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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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의 체내 농도가 2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5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슈퍼마켓 체인에서 일하는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영수증(감열지) 취급 시 장갑 착용 여부에 따른 체내 BPA 농도 차이를 측정해 본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 계산원들이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며 일했을 때 체내 BPA 농도(ng/㎖)는 0.92로, 업무 전의 0.45보다 2.04배 높아졌다. 반면 장갑을 꼈을 때는 업무 전 0.51, 업무 후 0.47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해당 논문에서 “계산원들이 장갑을 끼고 일한 경우에는 체내 BPA 농도에 변화가 없었다”며 이에 따라 “간단한 보호 장비만 착용해도 BPA 노출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영수증 속 BPA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BPA이 위험한 것은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호르몬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비만, 집중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2012년 BPA를 독극물로 지정했고, 프랑스는 2015년 사용을 금지했다. EU는 2019년 BPA 영수증 사용을 제재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2012년 영유아 식기, 젖병 등을 만들 때 BPA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영수증에 쓰이는 BPA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종이 영수증 대신 모바일 영수증을 사용토록 장려하는 데 그쳐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연구에서는 비스페놀A와 당뇨병의 상관성도 관찰됐다. 영수증에 노출돼 체내 BPA 농도가 높아진 계산원의 공복 인슐린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물건을 구입한 뒤 종이 영수증을 받지 말고 불가피하게 받더라도 바로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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