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서 제화기술자 2차 결의대회 개최
허울뿐인 소사장제 폐지해야 문제 해결될 것
20년째 동결된 공임 인상·협의체 구성 등 주장도

25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성수동 제화노동자 2차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도양 기자】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25일 오후 6시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00여명의 제화공이 모인 가운데 ‘성수동 제화노동자 2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11일에 이어 두 번째 집회로, 조합의 협의로 결정된 ‘공동 요구안’이 발표되는 자리였다.

노조의 공동결의안은 단상에 오른 성수동 제화공 이현수씨가 대표로 낭독했다. 주요 내용은 4가지로 △20년째 동결된 공임의 3000원 인상 △소사장제 폐지 △노조 활동 보장 △협의체 구성 등이 골자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조합원임을 나타내는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 외에도 평상복을 입은 제화공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또한 집회장 주변 인도에는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지켜보는 제화공들과 일반 시민들이 기다란 띠를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정기만 제화지부 지부장은 “얼마 전까지 30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이 1차 집회 이후 120명으로 늘었고 오늘 집회를 통해 400여명까지 늘었다”며 “탠디에서 이룬 성과에 힘입어 성수동 제화공들이 결집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서 수제화브랜드 ‘탠디’의 하청업체 제화공들은 8년째 동결된 공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탠디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같은 달 26일부터는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고 결국 본사와 신발 밑창 저부(밑창)와 각피(윗부분) 공임을 각각 1300원 인상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25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성수동 제화노동자 2차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 최정주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인 ‘소사장제’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선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본사가 제공하는 재료와 도구로 작업하고 있어 사실상 직원임에도 제화공 개인을 사업자로 등록해 4대보험, 퇴직금 등 노동자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한 채 세금 부담만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수제화브랜드 ‘탠디’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32년차 저부 기술자 박완규씨는 “탠디에서 이뤄낸 성과를 발판으로 구두의 메카 성수동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곳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집회에 참석한 제화공들은 입을 모아 16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을 비롯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제화공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성수동 제화노동자 2차 결의대회’에서 참가한 한 저부 기술자의 손 ⓒ투데이신문

한편, 이날 집회에는 민중당 김종민 서울시의원 후보가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김 후보 역시 소사장제를 없애야 기형적인 제화업계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에 사는 500만명 이상이 노동자인데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갖는 시의원이 없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근로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통계조사를 발표해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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