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치이고’ 목숨 건 고속도로 노동자, 도로공사 안전 외침 ‘무색’
‘떨어지고 치이고’ 목숨 건 고속도로 노동자, 도로공사 안전 외침 ‘무색’
  • 최병춘 기자
  • 승인 2018.05.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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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리자 없이 교량 작업하다 사고
순찰원 고유업무 아닌 공사현장 출동
지난해 유지관리 현장 사고만 40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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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에 이어 안전순찰원까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 인근에서 12톤 화물차가 갓길에 세워져있던 한국도로공사 순찰차를 들이받아 차에 타고 있던 안전순찰원 A씨(44)가 숨지고 또 다른 직원 B씨가 다쳐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숨진 안전순찰원 A씨는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영동지사 용역직 노동자로 도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외주업체 소속 직원이다.

일주일 사이 5명 목숨 잃어

이는 고속도로 교각서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추락해 숨진지 3일만에 벌어진 사고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8시 47분경 충남 예산군 대전∼당진 고속도로 당진 방향 교각에서 하부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C(52) 씨 등 4명이 점검 통로와 함께 30여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와 공주지사 등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특별감독을 받고 있다. 도로공사 안전관리에 허점이 없었는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말고 안전관리를 책임질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관 등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면서 도로공사의 안전관리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협력업체가 별도의 보고 없이 작업에 착수한 결과라는 해명이 뒤따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정 또한 관행적으로 이뤄지다 벌어진 사고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 측은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고속도로에서 작업하기 전에 미리 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 건은 보고 없이 임의대로 공사를 진행해 감독원이 상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보고 작업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사고 과실과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렸고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부실 공사 여부는 물론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실태 등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사망한 안전순찰원 또한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지도 주목되고 있다. 사망한 안전순찰원 A씨가 안전순찰원 고유업무가 아닌 업무지시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A씨는 사고 당시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 뒤편에서 안전조치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고인은 도로공사의 지시에 의해 해당 공사현장에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지만, ‘작업장 안전관리’는 안전순찰원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도로공사 표준매뉴얼에 의하면, 안전순찰원은 맡겨진 순찰구간을 24시간 순찰하면서 교통사고나 구조물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이를 도로공사에 보고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지적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안전순찰원은 ‘작업장 안전관리’를 해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도로공사 측은 ‘작업장 안전관리’를 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당시 안전순찰원은 공사현장관리 목적으로 투입된 것이 아니다”라며 “공사로 차량이 많이 정체돼 이를 관리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현장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인명사고, 거듭되는 개선 요구

고속도로 위에서 현장 노동자의 인명사고가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 요구도 거듭되고 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고속도로 유지관리 현장에서 40건이 발생, 이중 38명이 부상을 입고 2명이 사망했다.

사고 유형으로 보면 추락사고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사망자 2명도 추락사고로 발생했다. 낙하물에 의하거나 넘어져 벌어진 사건이 각각 8건, 충돌이나 협착 6건, 감전‧깔림 등 기타 사고가 9건으로 적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도로공사가 당시 민주당 박수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6월까지 3년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110건의 사고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하고 90명 부상을 당했다. 도로공사가 매년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과 이에 대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지만 사고 건수만 봤을 때 연간 30~40건으로 지난해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안전순찰원이 겪는 사고도 적지 않다. 지난해 발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의 업무 중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가 사망자 7명을 포함해 총 33명에 달했다.