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아토피 환자의 무너진 삶’ 성인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심각성에 대한 토론회

 

'아토피 환자의 무너진 삶'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투데이신문
'아토피 환자의 무너진 삶'을 주제로 성인 중증아토피 피부염의 심각성에 대해 이광훈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아토피 피부염으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성인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증 질병으로만 구분하는 아토피를 경증·중증으로 분류해 상급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오제세 의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아토피 환자의 무너진 삶’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치료제 성분의 스테로이드가 수면장애, 우울증, 고혈압, 당뇨 등의 부작용을 더해 질병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경증으로만 분류하는 아토피를 중증으로도 나눠 질병의 상태에 따라 상급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토피 피부염 질환의 심각성은 몇년 전 잇따라 발생한 아토피 피부염 질환자의 자살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지난 2014년 1월, 부산의 한 30대 주부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악화된 딸(8)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같은해 2월에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교생(16·여)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교토의 우지케다병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경증 환자에 비해 90배 더 높게 자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보호자는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을 생각할 확률이 경증 환자의 보호자보다 30배 더 높았다. 

또한 통계청에서 2013년 실시한 청소년건강생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청소년 자살시도에 아토피를 겪었는지 겪지 않았는 지가 중요한 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석 결과,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청소년의 37%가 우울 증상을 보였으며, 21%가 자살생각을 했으며, 8%는 자살을 계획하고, 6%는 자살을 시도했다.

아토피 진료실인원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출자료 정춘숙의원실 재구성
아토피 진료실인원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출자료 정춘숙의원실 재구성

아토피는 흔히 아동·청소년의 질병이라 생각되지만,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40%가 성인까지 이어져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의 아토피 진료실인원 현황을 보면 19세 이하의 진료인원은 20.1% 감소한 반면, 20세 이상의 성인 아토피 진료인원은 20.7% 증가했다. 2013년 성인 아토피 진료인원인 33만6407명에서 2017년 40만594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손상욱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총무이사는 아토피 치료로 중실명상태가 된 조재헌(32)씨의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이며, 아토피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조씨는 “관절부분에 진물이 나와 굳어지면 움직일 때 찢어져 ‘로봇’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며 “보통 아토피를 가볍게 생각하는데,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로 심한 질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토피는 경증질환으로 지정돼 있어 상급의료기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아토피 환자들의 접근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증 환자임에도 1차 의료기관과 민간요법, 한의치료를 받아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박창욱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중증 환자일수록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데 이는 간, 신장 등을 손상시킨다”면서  “면역억제제를 상급병원 의사와 상담 후 사용해야 하지만 경증으로 분류되니 그럴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증 아토피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부작용으로 1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며 “신약이 개발됐지만 1회 치료 시 100만원에 달하는 고비용 치료이기에 급여화가 되지 않으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의 실태 ⓒ정춘숙국회의원실
아토피 환자의 실태 ⓒ정춘숙국회의원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과장은 “2017년 기준 1인당 아토피 치료에 쓰는 진료비는 3만원 정도며 100만원 이상 진료비를 부담하는 분들은 1400명, 500만원 이상 진료비를 부담하는 사람은 10명 이내고 산정특례 대상자는 적은 편이다”라며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문재인 케어의 큰 틀에서 신약 등의 급여전환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운영위원장은 “아토피 치료는 마라톤과 같아 장기간 투병해야 개선된다”며 “환자들의 지원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중증 아토피 환자들의 질병코드를 만들어 아토피 피부염의 경중을 구분해 상급병원에서 진료가 이뤄진다면 기본적인 진료가 될 것”이라며 “중증의 범위가 객관적이고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오제세 의원은 “아토피 환자의 어려움을 이번 시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사례들이 알려져야 정부에서 대책이 수립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토피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 달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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