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기자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팬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11월 겨울, 동방신기가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들의 노래를 하루 종일 수십 번 반복해 들으며 가사와 춤을 외웠다. 방 벽, 천장을 그들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엄마를 보채 앨범을 구매했다. 용돈 받는 날이면 팬시점으로 달려가 동방신기 스냅사진, 열쇠고리, 스티커, 배지 등 이른바 ‘굿즈’를 사들였다. 선호하는 과자가 아니었음에도 그 안에 들어있는 동방신기 스티커를 종류별로 모으기 위해 매일 그 제품을 한 봉지씩 사먹은 기억도 있다.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동방신기가 모델이라는 이유 만으로 그들이 광고하는 브랜드 교복을 구매했다. 

먼지가 소복이 쌓인 15년 전 얘기를 꺼낸 이유는 팬덤 문화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H.O.T.·젝스키스·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을 거쳐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슈퍼주니어·빅뱅, 3세대 아이돌 워너원·방탄소년단·엑소에 이르기까지 팬덤 문화는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치며 이어져 왔다.

이 시대 팬덤은 단순히 특정 스타를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대중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한다. 예컨대 2001년 문화연대가 스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저항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 중심에는 아이돌 팬덤이 있었다.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아이돌스타는 단골로 활용된다. 대형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연예인 굿즈샵 SM타운, YG플레이스 등을 업계 최초로 입점한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는 2014년 0.3%에 불과했던 10대 매출이 4%로 늘어났으며 30.7%였던 20대 매출은 33%로 상승했다. 또 기존에는 주 고객층이 30대 후반~40대였지만 지난해에는 10대~30대 고객이 전 매출의 72%를 차지했다.

또 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문팬’,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유승민 의원의 ‘유심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심크러쉬’ 등 유명 정치인들도 팬덤이 형성됐다. 이른바 ‘정치팬덤’은 지지자에 대한 응원을 넘어서 선거나 정책 결정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향상시켰다.

이처럼 팬덤 문화는 한국 사회 다방면에서 매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팬덤 문화의 역할과 활동 범위가 커지는 만큼 많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스타의 사생활을 알아내기 위해 밤낮없이 뒤를 쫓는 이른바 ‘사생팬’들은 스토킹, 테러 협박 등 범죄까지 일삼아 우리 사회 골칫덩어리가 됐다. 정치팬덤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다른 정치인을 무분별하게 비난해 정치인 간의 갈등의 불씨를 지피기도 한다. 이는 결국 사회통합과 올바른 정책 경쟁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또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아이돌 마케팅에 열을 올리다 보니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 명의 팬이라도 더 사로잡기 위한 과도한 상술이라는 문제를 낳는다. 실제 일부 팬덤 중에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사례도 있다. 아이돌 팬덤의 주축이 1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이 같은 소비가 상품의 가치를 따져 본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결과일지 의문이다.

팬덤 문화가 없는 대중사회는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더 이상 팬덤 문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그것이 정치·문화·경제·사회 등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건강한 팬덤 문화 형성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과 적정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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