 생활제품에 쓰이게 된 것 자체가 문제다. 원천적으로 천연방사능 물질이 생활제품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사성 물질의 관리·감독의 허점과 입법 미비로 인해 건강을 위해 음이온이 첨부된 침대나 관련 제품들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되레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에서 소비자들은 생활 속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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