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文 “대화의 門을 여시오”
트럼프, 갑작스럽게 싱가포르 회담 무산 선언
문 대통령, 트럼프 의중 파악에 나서고 있어
강경모드서 유화모드로 급격히 돌아선 北
주말 싱가포르 실무회담 성사 여부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정을 자극했고, 결국 양 정상의 만남은 무산됐다. 아직까지 여지는 남아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북미회담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무산됐지만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는 점이다. 대화의 문을 열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고심해야 하는 주말이 됐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북한이 아무리 강경한 모습을 보여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 폐기안’에 반발하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킬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은 리비아식 해법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식 해법을 제시하는 등 인내심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판단돼왔다. 하지만 상황은 갑작스럽게 달라졌다.

트럼프의 결심

지난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앞서 김계관 부상이 볼턴 보좌관을 비난할 때는 되레 북한을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지난 24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북한의 비판에도 인내심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인 펜스 부통령에 대한 비판은 참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이번에도 인내심을 보였다면 미국 국내 언론들로부터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선희 부상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자칫하면 김 위원장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무산을 선언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주말에 싱가포르에서 있을 실무진 회담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곧 그만큼 이번 사안이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해석이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현재의 분위기로는 정상회담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북한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과연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언제든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됐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끈을 놓지 않으면서 계속 두 정상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김정은의 결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 취소 통보와 관련해 김계관 제1부상 역시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김 부상은 25일 담화문을 통해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미국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손을 잡을지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은 이번 회담을 깨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제 북한의 생각이 읽혔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러시아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허상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핫라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설득하는 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문 대통령의 손을 떠났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 대통령은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그 협상 내용까지 조율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안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역시 자신들의 역할은 이제 다했다는 분위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조율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화나 서신을 통해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받자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역할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열게 분위기를 조성해준 것이다. 맞선을 볼 때도 주선자의 역할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지, 만나서 무엇을 먹고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결국 당사자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역할은 두 사람이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역할일 뿐이지,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눌지에 대해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화살은 이제 청와대를 떠났다는 분석이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의 결단만 남은 것이다.

한반도 운명 바꿀 이번 주말

이런 이유로 이번 주말 동안 워싱턴 정가와 평양은 상당히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가 상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북미 간 실무회담이 성사될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만약 실무회담이 열린다면 싱가포르 회담의 문은 아예 닫혀버린 것은 아니다. 결국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다. 그리고 그 결단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완전히 바뀐다. 이런 이유로 이번 주말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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