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태도 변화 보이는 北…최종 결심은
강경했던 북한, 조금씩 변화의 모습 보여
한미정상회담이 만족스런 북한의 태도는
우리 측 취재단 입북 허용한 북한
25일 전후로 새로운 변화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는 6월 12일 개최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북미회담이 열릴지도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다시 북한의 태도 변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미대화가 이뤄질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최종적인 판단이 남았지만 이제 북미정상회담의 환경은 조성된 상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를 보였던 북한이 다시 태도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16일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갑자기 연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 상황은 급변한 바 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이날 북한은 일방적인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통보와 함께 우리와 미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우리 정부와 백악관은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22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됐고, 한미 정상은 ‘북한의 체제 안정 보장’을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체제 전복의 대상이 아니라 체제를 인정하고 보장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는 북한에게는 희소식이다.

리비아식 해법이 뭐길래

북한이 불만을 품었던 이유는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을 자꾸 언급했기 때문이다. 리비아식 해법은 먼저 핵을 포기하면 보상 및 체제보장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보좌관은 계속해서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미국의 전략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입장과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온건 입장 등 강온 양면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볼턴 보좌관의 압박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체제 보장을 확실하게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 이유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때문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난 직후부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현재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배후에는 시 주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그렇기에 과연 북미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체제 보장을 약속하는 등 북미회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이 정도의 약속이라면 북한이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인내하는 모습을 역력히 보였다. 그러면서도 북미회담이 연기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퇴로도 만들어 놓았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북한의 태도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그간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 작전을 사용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더 이상 북한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극비리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31일~4월 1일까지 평양을 극비리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태도 변화 보이는 북한

이 같은 미국의 전략 수정에 따라 북한도 조금씩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입북하려던 우리 측 취재진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은 바 있다. 그런데 23일 오전 우리 측 취재진의 명단을 접수하면서 이들의 입북을 허용했다. 이들의 입북 허용은 강경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내용이 발표된 것에 대한 화답의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의 연기 이유로 언급한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는 오는 25일경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이라는 시점이 단순히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을 통해 전화통화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방미를 마친 문 대통령은 귀국 후 곧바로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논의하면서 북미회담에 나설 것을 설득하리라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서 어떤 내용을 얘기했고,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가지고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점이 대략 25일 전후로, 이 시점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서기 위해서는 또 다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미국이 얼마만큼 이 회담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맹비난을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을 미국이 보여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볼턴 보좌관의 해임이다. 강경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한 볼턴 보좌관을 해임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해임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의 양보는 얼마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도 미국이 양보해줄 만큼 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너무 저자세로 나가게 된다면 북한이 오히려 미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압적인 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정가에서 강경파 인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유화적인 제스처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을 약속하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번 주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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